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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7장 새옹지마(6)

오늘의 쉼터 2014. 7. 25. 22:46

<71> 7장 새옹지마(6)

 

 

(140) 7장 새옹지마-11

 

 

 

 양천마을 출장을 다녀온 다음 날 오전,

 

회의실에서는 셋이 둘러앉았는데 서동수와 화란, 그리고 소천이다.

 

이번 후원회 사업의 실무자 셋이 모두 모인 셈이다.

“닷새 후에 본사 사장님이 오실 테니까 완벽하게 준비해야 돼.”

주의를 준 서동수의 시선이 화란과 마주쳤다.

 

그 순간 서동수의 머릿속으로 지난 이틀간의 영상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자세히 말하면 이틀 밤의 영상이다.

 

첫날밤을 그렇게 보낸 후에 다음 날 밤은 아예 저녁밥만 먹고 서동수의 방에서 지냈다.

 

마치 넘칠 듯이 차 있던 제방의 둑이 무너진 것처럼 둘의 정욕은 터져 나갔다.

 

밤이 새도록 엉켜 있었지만 지치지도 않았던 것이다.

 

시선은 곧 떼어졌지만 서동수는 화란의 눈에서도 같은 기운이 떠 있는 것을 읽었다.

“큰일 났다.”

그때 서동수의 머릿속에 그런 단어가 떠올랐다.

“이렇게 될 줄 알았어.”

그런 말도 떠올랐다. 그때 소천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물론 영어다.

“커피 가져오겠습니다.”

“어, 그래. 고마워.”

서류에 시선을 준 채로 말한 서동수가 소천이 회의실을 나가자 머리를 들고 화란을 보았다.

“보스 행세하기 힘들구나.”

“왜요?”

시선을 든 화란의 눈 주위가 붉어져 있다.

 

서동수가 시선을 준 채로 말했다.

“널 보면 꿈틀거리면서 비명을 지르던 순간이 떠올라.”

“그러지 마세요.”

화란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개졌으므로 서동수는 당황했다.

 

그래서 자리에서 일어나며 입맛을 다셨다.

“그렇게 순진한 놈이 남의 방에는 왜 들어오는 거야?” 

서둘러 회의실을 나간 서동수가 마침 커피잔을 들고 다가오는 소천을 손짓으로 불렀다.

 

책상 앞으로 소천을 데려간 서동수가 이것저것을 시킨 후에 10분쯤이나 지나고나서

 

회의실로 들여보냈다.

 

소천이 놓고간 커피잔을 들어 한모금 삼킨 서동수가 길게 숨을 뱉었다.

“내가 방심했어.”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하긴 내가 공장 총무과장을 하려고 중국에 온 것은 아니니까.”

다시 혼잣말로 자신을 위로한 서동수가 회의실로 들어섰다.

 

그때 서동수와 시선이 마주친 화란의 얼굴은 이제 멀쩡해졌다.

 

회의를 마친 서동수가 자리에 돌아와 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핸드폰이 진동을 했다.

 

발신자번호를 보았더니 화란이다.

 

머리를 든 서동수는 화란의 자리가 비어 있는 것을 보았다.

 

서동수는 핸드폰을 귀에 붙였다.

“응, 무슨 일이야?”

“미안합니다. 보스.”

화란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컨트롤이 잘 안되었는데 앞으로는 잘 될 것 같아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아니 괜찮아.”

서동수가 심호흡을 했지만 충동을 억누르지는 못했다.

“난 너를 보면서 욕망을 억누르기 힘들었어. 내가 걱정이다.”

“농담하지 마세요. 보스.”

화란의 목소리에 긴장감이 덮여 있었으므로 서동수는 어금니를 물었다.

 

웃음을 참은 것이다.

 

그렇구나. 이런 스릴로 사내 연애를 하는가 보다.

 

다시 심호흡을 한 서동수가 말을 잇는다.

“걱정하지 마. 나도 참는 건 선수니까.”

앞으로 가능한 한 화란과의 섹스는 참는다.

 

 

 

 

(141) 7장 새옹지마-12

 

 

 

 “중국 소비시장 규모는 엄청나.”

우명호가 정색하고 말을 잇는다.

“은행에 있다 보면 고객들에 대한 정보가 빠른 편이지.

 

시장은 계속해서 커질 거다. 아마 5년은 이 성장세가 계속될 거야.”

그것은 서동수가 피부로 느끼고 있던 참이다.

 

1년 전만 해도 세계 시장을 무대로 전자제품을 팔던 영업팀장 아니었던가?

 

영업팀은 정보가 생명이다. 중국 시장 규모와 성장 가능성도 알고 있는 것이다.

 

오후 7시 반, 회사에서 퇴근한 서동수가 우명호와 함께 청양의 한국식당에서

 

오징어볶음으로 저녁을 먹고 있다.

 

추석 연휴 끝내고 중국에서 처음 만난 셈이다.

 

수저를 내려놓은 서동수가 넌지시 우명호를 보았다.

“네가 보기에 어느 사업이 유망할 것 같으냐?”

“그야 소비산업이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우명호가 말했다.

“유흥업도 좋고.”

“빌어먹을 자식.”

“룸살롱이 돈 벌기 좋지.”

우명호도 수저를 내려놓더니 눈을 가늘게 떴다.

“너, 사업 하려고 그래?”

“내가 중국에 그냥 온 것 같으냐?”

입맛을 다신 서동수가 의자에 등을 붙이고 말을 잇는다.

“파면되는 대신으로 난데없는 의류사업부 소속 공장 총무과장이 되어서

 

중국 땅으로 던져졌단 말이다.”

“…….”

“내가 아무 생각 없이 왔을 것 같으냐?”

“인마, 그럼….”

“이곳에서 사업을 할 거다.”

“중국 시장이 크지만 만만하지가 않아. 유대인이 발을 붙이지 못하는 곳이 중국이야.”

“그땐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지.”

“중국 상인은 유대인보다 더 지독하다는 말 못 들었어?”

“한국 상인은 어떻고?”

“이 자식이.”

입맛을 다신 우명호가 정색했다.

“무슨 사업을 하려는 거야?”

“몇 개 검토 중이야.”

“회사는?”

“결정이 되면 정리해야겠지.”

“자식, 회사 총무과장으로 기반이 굳어지는 것 같더니.”

“그런데 넌 언제 귀국하는 거야?”

“연장 신청을 했으니까 일 년쯤 더 근무하게 될 거다.”

“잘됐다.”

서동수가 머리를 끄덕이자 우명호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야, 아서라. 나한테 사업자금 대출해 달라는 소리는 먹히지 않을 테니까.”

“딴 놈보다 수수료를 더 줄 테니까.”

“어림없는 소리 말아.”

“세탁소나 갈까?”

불쑥 서동수가 묻자 우명호는 몸을 굳혔다.

 

그러고는 입술만 달싹이며 묻는다.

“너 그렇게 당하고 또 가고 싶어?”

“당하기는? 스릴 만점이었지.”

우명호에게 윤지영, 본명 진희명으로부터 빠져나온 이야기를 해준 것이다.

“연락해 봐.”

서동수가 재촉하자 우명호는 핸드폰을 꺼내 들며 투덜거렸다.

“이 여편네가 지난번 사건으로 우리한테 삐친 모양이야. 요즘은 연락도 안 해.”

우명호를 시켜 전 선생을 보낸 것을 말하는 것이다.

 

버튼을 누른 우명호가 핸드폰을 귀에 붙이더니 곧 어깨를 부풀리며 말했다.

“나요, 우 사장. 추석 잘 지내셨어?”

서동수에게 눈을 끔벅여 보인 우명호가 말을 잇는다.

“누구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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