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8장 동업 (5)
(159) 8장 동업-9
“아버지 수술은 잘 끝났어?”
중식당에서 저녁을 먹던 서동수가 묻자 소천이 웃음 띤 얼굴로 대답했다.
“잘 끝났어요. 열흘쯤 후에는 칭다오로 돌아오실 겁니다.”
소천의 영어는 유창하다. 화란에게 뒤지지 않는다.
서동수는 자주 화란과 소천을 비교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머리를 기울였다.
미모나 능력면에서 우열을 가리기 힘든 때문인가?
젓가락을 내려놓은 서동수가 술잔을 들었다.
60도짜리 백주(白酒)를 시켜놓은 것이다.
창업을 하기 위해서는 믿을만한 직원이 필요한 것이다.
무의식중에 화란과 소천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 같다.
한 모금에 술을 삼키자 식도를 타고 불덩이가 위장으로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 오늘 만난 것, 화 언니께 비밀로 할까요?”
불쑥 소천이 물었으므로 서동수가 머리를 들었다.
둘의 시선이 마주쳤고 몇 초쯤 떼어지지 않는다.
소천은 옅게 웃음 띤 얼굴이었지만 긴장하고 있다.
서동수가 시선을 준 채로 묻는다.
“네 생각은 어때?”
“비밀로 했으면 좋겠어요.”
“왜?”
“보스하고 비밀을 갖고 싶어서요.”
“이건 사적이다. 사적 비밀 말이야?”
“그래요.”
일사천리로 대화가 오가더니 잠깐 끊겼다.
그때 소천이 다시 묻는다.
“보스는요?”
“뭐가?”
“저하고 사적인 비밀을 갖고 싶으세요?”
“유혹하는 거냐?”
“그렇게 생각하셔도 돼요.”
“회사 업무에 지장이 많아.”
“공과 사를 구분할 수 있어요.”
거기까지 다시 일사천리로 주고받다가 서동수는 빈 잔에 술을 따랐다.
그러자 소천이 술병을 가져가 제 잔에 술을 채우면서 말했다.
“화 언니가 보스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
“하지만 상관없어요. 이건 사생활이니까요.”
술잔을 든 소천이 한 모금에 술을 삼키고는 반쯤 입을 벌려 더운 숨을 뱉는다.
그 순간 서동수는 목구멍이 좁혀지는 느낌을 받는다.
강렬한 색기(色氣)가 덮쳐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보라. 조금 상기된 얼굴, 번들거리는 눈빛, 그리고 반쯤 벌려진 입,
당당한 자세와 목소리까지 서동수의 온몸을 누르는 것 같다.
서동수가 소천의 빈 잔에 술을 채워주면서 말했다.
“소천, 나한테 대가를 주고 싶다는 생각은 버려라. 이런 건 주고받는 것이 아니야.”
“돈 빌려준 고마움 때문은 아녜요.”
머리를 저은 소천의 얼굴이 더 붉어졌다. 소천이 말을 잇는다.
“보스, 솔직히 말해 드릴까요?”
“말해.”
“보스하고 섹스하고 싶어요.”
“갓뎀.”
“하고 싶으면 하는 거죠. 전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어요.”
“회사에서도?”
“전(前) 부서에선 상급자가 추근댔지만 싫었죠. 전 싫으면 안 해요.”
이제는 서동수가 다시 술을 삼켰고 소천의 말이 이어졌다.
“식당 위쪽이 호텔이거든요. 제가 방 잡아놓고 올게요. 됐죠?”
그렇다. 식당건물 위쪽이 호텔이었다.
서동수가 눈만 껌벅였을 때 소천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 경우에 누가 말리겠는가?
고금을 다 훑어봐도 없다.
(160) 8장 동업-10
의자에 등을 붙이고 앉은 서동수가 앞쪽의 빈 의자를 보았다.
소천이 앉았던 자리다.
지금 소천은 호텔방 열쇠를 받으려고 나갔다.
적당한 알코올 기운이 온몸에 퍼져 있는 터라 분위기는 최적이다.
그러나 서동수의 가슴 위쪽에서 체한 것 같은 느낌이 전해지고 있다.
공들여 쌓아가던 레고가 부서지는 기분 같기도 하다,
아니 부서지고 있다.
그것은 화란을 침대로 끌어들인 후부터다.
지금까지 즉흥적인 행동은 해오지 않았던 서동수다.
모두 앞뒤를 잰 후에 움직였다.
그런데 팀의 부하직원인 화란과 육체관계를 맺게 되었고
이것은 자신이 회사를 떠나려고 마음을 먹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리고 다시 화란의 부하인 소천의 유혹에 넘어가려고 한다.
마침내 서동수가 길게 숨을 뱉고는 어깨를 폈다.
이쪽의 성(性)문화가 어떠한지는 상관없다.
하지만 이렇게 허물어지기는 싫다.
그때 방문이 열리더니 소천이 들어섰다.
두 볼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두 눈에 생기를 띠고 있다.
“키 받았어요.”
가방을 손바닥으로 두드려보인 소천이 눈웃음을 쳤다.
그 순간 서동수는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든다.
소천의 모습이 요염했기 때문이다.
당장 스커트를 벗기고는 깔아뭉개고 싶다.
호흡을 고른 서동수가 물었다.
“호텔비는?”
“3백 위안.”
해놓고 소천이 수줍은 표정을 지었다.
“자고 갈 것이 아니어서 세 시간만 빌렸거든요.”
“그렇군.”
머리를 끄덕인 서동수가 손을 내밀었다.
“키 이리 내.”
“지금 방에 가시게요?”
하면서 소천이 가방에서 키를 꺼내 내밀었다.
키를 받은 서동수가 먼저 길게 숨부터 뱉고 나서 소천을 보았다.
“소천, 난 안 되겠다. 참아야겠다고 조금 전에 결심했어.”
한마디씩 차분하게 말한 서동수가 얼굴을 펴고 웃어보였다.
“난 널 좋아하고 안고 싶어.
하지만 직장 상사 입장에서 널 안지는 못하겠다.
미안해.”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그렇게 말하면서도 화란의 얼굴이 떠올랐고 얼굴이 후끈거렸으므로
서동수는 시선을 내렸다.
그러고는 지갑을 꺼내 3백 위안을 세어 소천의 앞에 놓았다.
“키는 내가 돌려줄 테니까 술 남은 것 마시고 집에 가자.”
그때 머리를 든 소천이 물었다.
“화란 언니 때문에 그러세요?”
“아냐, 그런 거 없어.”
“화란 언니한테 비밀로 하면 되잖아요?”
“글쎄, 그래도 그렇다.”
“그럼 왜 화란 언니하고는 잤지요?”
놀란 서동수가 정색하고 소천을 보았다.
시선이 마주치자 머리를 숙인 소천이 말을 이었다.
“화란 언니한테서 들었어요. 보스하고 잤다고.”
“…….”
“섹스가 좋았다고도 했어요.”
숨을 죽인 서동수가 소천의 숙여진 콧날을, 그 밑의 붉은 입술을 보았다.
화란이 그런 일을 다 털어놓았다는 말인가?
도대체 어떤 속셈인가?
그때 머리를 든 소천이 서동수를 보았다.
“보스는 참 순진하세요. 정말 겉모습하고는 달라요.”
“그런가?”
서동수는 소리죽여 숨을 뱉었다.
이제는 우롱당한 느낌이다. 두 여자한테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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