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8장 동업 (7)
(163) 8장 동업-13
“피곤하시겠습니다.”
요리를 먹다가 노명이 중국어로 말했다.
젓가락에 낀 해삼에 시선을 주고 있어서 해삼 상태를 말하는 것 같다.
시선을 내린 채 돼지고기 튀김을 먹던 서동수가 귀를 귀울인다.
이인섭도 이렇게 대놓고 까불다가 잘라버린 것이다.
그때 화란이 중국어로 대답했다.
“가능하면 영어로 말씀해주시죠.”
서동수가 무심한 척 머리를 들었을 때 화란의 시선이 부딪쳐왔다.
그리고 이번에는 화란이 영어로 말했다.
“저는 보스한테 오해받기가 싫거든요.”
“무슨 오해?”
서동수가 묻자 화란이 빙그레 웃었다.
“이인섭의 전철은 밟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그런가?”
“방금 노 사장께서 저한테 영어로만 보고하는 것이 피곤하겠다고 말씀해서요.”
노명은 그런 뜻으로 말한 것은 아닐 것이었다.
영어 때문이 아니라 같이 지내기가 피곤하지 않으냐는 뜻이었다.
화란은 겉은 제대로 통역했지만 의미는 다르게 내놓았다.
머리를 끄덕인 서동수가 노명을 향해 웃었다.
“화 대리는 영어보다 내 성품 때문에 피곤할 겁니다.”
“그렇습니까?”
노명이 확인하듯 묻자 화란의 얼굴에도 다시 웃음이 떠올랐다.
“별로 그렇지는 않아요. 보스가 오해하신 것 같습니다.”
“다행이군.”
술잔을 든 서동수가 화란을 보았다.
이제는 화란의 시선이 옆으로 비껴갔다.
중식당을 나왔을 때는 9시가 되어갈 무렵이다.
노명을 먼저 보내고 둘이 식당 앞에 남자 화란이 물었다.
“곧장 집으로 가시겠어요?”
“그럼 돈 가방을 들고 호텔로 가야겠어?”
퉁명스럽게 서동수가 되물었더니 화란이 큭큭 웃었다.
“좀도둑이 돈 가방 처리를 못하고 쩔쩔매는 것 같군요.”
“네 분수를 모르는 것 같은데, 넌 그 좀도둑의 부하다.”
택시가 다가와 멈춰 섰지만 화란이 손짓으로 보내고는 서동수를 보았다.
식당 현관의 등빛에 반사된 눈동자가 반짝였다.
“보스 두 달이 되었어요.”
“뭐가 말야?”
“우리가 섹스를 안 한 날짜를 말한 겁니다.”
시선을 준 채로 대답한 화란이 서동수의 팔짱을 끼고 끌듯이 식당 앞을 떠났다.
기선을 제압당한 서동수가 숨만 들이켰고 대여섯 발짝을 떼고난 화란이 말을 잇는다.
“아무래도 이상해서 얼마 전에 소천을 다그쳤더니 실마리가 풀리더군요.”
“…….”
“소천이 보스한테 섹스를 하자고 유혹했다는 것을 자백했어요.
그날, 제가 양천마을에 출장을 간 날이더군요.”
“…….”
“보스는 호텔방 키까지 받아온 소천을 돌려보냈더군요.”
서동수는 화란의 두 눈이 더 번들거리는 것을 보았다.
팔짱을 낀 화란의 손에 더 힘이 실렸다.
둘은 어둠에 덮인 거리를 걷는다.
화란이 다시 서동수를 올려다보았다.
“소천이 그러더군요.
보스하고 제가 섹스를 한 사이라는 것,
넘겨짚고는 저한테 들었다고 보스한테 말했다구요.”
“…….”
“질투가 나서 그랬대요. 보스가 끌려들지 않아서.”
그때 서동수가 가방을 바꿔쥐면서 말했다.
“가방이 무겁다. 어디서 쉬었다 가자.”
(164) 8장 동업-14
신음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 신음은 탄성이다.
고통의 신음과 쾌락의 탄성은 이렇게 같은 울림을 낸다.
화란은 두 눈을 치켜뜨고 있다.
이 쾌락의 현장을 기어코 보겠다는 의도 같다.
그러나 의도와는 달리 눈동자는 쾌락에 빠져들어 초점이 없다.
죽은 생선의 눈 같기도 하다.
입을 딱 벌리면서 끝없이 뱉어내는 신음이 방 안을 가득 메우고 있다.
온몸이 땀 투성이가 되었고 두 다리가 치켜들렸다가
서동수의 하체를 감기도 하고 발바닥으로 침대를 눌렀다가
다리를 뻗기도 하는 바람에 마치 몸부림을 치는 것 같다.
“허니.”
신음 끝에 뱉는 호칭이 이것이 되었다가
“다링.”
애절한 목소리로 가쁜 숨 속에 그런 단어가 튀어나오기도 한다.
이제 화란은 또 한 번의 절정으로 치솟기 시작한다.
서동수는 머리를 숙여 화란의 입에 키스했다.
화란이 입을 벌려 받았지만 쾌감이 솟아오르는 중이어서 제대로 맞춰지지 않는다.
“아이구 어머니.”
마침내 화란이 그렇게 중국어로 소리쳤다.
순간에 영어를 잊은 것이다.
이제는 중국어에 익숙한 서동수다.
화란의 비명 같은 중국어 외침을 들은 순간 머리끝이 솟아오르는 느낌을 받는다.
이쪽도 터지려는 것이다.
둘이 엉킨 지 어느덧 한 시간 반, 그동안 화란은 여러 번 터졌다.
“아악.”
이것은 만국 공통의 단발마 외침이다.
화란이 허리를 치켜세우면서 두 손으로 서동수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그 순간 화란의 동굴이 좁혀지기 시작했다.
동굴벽의 세포가 박동하는 진동이 남성의 표면에 선명하게 전달되었다.
절정인 것이다. 서동수는 상반신을 세우고는 화란을 내려다보았다.
땀에 젖은 얼굴로 화란이 입을 딱 벌린 채 서동수를 본다.
그러나 초점은 멀고 입에서 다시 단말마의 신음이 터졌다.
“아아아아.”
화란의 두 다리가 서동수의 하체를 빈틈없이 감았다.
이제 둘의 하반신은 한 덩이가 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 서동수의 남성도 폭발했다.
“으음.”
어금니를 문 서동수가 신음을 뱉으면서 화란의 몸 위로 엎드렸고
이제는 둘의 몸 전체가 붙여졌다.
“아아아아.”
화란의 신음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절정은 길다.
포탄의 폭발을 받았기 때문이다.
성(城)은 완전히 허물어지고 있다.
그렇게 빈틈없이 엉켰던 두 몸이 떼어진 것은 5분쯤이나 지난 후였다.
그때는 호흡도 가라앉아 가는 중이고 땀으로 덮인 피부에 찬 기운이 느껴지고 있다.
서동수가 몸을 떼어 옆으로 누웠을 때 화란이 팔을 베고 얼굴을 가슴에 붙인다.
자주 그래서 동작이 익숙하다.
“너무 좋았어요. 보스.”
아직도 더운 숨을 가슴에 뱉으면서 화란이 말했다.
그때 화란의 다리 한쪽이 서동수의 하반신 위로 비스듬히 걸쳐졌다.
이 자세를 화란은 좋아한다.
화란이 손가락으로 서동수의 가슴을 가볍게 문지르면서 말했다.
“당신이 부딪쳐올 때 이러다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네가 절정으로 오르는 모습이 아름다워.”
서동수가 남은 손으로 화란의 숲을 쓸었다.
화란의 골짜기는 온통 젖어서 끈적인다.
서동수는 그것을 좋아하는 것이다.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여자가 가장 아름다운 순간의 모습이 바로 그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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