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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7장 새옹지마(9)

오늘의 쉼터 2014. 7. 25. 22:49

<74> 7장 새옹지마(9)

 

 

(146) 7장 새옹지마-17

 

 

 

서동수가 일어나

 

“도대체 어떤 일을 하실 건데요?”

서동수가 묻자 한영복은 심호흡부터 했다.

“동양섬유의 판매 전략을 그대로 답습하는 겁니다.
 
먼저 섬유의 중급 브랜드 제품을 생산, 판매할 겁니다.”

“….”

“난 생산을 책임질 테니 서 과장께선 영업을 맡아 주십시오.
 
지분을 절반씩 갖는 동업제로 시작하십시다.”

“….”

“간쑤성 공장은 인도네시아로 옮겨 중급품 브랜드를 생산해서 들여오고
 
고급품은 한국에서 들여올 겁니다.”

“한국에서 말입니까?”

놀란 서동수가 묻자 한영복이 머리를 끄덕였다.

“동대문 시장에서, 거긴 무엇이든 만듭니다.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라벨만 붙이면 돼요.”

서동수는 심호흡을 했다.
 
자신은 섬유시장을 모르지만 한영복은 수십 번, 수년간 검토를 해왔을 터였다.

“능력 있는 사람도 많을 텐데 하필 저를.”

서동수가 혼잣소리처럼 말했더니 한영복이 정색했다.

“나도 신중한 편입니다.
 
미안합니다만 서 과장님에 대해서 많이 알아보았습니다.”

“….”

“그리고 서 과장님도 제2공장 총무과장으로
 
이 귀중한 시간을 보내실 작정은 아니지요?”

그 순간 서동수의 얼굴에서 쓴웃음이 번졌다.

“제가 허송세월하는 것처럼 보이십니까?”

사업을 하려면 저하고 하십시다. 기회는 다시 오지 않습니다.”

한영복이 말을 이었다.

“난 자본금이 좀 있습니다.
 
서 과장님 투자를 바라는 것도 아닙니다.
 
검토해 주시기 바랍니다.”

서동수는 한영복의 얼굴에 진심이 배어져 나온 것을 보았다.
 
진심으로 자신을 필요로 하는 것 같다.
 
그날 밤, 한영복과 저녁을 먹으면서 반주로 위스키를 한 병 가깝게 마시고
 
난 서동수는 12시가 다 되었을 때 집으로 돌아왔다.


“어서 오세요.”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섰더니
 
소파에 앉아 기다리던 조은희가 웃음 띤 얼굴로 맞는다.
 
규칙대로 조은희는 중국어를 한다.
 
서동수가 번들거리는 눈으로 조은희를 보면서 웃었다.

“당신을 보면 항상 자극을 받아.”

“좋은 현상이죠?”

방으로 따라 들어온 조은희한테서 옅은 향내가 맡아졌다.
 
향수다.
 
조은희는 이제 향수까지 뿌리고 있단 말인가?
 
이것이 바로 색향(色香)이다.
 
옷장 앞에 선 서동수가 저고리를 벗고 조은희는 뒤에서 받는다.
 
그때 조은희가 말했다.

“안주인 행세는 안할 테니까 날 안아줘요.”

이것은 중국말이다.
 
그 순간 숨을 들이켠 서동수가 앞쪽을 향한 채로 빙그레 웃었다.
 
조은희는 점점 노골적이 되어 가지만
 
그와 반비례로 이쪽은 더 벽을 쌓게 되는 것이다.
 
그것을 조은희도 알고 있는 것 같다.
 
이제 바지를 벗으면서 서동수가 말했다.
 
 
“그건 알아. 하지만 참고, 상상하는 자극도 만만치가 않지.”

조은희가 바지를 받으면서 손으로 슬쩍 서동수의 남성을 건드렸다가 놓았다.
 
이미 남성은 잔뜩 성이 나 있는 것이다.

“이 정도면 벌써 몇 번 관계를 맺은 사이의 분위기죠.”

“하지만 안 했다는 것이 중요하니까.”

몸을 돌린 서동수가 조은희의 원피스를 들치고는 쓴웃음을 짓는다.
 
조은희의 원피스 안은 알몸이었기 때문이다.
 
짙은 숲과 선홍빛 동굴 입구까지 다 드러났다.
 
 
 

(147) 7장 새옹지마-18

 

 

그때 서동수가 시선을 들고 조은희를 보았다.
 
조은희의 얼굴은 상기되었다.
 
마주 보는 눈동자 안으로 온몸이 빨려드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순간 서동수는 들쳤던 원피스를 내리면서 말했다.

“오늘은 그만.”

“또.”

쓴웃음을 지은 조은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러나 선선히 들고 있던 바지를 옷장에 걸었다.
 
그렇게 오늘밤도 지나가는 것이다.
 
씻고 자리에 누운 서동수는 오늘 만난 한영복의 제의를 떠올린다.
 
한영복의 추측은 맞다.
 
의류공장 총무과장으로 보낼 생각은 없었던 것이다.
 
중국으로 밀려 나올 적에도 기회를 찾을 작정이었다.
 
자신은 이미 동양그룹에서 낙인이 찍힌 인물이다.
 
아무리 공을 세운다고 해도 그 ‘전과’는 지워지지 않는다.
 
동양그룹에 몸담고 있는 한 숙명처럼 따라다닐 것이었다.
 
한영복은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투자하지 않아도 지분의 반을 준다는 조건이다.
 
더구나 한영복은 중국에서 20년간 경륜을 닦은데다 평가도 좋은 기업가인 것이다.
 
서동수는 문득 인생의 전환점이 자신도 모르게 다가오는 느낌을 받는다.
 
다음 날 오전, 회사에 출근한 서동수의 책상 앞으로 화란과 소천이 다가와 섰다.

보스, 행사 출장 관계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화란이 영어로 말했다. 후원 사업을 말하는 것이다.
 
이제 내일 본사의 사장이 중국을 방문,
 
 현지에서 중국 측 고위 관리와 함께 학교 기공식을 거행할 예정이었다.
 
학교 건설을 맡을 회사는 바로 국제공사로 결정되었는데 리베이트 금액이
 
건설자금으로 된 셈이다.
 
곧 셋은 회의실로 자리를 옮겨가 앉았다.
 
화란과 소천은 요즘 ‘행사’ 관계로 정신이 없다.
 
내일은 사장단과 함께 양천마을에 가야 한다.
 
화란이 입을 열었다.

“오늘 저 대신 소천이 양천마을에 가야 할 것 같아요.”

서동수는 잠자코 시선만 주었고 화란의 말이 이어졌다.

“전 여기서 할 일이 있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지.”

소천은 이미 한사람 몫을 충분히 하고 있는 터라 서동수가 소천에게 말했다.

“현지에서 준비할 것 다 알고 있지?”

“네, 보스.”

그러면서 소천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바빠서 지금 출발해야겠어요.”

활기에 찬 소천의 모습을 본 서동수의 가슴이 서늘해졌다.
 
소천이 회의실을 나갔을 때 서동수가 화란을 보았다.
 
서동수의 시선을 받은 화란이 말했다.

“내일 제 할아버지도 내빈으로 참석하세요.
 
그래서 모시고 가야겠어요.”

“그렇구나.”

정색한 서동수가 머리를 끄덕였다.

“사장단과 함께 모시고 갈까?”

“아녜요, 현 정부에서 차를 보내준다고 했어요.”

화란이 수줍게 웃었다.

“이래봬도 할아버진 군(軍) 원로시거든요.”

이번 후원사업도 화란의 할아버지 고향에서 시행되는 것이다.

“그럼 너도 내빈용 VIP 좌석에 앉겠구나.”

서동수가 말하자 화란이 웃음 띤 얼굴로 묻는다.

“보스, 오늘밤 시간 있으세요?”

“없어.”

“술 한잔 사주세요.
 
며칠간 행사 준비하느라고 제대로 쉬지도 못했잖아요?”

“행사 끝나고.”

“내일은 여유가 없어요, 보스.”

화란이 상반신을 비틀었는데 교태가 담뿍 실렸다.
 
그순간 서동수는 목구멍이 좁아지는 느낌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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