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8장 동업 (2)
(153) 8장 동업-3
이인섭은 두 번 덤벼든 것이나 같다.
첫 번째는 서동수를 옆에 앉혀두고 리베이트를 챙기려고 했으며
두 번째는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도 덤벼들어 협박했다.
그리고 이제 제 아내를 보내 구명을 탄원한다.
서동수에게는 이것도 협박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다음날 오전, 서동수가 전 선생에게 전화를 했다.
“이인섭이 와이프를 보내 살려달라고 하는데 나에게는 이것도 협박으로 보입니다.
조처해 주시지요.”
“나쁜 놈이 아직도 정신 못차렸군.”
대번에 열이 오른 전 선생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내가 당장 조처하겠습니다.
이것으로 놈은 더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오.”
전화기를 귀에서 뗀 서동수가 소리죽여 숨을 뱉었다.
세상은 전장(戰場)이라고 교육을 받아온 서동수다.
패자에게 동정심을 품게 되면 전의(戰意)가 상실된다.
전의를 잃고 싸움이 되겠는가?
그것은 곧 패자가 되는 지름길이다.
이미 이인섭과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온정을 베풀 필요가 없는 것이다.
옌타이의 성동실업 인수와 계열사 선정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성동실업은 한중수교 직후에 진출한 섬유 임가공업체여서 숙련공이 많았고
시설도 훌륭했지만 관리가 엉망이었다.
직원들이 자재를 빼돌렸고 로스(Loss)양을 과다 산출해서 착취했다.
그러다 주 거래선인 일본 오다가 줄어들면서 위기를 맞은 것이다.
한영복은 20년 가깝게 ‘영복섬유’를 운영하면서 동양측으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은 터라
계열사 선정에 결격 사유는 없다.
더구나 공장장 윤명기가 밀어주고 있는 것이다.
성동실업의 인수에서부터 대규모 구조조정,
그리고 동양의 계열사로 선정이 되었을 때까지 걸린 시간은 25일이었다.
한 달도 걸리지 않은 것은 한영복이라는 전문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물론 로비는 서동수가 맡았지만 이것도 배후에 공장장 윤명기가 있었기 때문에
순조롭게 일이 풀렸다.
성동실업에 대량의 동양 오다가 투입된 날 저녁에 옌타이의 룸살롱에서
한영복과 서동수가 마주 앉아 있다.
오늘은 토요일이어서 서동수가 옌타이로 온 것이다.
칭다오에서 옌타이까지는 고속도로로 세 시간 거리다.
200킬로 정도의 거리여서 고속도로가 잘 뚫릴 때는 두 시간에 주파할 수도 있다.
“위에서 누르기만 하면 안돼요. 실무자하고 통해야 돼.”
술잔을 든 한영복이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둘의 옆에는 한족 아가씨를 앉혔는데 요즘은 룸살롱에서 조선족을 보기 힘들다.
조선족 웨이터도 드물어졌다.
룸살롱 경기도 나빠졌지만 더 좋은 직장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생산부장한테 3만 위안 줬고 담당 과장한테는 월 2만 위안씩 주기로 했어요.”
한영복이 말하자 서동수는 쓴웃음을 지었다.
“담당 조 과장이 내년 초에는 본사로 발령이 날 겁니다. 그 이야기 못들으셨죠?”
“그래요?”
눈을 치켜떴던 한영복이 곧 입맛을 다셨다.
“제 입으로는 이곳에 평생 있을 것처럼 이야기하던데.”
“떠날 때까지 챙기려는 것이죠.”
“망할 놈.”
“조 과장 밑의 박 대리가 과장으로 승진해서 업무인계를 받을 겁니다.
월요일에 박 대리 불러서 1만 위안쯤 주시지요.”
“감지덕지하겠군.”
얼굴을 펴고 웃은 한영복이 한 모금에 술을 삼키고는 말했다.
“이렇게 안팎에서 손발을 맞추면 신바람 나게 일을 할 수 있겠습니다. 안 그래요?”
(154) 8장 동업-4
이런 식으로 회사 생활을 할 수는 없다.
서동수는 동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회사를 떠나려고 결심한 상태다.
그리고 한영복과의 동업도 한시적이다.
이번 성동실업 동업건은 서로의 장점을 살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지만
오래 지속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동안 계열공장이나 하청회사에서 일어난 동업관계의 문제를 수없이 겪었던 서동수다.
단 한 번도 좋게 끝나는 동업을 본 적이 없는 것이다.
이번에 성동실업 인수로 80만 위안, 한화로 1억5천만 원 정도가 투자되었지만
창업자본금은 아직 3억 원 정도가 남아 있었다.
임가공업체인 계열사가 서동수의 목표는 아니다.
월요일 오전, 회의를 마친 서동수가 자리에서 일어섰을 때 화란이 다가와 말했다.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화란의 옆으로 소천이 다가와 섰으므로 둘이 할 이야기가 있다는 말이었다.
다시 자리에 앉은 서동수의 앞에 둘이 나란히 앉더니 화란이 영어로 말했다.
“보스, 소천이 회사금고에서 대출을 받아야 될 것 같아요.”
서동수의 시선을 받은 소천이 머리를 숙였고 화란이 말을 이었다.
“집안 일 때문에요. 5만 위안이 필요한데 대출 받을 수 있을까요?”
회사에서는 직원용 신용금고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이것도 총무과 소관이다.
담당 직원은 두 명, 서동수가 직접 통제했고 자본금은 100만 위안,
최대 대출한도는 1만 위안, 기간은 1년이다.
머리를 조금 기울인 서동수가 둘을 번갈아 보았다.
“규칙을 다 알면서 그러나? 최대 1만 위안이야.
소천 월급이 5천 위안인데 1년 안에 갚을 수 있겠어?”
그러자 화란이 바로 말을 받는다.
“제가 보증을 서면 안 될까요?”
“월급의 30%로 1년 동안 갚을 수 있는 금액이니까 2만 위안까지는 해줄 수 있어.”
“소천의 아버지가 베이징에서 수술을 받으셔야 돼요.”
마침내 화란이 내막을 털어놓았고 소천의 머리는 더 숙여졌다.
화란이 말을 잇는다.
“모두 7만 위안쯤 든다는데 2만 위안은 저금해둔 것과 집안에서 모았다는군요. 그렇지만….”
“내가 빌려주지.”
서동수가 정색하고 말을 잇는다.
“회사 금고에서 편법 대출을 받는 것보다 상사인 내가 빌려주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어떠냐?”
그때 소천이 머리를 들었는데 얼굴은 빨갛게 상기되었다.
그러나 시선만 줄 뿐 입을 열지 못한다.
옆에 앉은 화란도 눈만 깜박였는데 얼른 해답이 나오지 않는 것 같다.
그러자 서동수가 쓴웃음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둘이 상의하고 나서 나한테 결과를 말해주도록.”
그리고 그날 퇴근시간이 되어갈 무렵에 화란이 서동수의 책상 앞으로 다가와 섰다.
시선이 마주쳤을 때 화란이 말했다.
“신용금고에서 2만 위안, 과장님한테서 3만 위안 빌리면 되겠죠?”
서동수는 시선만 주었고 화란의 말이 이어졌다.
“과장님한테서 빌린 3만 위안은 제가 보증을 서겠어요.”
“언제 갚을 건데?”
불쑥 서동수가 묻자 화란이 얼굴에 옅은 웃음기가 떠올랐다가 지워졌다.
“리베이트가 생길 때마다 공제하면 될 것 같은데요.”
목소리를 낮춘 화란이 말을 잇는다.
“제 생각이지만 그쯤은 반 년 안에 갚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보스.”
화란의 얼굴이 요염하게 느껴졌으므로 서동수는 숨을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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