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 7장 새옹지마(8)
(144) 7장 새옹지마-15
서동수가 일어나 앉았을 때는 한 시간쯤이 지난 후였다.
주위는 조용했다.
짝을 이룬 후에는 각각 갈 길을 가는 터라 우명호도 일이 끝나면 혼자 돌아간다.
방안은 아직 열기가 가라앉지 않았다.
이제 알몸이 된 여자는 점퍼로 하반신만 가린 채로 아직도 가쁜 숨을 뱉어내는 중이다.
상기된 얼굴로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 고혹적이다.
숨소리에 가는 신음이 섞여 나온다.
여자는 소파에 누운 채 일어날 기력도 없는 것 같다.
옷을 대충 챙겨 입은 서동수가 여자의 허벅지에 손을 얹고 말했다.
“누님, 나 갈게.”
여자가 눈을 뜨더니 초점이 잡힌 눈동자로 서동수를 보았다.
“응, 잠깐만.”
힘들게 상반신을 일으킨 여자의 젖가슴이 조금 늘어졌다.
그러나 탄력있는 몸매다. 군살도 없고 피부는 윤기가 난다.
“그런데 그냥 가도 돼?”
여자가 손으로 젖가슴을 가리면서 묻자 서동수는 피식 웃었다.
“그럼, 왜?”
“난 좀 주는 줄 알았는데.”
“난 그런 남자가 아니라니깐.”
“그래도 미안해서 어떻게.”
“아, 됐어. 난.”
주춤 말을 멈춘 서동수가 지그시 여자를 보았다.
아직 여자의 이름도 모른다.
“누님, 이름이 뭐야?”
“이희영이야.”
그러더니 무엇을 찾는 시늉을 했다.
“왜? 팬티 찾아?”
서동수가 묻자 여자는 머리를 젓는다.
“아니, 내 가방.”
“가방은 왜?”
“내 운전면허증 보여주려고.”
“운전면허증은 왜?”
“내 이름이 진짜라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
“나아 참.”
쓴웃음을 지은 서동수가 소파에 등을 붙였다.
지금 둘은 방 안쪽 소파에 나란히 앉아 있었는데 하나는 입고 하나는 벗었다.
서동수는 다 입고 저고리만 남겨둔 반면 이희영은 점퍼로 아래쪽만 가린 상태다.
그때 이희영이 말했다.
“나, 정말 좋았어.”
“나도 그래, 누님.”
“언제 또 만나줄 거야?”
이희영의 시선을 받은 서동수가 심호흡을 했다.
“누님, 이러고 다녀도 괜찮아?”
“나, 이혼했어.”
점퍼로 아랫도리를 여미면서 이희영이 말을 잇는다.
“자식 둘은 애 아빠가 키워, 일년에 한두 번씩만 만날 뿐이지.”
“…….”
“애 아빠가 다른 여자 생겨서 이혼한 거야. 난 이혼하면서 위자료 좀 받았고.”
“그만.”
손바닥을 펴보인 서동수가 이희영을 똑바로 보았다.
“누님, 그런 이야기 다른 남자한테 하지 않는 게 나아.
이건 도둑질해 가라고 집 대문을 열어놓은 것 같아서 그래.”
“저기, 나는….”
“나 같은 놈 많아.”
눈을 치켜뜬 서동수가 말을 잇는다.
“나보다 물건 더 크고 더 잘해 주는 놈 많다고.
그때마다 이렇게 감동해서 대문 열어주면 어떻게 해?”
그러고는 서동수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래, 누님. 한 달에 한 번 정도 만나서 회포를 풀도록 하지.”
“정말?”
가라앉아 있던 이희영의 두 눈이 커졌고 얼굴이 환해졌다.
그러고보니 이희영도 미인이다.
환한 얼굴이 아름다운 미인.
(145) 7장 새옹지마-16
중국 땅에 제일 먼저 진출한 한국 기업군(群) 중 하나가 섬유산업일 것이다.
그러나 한·중 수교 20년이 지난 현재 노동집약적이며 부가가치가 적은 섬유산업은
경쟁력이 저하되면서 위기를 맞았다.
임금과 원부자재 가격 인상, 중국 본토 제품의 질적 향상이 그 원인이다.
그러나 다 위기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매출이 증가하고 기반을 굳힌 한국 섬유업체도 있다.
동양상사는 일찍부터 자사(自社) 브랜드를 개발, 전 세계에 수출했기 때문에
고가(高價)의 이미지를 갖추고 있다.
따라서 중국산 생산품의 이윤은 줄었지만 그것을 중국 시장 개척으로 상쇄했다.
중국 내수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터라 고가 브랜드의 제품으로 기반을 굳혀 간 것이다.
현재 동양섬유에서 생산된 10여 개의 고급 브랜드, 20여 개의 중급 브랜드 제품은
중국 전역에 분산된 200여 개의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 영업은 베이징의 현지법인 동양공사가 맡았다.
동양섬유의 중국 영업부 역할인 것이다.
오후 6시 반, 서동수가 칭다오 중심부인 크라운호텔 커피숍에서 한영복과 마주 앉아 있다.
한영복이 간쑤성에서 날아온 것이다.
지난번 인력 충원 관계로 이인섭과 함께 한영복을 찾아가 만난 후로 두 달 만이다.
“갑자기 뵙자고 해서 놀라셨지요?”
커피잔을 든 한영복이 물었으므로 서동수가 빙긋 웃었다.
“아뇨, 반가웠습니다.”
“정말이십니까?”
따라 웃은 한영복의 얼굴이 하회탈처럼 펴졌다.
그렇다. 웃는 얼굴은 펴졌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찌푸린 얼굴은 오그라진 것이다. 한영복이 그 얼굴로 말을 잇는다.
“제 소문 들으셨습니까?”
“예, 공장을 인도네시아로 옮기신다고….”
그러자 한영복이 천천히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절반은 맞혔습니다. 그리고 절반은 지금까지 비밀로 감춰 두었지요.”
서동수가 잠자코 시선을 주었다.
오전에 갑자기 한영복의 전화를 받고 만날 약속을 한 것이다.
물론 한영복의 ‘영복섬유’가 인도네시아로 이전할 계획이라는 정보는
생산부에서 들은 터여서 곧 연락할 작정이었다.
한영복이 말을 이었다.
“그래서 내가 서 과장님을 뵙자고 한 겁니다.”
“저를 말씀입니까?”
얼굴을 굳힌 서동수가 똑바로 한영복을 보았다.
한영복은 중국에서 사업을 한 지 20년이 넘었다.
그리고 섬유 한우물만 판 사람이다.
언제나 앞을 내다보고 남보다 두어 걸음 빠르게 나가는 터라
지금까지 수백억 원을 벌었다는 소문이 났다.
어느덧 한영복의 얼굴에서도 웃음기가 지워져 있다.
“나는 서 과장님이 영업 출신이라는 걸 압니다.”
서동수는 호흡을 조정했다.
그렇다면 리베이트를 먹다가 이곳으로 좌천당한 것도 알 터였다.
한영복이 말을 이었다.
“전자에 계실 때 실적도 뛰어나셨다고 들었습니다.”
“자, 그럼.”
심호흡을 한 서동수가 똑바로 한영복을 보았다.
“이제 말씀하시지요. 무슨 일입니까?”
“저하고 동업합시다.”
상반신을 기울인 한영복이 서동수를 마주 보았다.
“난 이제부터 중국 소비 시장에 뛰어들려고 합니다.
그것이 내가 감춰 둔 절반의 사업이지요.”
한영복이 서두르듯 말을 잇는다.
“그러려면 서 과장님 같은 인재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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