<82> 8장 동업 (6)
(161) 8장 동업-11
한영복과의 동업은 옌타이의 성동실업에서부터 시작된 셈이다.
지분 50%씩을 보유한 채 동양의 계열공장으로 가동하면서 이익금을 나눠갖는 방식이다.
성동실업은 두 달째부터 순이익을 발생시켰는데 좋은 오더에다 노련한 관리자가 붙었으니
손해가 나는 것이 이상할 것이었다.
“자, 이제 우리 본래의 계획을 추진하십시다.”
옌타이에서 달려온 한영복이 그렇게 말했을 때는 12월 중순,
성동실업이 가동된 지 석 달째였다.
둘은 칭다오 시내의 한 식당 방에 마주 앉아 있었는데
식탁 위에는 검은색 비닐가방이 놓여졌다.
가방 안에는 지난달 순이익금 17만 위안이 넣어져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이렇게 결산을 하는 것이다.
한영복이 눈으로 돈가방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건 서 과장이 물어오신 부업(副業)이오.
우리의 본업은 따로 있지 않습니까?”
서동수의 시선을 받은 한영복이 빙긋 웃었다.
“서 과장이 무엇을 우려하시는지 잘 압니다.
동업해서 끝이 좋은 경우가 드물었기 때문 아닙니까?”
“그것도 그렇지만.”
따라웃은 서동수가 소주잔을 쥐었다.
“망해 먹어도 저 혼자 당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다시 눈치 보는 것도 싫고 말입니다.”
“같이 나가다가 목표에 닿았을 때 분가(分家)한다는 계약을 하지요.”
이제는 한영복이 정색하고 말을 잇는다.
“성동실업 같은 경우에도 나중에는 정리하도록 하십시다.”
“좋습니다.”
마침내 서동수가 머리를 끄덕였다.
동업이란 서로의 힘을 필요로 할 때 제대로 성립이 된다.
그것도 자신이 갖지 못한 요소를 상대가 지니고 있어야 제대로 된 동업이 되는 것이다.
같이 돈만 낸다거나 머리만 짜낸다면 금방 분열한다.
“그렇다면….”
얼굴에 활기를 띤 한영복이 말을 이었다.
“동업 계약을 하고 공증을 받읍시다.
서로 그렇게 해야 뒤가 깨끗합니다.”
서동수도 바라던 일이었으므로 이의가 있을 리 없다.
이제 한영복과 서동수는 중국 시장을 목표로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한영복의 간쑤성 공장은 인도네시아로 이전하여 중급품 브랜드 제품을 생산하고
고급품은 동대문시장에서 생산해서 중국 시장에 판매한다는 전략이다.
그 생산은 한영복이, 판매는 서동수가 맡는 것이다.
자본금은 4억, 각각 2억씩 투자한 후에 차츰 같은 비율로 자본금을 늘려가기로 했다.
“내 생각이지만 서 과장님은 가능한 한 동양에서 오래 버티고 계시는 것이
우리 사업에 도움이 되겠는데요.”
웃음띤 얼굴로 한영복이 말했지만 농담이 아니었다.
그래야 성동실업의 오더가 보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성동실업의 배후에 서동수가 있다는 것은 공장장 윤명기 외에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가능한 한 많이 빨아들여야 한다.
“알겠습니다. 해보지요.”
정색한 서동수가 똑바로 한영복을 보았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난 서 과장님을 믿습니다.”
앉은 채로 한영복이 손을 내밀었고 둘은 손을 굳게 잡았다.
이렇게 동업이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회사에 적(籍)을 두고 시작한 동업이다.
회사를 배신하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이용하고 있는 것은 맞다.
옌타이의 성동실업이 흑자를 계속 내고 있었지만 그럴수록 서동수는 불편해졌다.
전(前) 과장, 부장이 이런 식으로 세월을 보내다가 껍질이 벗겨졌지 않은가?
그 껍질을 벗긴 주인공이 바로 서동수인 것이다.
(162) 8장 동업-12
키까지 받아온 소천을 그냥 보낸 후부터 서동수는 중심(中心)을 잡았다.
틈을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한 것이다.
이인섭에 이어서 또 다른 배신자가 생겨나면 안 되는 것이다.
새 사업의 동업자 선택은 더 신중해져야 되겠다는 마음이 굳어졌다.
새옹지마다. 하나를 잃으면 다른 하나가 온다.
지난번 소천과의 키 사건(?)으로 서동수는 또 하나의 교훈을 얻었다.
여자의 마음은 측량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방심하면 안 된다는 교훈이다.
12월 하순, 크리스마스가 며칠 후로 다가온 날 오후,
화란이 서동수의 책상 앞으로 다가와 섰다.
“보스, 산동공작소에서 만나자고 하는데요. 어떻게 하죠?”
머리를 든 서동수가 화란의 눈을 보았다.
검은 눈동자가 이쪽을 향한 채 흔들거리지 않는다.
화란의 몸을 안은 지 두 달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그러나 꿈틀거리던 온몸의 촉감, 소리, 냄새까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생생해지는 것 같다.
이렇게 잠깐 시선이 마주쳤을 때 온몸으로 뜨거운 전류가 흘러가는 느낌이 든다.
어깨를 부풀렸다가 내린 서동수가 말했다.
“좋아. 만나지.”
“약속을 언제로 정할까요? 노 사장은 언제라도 좋다고 합니다만.”
“오늘 저녁에 시간이 있어.”
“그럼 오늘 저녁으로 정하겠습니다.”
그래 놓고 잠깐 멈췄던 화란이 다시 묻는다.
“저도 같이 갑니까?”
“담당이니까 당연히 가야지.”
시선을 내린 서동수가 다시 모니터를 보면서 말을 이었다.
“녹음기도 준비하도록, 주고받는 대화는 기록해 놓도록 해.
언제 필요할지 모르니까 말야.”
“정말요?”
눈을 크게 뜬 화란이 물었지만 서동수가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대답도 안 했으므로 주춤대다가 몸을 돌렸다.
지금까지 그런 적이 없었던 것이다.
산동공작소는 회사의 모든 차량을 수리, 관리하는 업체다.
동양의류 제2공장은 137대의 각종 차량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 달 기름값에서부터 관리비가 평균 35만 위안 정도가 드는 것이다.
머리를 든 서동수가 화란의 뒷모습에 시선을 주었다.
오늘은 미니스커트를 입었는데 엉덩이 볼륨이 다 드러났다.
미끈하게 빠진 허벅지와 종아리, 그리고 발목의 파인 부분까지 한눈에 들어왔다.
오늘밤 산동공작소의 노명 사장은 1년분 리베이트 30만 위안을 가져올 것이었다.
산동공작소는 1년에 한 번씩 결산을 하기로 되었기 때문인데
서동수로서는 처음 받는 입장이다.
그날 저녁 7시가 되었을 때 서동수와 화란은 칭다오 시내의 중식당 ‘베이징’에서
노명과 만나고 있다.
노명은 40대 중반쯤으로 큰 키에 세련된 차림이다.
그동안 업무 관계로 회사에서 여러 번 노명을 만난 터라 서동수의 태도도 자연스럽다.
요리 주문을 받은 종업원들이 방을 나갔을 때 노명이 의자 옆에 놓아둔
비닐 가방을 화란의 옆에 옮겨놓고 말했다.
영어가 유창하다.
“여기 30만 위안 가져왔습니다.”
서동수의 시선을 받은 노명이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제 장부에 기록해놓지 않았고 영수증도 받지 않겠습니다.”
“그럼 우리도 그렇게 하지요.”
머리를 끄덕인 서동수가 옆에 앉은 화란에게 말했다.
“일절 증거를 남기지 말도록. 알았지?”
“알았습니다.”
대답한 화란이 소리 죽여 숨을 뱉었다.
가방 안의 녹음기는 켜져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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