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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6장 중추절(10)

오늘의 쉼터 2014. 7. 25. 22:37

<63> 6장 중추절(10)

 

(124) 6장 중추절-19

 

 

 

 

 그로부터 35분 후,

 

라운지에서 서동수에게 네 번째 전화를 했던 윤지영이

 

응답 소리가 들리자 눈썹부터 치켜세웠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그러자 수화기에서 낯선 목소리가 울렸다.

“여보세요?”

“아니, 여보세요.”

정신을 차린 윤지영이 핸드폰을 귀에서 떼고 번호를 보았다.

 

서동수 전화번호가 맞다.

 

윤지영이 확인하듯 묻는다.

“거기 서동수 씨 전화 아닌가?”

“맞는데요.”

“바꿔주실 수 있으세요?”

“실례지만 누구십니까?”

사내가 물었으므로 윤지영은 짜증이 났다.

 

서동수가 화장실에서 돌아오지 않는다.

 

서동수가 화장실에서 돌아오지 않는 바람에 술이 다 깨버렸다.

 

그래서 쏟아붓듯이 말했다.

“도대체 거긴 어디죠? 서동수 씨 옆에 있나요? 있으면 바꿔주세요.”

“여긴 마포경찰서인데요.

 

형사과 박 형사라고 합니다.

 

그럼 그쪽이 누구신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그 순간 윤지영이 숨을 들이켰다.

 

핸드폰을 귀에서 뗀 윤지영이 더러운 물건처럼 내려다보다가 힘들게 다시 귀에 붙였다.

 

그리고 묻는다.

“서동수 씨는 어디 있죠?”

“지금 조사를 받고 있는데요. 그런데 누구십니까?”

“저기, 조금 아는….”

“지금 조사 중이라 바꿔드리기 곤란합니다. 이해하시죠?”

그러더니 윤지영이 가만 있는 것이 미안한지 말을 이었다.

“서동수 씨가 수배 중이었는데 불심검문에 걸렸거든요.”

사내의 목소리가 밝은 것이 실적을 올려서 신이 난 것도 같다.

“서동수 씨는 공갈 협박 혐의로 수배 중이었습니다.

 

전과 2범인데 이제 3범이 될 것 같구먼요.”

“…….”

“아세요?”

“아뇨, 잘….”

얼굴이 이미 굳어진 윤지영이 우물거렸더니 형사의 말이 빨라졌다.

 

이제 보니 고약한 사내였다.

 

마치 이런 놈하고 상종하지 말라고 충고를 하려는 것 같다.

“서동수 씨는 여자를 유혹, 관계를 맺고 나서 현장 사진을 찍거나

 

동영상 화면을 만들어서 여자들을 협박, 금품을 갈취해 왔습니다.

 

똑같은 범죄를 저질러서 각각 1년, 2년형을 살고 나왔는데

 

지난달에 다시 같은 사건을 일으켰죠.

 

이번에는 여자가 신고를 해서 잡을 수가 있게 된 겁니다.”

그러더니 형사가 불쑥 묻는다.

“혹시 그쪽도 이런 일로 엮이신 건 아니겠지요?”

“천만에요.”

해놓고 윤지영이 숨을 들이켰다가 말했다.

“전화 끊겠어요.”

핸드폰의 전원을 끊은 윤지영이 어금니를 물었다.

 

호텔 방까지 잡아놓은 것이다.

 

거기에다 양주를 두 병이나 시켰다.

 

그 시간에 서동수는 우명호로부터 핸드폰을 돌려받는다.

 

서울 집에 있던 우명호를 불러낸 것이다.

 

전화로 자초지종을 말해 주었더니 추리닝 바람으로 달려와 주었다.

 

우명호의 집이 호텔에서 택시로 5분 거리인 회현동이기도 했다.

 

둘은 남대문 근처의 호텔 커피숍에서 마주 앉아 있었는데 이곳은 손님이 그들 둘뿐이다.

 

새삼스럽게 주위를 둘러본 우명호가 입맛을 다시면서 말했다. 

 

“얀마, 추석날 밤에 이게 뭐냐? 너, 우리집에 갈래?”

그러자 서동수가 질색을 하면서 일어섰다.

“내가 미쳤냐? 호텔 방 들어가서 잘란다.”

 

 

 

 

(125) 6장 중추절-20

 

 

 

다음 날 오전 10시 반,

 

서동수는 말끔한 모습으로 시청 앞 플라자호텔의 커피숍에 앉아 있다.

 

아침에 호텔에서 사우나까지 하고 나왔기 때문이다.

 

지저분해진 기분을 바꾸려는 의도였는데 효과는 있는 것 같다.

 

온몸이 개운했기 때문이다.

 

그때 커피숍으로 오정미가 들어섰으므로 서동수의 몸에 긴장감과 함께 에너지가 축적되었다.

 

오정미는 정보회사 과장으로 박서현의 뒷조사를 맡겼다.

 

더욱이 산뜻한 용모의 30대다.

 

가볍게 목례를 한 오정미가 앞쪽에 앉더니 지그시 서동수를 보았다.

 

탐색하는 것 같은 시선이다.

“추석 잘 지내셨어요?”

그렇게 오정미가 물었으므로 서동수는 쓴웃음을 지었다.

 

오정미가 어젯밤 일을 알고 물은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예, 덕분에.”

건성으로 대답한 서동수가 시선을 주었더니

 

오정미는 들고 온 서류봉투에서 서류를 꺼내며 말했다.

“어제도 박서현 씨는 김경호 씨를 만났습니다.”

오정미가 탁자 위로 사진을 꺼내 놓았는데 얼핏 봐도 박서현의 모습이 보였다.

“박서현 씨 집 근처 모텔입니다.”

이제는 오정미가 외면하고 말했다.

 

서동수는 사진을 집어 한 장씩 보았다.

 

사진 묶음은 제법 두꺼웠는데 남자얼굴도 선명하게 드러났다.

 

박서현과 둘이 모텔로 들어가고 나오는 장면이다. 박서현은 당당했다.

 

모텔에서 나올 때도 턱을 치켜들고 있다.

 

조금 뒤에서 나오는 남자 놈은 키도 서동수보다 작은 데다 왜소했다.

 

코도 작다.

 

그때 오정미의 목소리가 울렸다.

“오후 9시 반에 박서현 씨 부모 집 앞에서 만나 곧장 모텔로 갔다가 11시에 나왔습니다.”

“…….”

“모텔 앞에서 바로 헤어지더군요.”

“…….”

“그런데요.”

머리를 든 서동수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오정미가 입술 끝을 찌푸리며 웃었다.

“마리오란 남자, 본명은 김경호인데요,

 

전과 3범입니다.

 

사기, 공갈협박 혐의로 교도소에서 4년 살았습니다.”

서동수의 어깨가 저절로 늘어졌고 오정미는 말을 잇는다.

“타고 다니는 차도 대포차고, 지금은 신촌의 오피스텔이 주거지로 되어 있는데

 

어젯밤 제가 아는 사람한테 부탁해서 불심검문을 했더니 진면목이 드러났습니다.”

“…….”

“박서현 씨
하고는 깊은 관계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한테 의뢰하신 날부터 사흘 동안에 두 번이나 모텔에 가는 걸 보면 그렇습니다.”

“…….”

“덕분에 조사가 쉬웠어요.

 

박서현 씨 부모님 댁에 찾아가 보니까 마리오,

 

즉 김경호가 집 앞에 주차시킨 차에서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

“그날도 김경호의 대포차를 타고 나가서 근처의 모텔로 들어가더군요.”

그것을 사진으로 찍었다.

 

박서현이 김경호의 팔을 끼고 당당하게 모텔로 들어간다.

 

한낮이다.

 

그동안 딸 미현은 할머니하고 집에 있었을까?

 

머리를 든 서동수가 오정미를 보았다.


“난 이 여자가 하루에 열 놈하고 그 짓을 해도 관심이 없습니다. 그런데…….”

“딸 때문이죠?”

불쑥 물은 오정미가 다시 입술 끝으로 웃는다.

“이미 양육권은 주셨지만 협의를 하실 수 있어요.

 

그리고 이 여자도 남자하고 놀고 싶어서 딸이 귀찮을 지 모르니까요.”

 


오정미도 박서현을 ‘이 여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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