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6장 중추절(8)
(120) 6장 중추절-15
다음 날 오전,
제사를 마치고 나서 서동수는 바로 떠날 준비를 한다.
옷을 갈아입는 서동수 뒤에 서서 어머니가 물었다.
“중국에서 밥은 어떻게 먹냐?”
“가정부가 아침 저녁은 해줘.”
“아파트에 가정부가 있어?”
“조선족 아줌만데 음식 솜씨가 좋아.”
“몇 살이냐?”
“쉰 살이 훨씬 넘었을걸? 엄니보다 몇 살 아래일 거야.”
“착허냐?”
“부지런하고 깔끔해.”
“가정부는 잘 만났구나.”
옷을 입고 대청으로 나왔더니 서인수와 박애영이 기다리고 있다.
“아주버님, 이렇게 금방 가시면 어떡해요.”
눈물이 글썽한 얼굴로 박애영이 인사를 대신한다.
형은 내성적인 데다 융통성이 없어서 농사꾼이 딱 적격이라고 어머니가 말했었다.
서동수는 형과 딴판으로 흉년에도 밥 굶지 않을 놈이라고 했다.
서동수는 그것이 칭찬인지 험담인지 아직 판단하지 못했다.
“엄니, 형, 형수, 나 갈게.”
하고 셋을 향해 서동수가 건성건성 끄덕였더니 반응이 제각각이다.
어머니는 원수진 사람처럼 노려보았고 형은 서동수의 무르팍만 보았으며 형수는 울먹였다.
마침 조카가 끼어들어 착실하게 인사를 하는 바람에 넷은 다시 움직였다.
“전화해라. 이놈아.”
하고 어머니가 서동수의 뒤에 대고 소리쳤으며
“몸조심하세요.”
하면서 형수가 울먹였다.
콜택시가 대문 앞까지 와서 기다리고 있었으므로 형이 가방을 트렁크에 실어주면서 물었다.
“미혜 찾을 거냐?”
“봐서.”
낮게 대답한 서동수가 형에게 손을 내밀었다.
형수는 물론 어머니가 더 이상 집안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것은 형이 단속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고마워. 형.”
“기운내라. 그리고.”
형이 두 손으로 서동수의 손을 감싸 쥐었다. 두 눈이 번들거리고 있다.
“내가 고맙다. 돈 잘 쓸게.”
택시에 탄 서동수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고 마을이 멀어졌다.
둘은 대문 앞에서, 형은 조금 더 앞쪽에서 택시 꽁무니를 쳐다보고 있을 것이었다.
택시가 시내로 들어섰을 때 서동수가 핸드폰을 꺼내 입력된 번호를 보더니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신호음이 세 번 울리고 나서 응답소리가 울렸다.
“응. 자기야?”
그 순간 서동수는 풀석 웃었다. 그러고는 좌석에 등을 붙였다.
바로 그 소시지, 노터치, 노키스, 후배위다.
단 한마디로 이렇게 분위기를 바꿔주다니,
그리고 이렇게 변할 수가 있단 말인가? 경이롭다.
“자기야, 기다렸어.”
하고 후배위가 다시 말했을 때 서동수는 마음을 굳히고는 물었다.
“내가 지금 서울 올라갈 텐데 오늘 오후에 만날까?”
“그래, 몇 시에?”
“여섯 시쯤, 근데 오늘 추석인데 적당한 장소가 있을까?”
“호텔 있잖아?”
여자가 나긋나긋 말을 잇는다.
“8시에 한라호텔 스카이라운지에서.”
“그런데 참.”
핸드폰을 고쳐 쥔 서동수가 낮게 묻는다.
“자기 이름이 뭐야?”
그러자 여자가 깔깔 웃고 나서 대답했다.
“지영이다. 바보야. 윤지영.”
(121) 6장 중추절-16
8시 정각, 한라호텔 스카이라운지로 들어선 서동수는 창가 좌석에 앉아 있는 윤지영을 보았다.
시선이 마주치자 윤지영은 한쪽 손을 들면서 환하게 웃는다.
오늘은 그날하고 분위기가 다르다.
산뜻한 정장 투피스 차림에 귀에는 귀고리가 반짝이고 있다.
숏커트한 머리와 진청색 정장이 잘 어울렸다.
다가간 서동수가 앞쪽에 앉으면서 감탄했다.
“이야, 환하구나, 눈이 부시다.”
라운지 손님은 외국인이 대부분이었는데 시선이 이쪽으로 집중되었다.
그만큼 윤지영이 관심을 끌고 있었다는 증거다.
“자기도 그러네, 칭다오에서 봤을 때와는 달라.”
눈을 가늘게 뜬 윤지영이 서동수를 보았다.
“메이한테 들었는데 거기서 회사 운영하고 있어?”
“운영은 무슨, 메이한테는 다 사장이지.”
“그럼 뭐 하는데?”
“뭐, 그런 일, 밤에 손님 만나서 세탁소 안방에 들어가는 일.”
“흐흥”
짧게 웃었지만 윤지영의 눈동자가 잠깐 흔들렸다.
둘 다 저녁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둘은 그 자리에서
위스키와 스테이크 안주를 시켜놓고 술을 마신다.
추석날 저녁이어서 발밑의 거리는 차량 통행이 부쩍 줄어들었다.
서동수가 지그시 윤지영을 보았다.
정면으로 보는 것이다. 갸름한 얼굴, 쌍꺼풀이 없는 눈매는 부드럽고 눈이 맑다.
곧은 콧날 밑의 입술은 야무지게 닫혔다가 풀렸을 때 얼굴 분위기가 달라진다.
약간 비음이 섞인 밝은 목소리는 듣기만 해도 성적 자극이 온다.
서동수는 심호흡을 했다.
나이는 30대 중·후반쯤 되었을까?
체격은 보통, 가슴이 좀 큰 편인데 서동수는 관심이 없다.
서동수의 관심은 오로지 하체, 허벅지와 골짜기, 숲, 동굴이다.
그때 윤지영이 피식 웃었다.
“뭘 보니?”
서동수의 시선 끝을 쫓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뭐, 복잡한 것 없어.”
정색한 서동수가 똑바로 윤지영을 보았다.
“추석날 갈 곳 없는 인생이 또 하나 있다는 것이 좀 신기하기도 하고 황당할 뿐이지.”
“그런가?”
“이 호텔에다 방을 잡을까?”
“내가 잡아놓았어.”
윤지영이 핸드백을 열더니 키를 꺼내 서동수 앞에 놓았다.
“이따 자기가 열고 들어가.”
“자기를 업고?”
“여자가 문 열고 남자 데리고 들어가는 게 폼이 안 나잖아?
“그러네.”
“차례는 지냈어?”
그러자 술잔을 든 서동수가 한 모금에 위스키를 삼키고는 묻는다.
“자기, 정말 뒤에서 박는 게 좋아?”
“아니, 솔직히 난 그 체위가 별로야.”
정색한 윤지영이 말을 잇는다.
“그건 별로 안 해봤어. 난 꽃잎이 앞쪽이라 뒤에서는 잘 안 들어가, 자꾸 빠져.”
“그런데 그때는 왜?”
“처음 만난 놈이 위에서 똑바로 쳐다보면서 하는 게 어색하잖아?”
“박는 게 라고 말해봐, 더 자극이 와.”
“박는 게.”
하고나서 윤지영이 제 잔을 한 모금 비우고는 말했다.
“아, 맛있다.”
“거기가 좀 열을 받았나?”
술잔을 든 서동수가 눈으로 윤지영의 아래쪽을 가리켰다.
“딴 여자들은 이 정도면 거기가 축축해지던데.”
의도적으로 시작했지만 호흡은 맞는다.
'소설방 > 서유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63> 6장 중추절(10) (0) | 2014.07.25 |
---|---|
<62> 6장 중추절(9) (0) | 2014.07.25 |
<60> 6장 중추절(7) (0) | 2014.07.25 |
<59> 6장 중추절(6) (0) | 2014.07.25 |
<58> 6장 중추절(5) (0) | 2014.07.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