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6장 중추절(6)
(116) 6장 중추절-11
다음날 오전 10시,
서동수는 시청 앞쪽 소공동의 지하 커피숍으로 들어섰다.
계산대 앞에서 안을 둘러보았더니 기둥 옆에 혼자 앉아있던 여자가 손을 들었다.
젊고 괜찮은 용모의 여자였으므로 서동수의 가슴이 뛰었다.
다가간 서동수가 겨드랑이에 말아서 끼우고 있던 신문을 빼어 탁자 위에 놓았다.
이것이 알아보는 표시였던 것이다.
자리에 마주 보고 앉았을 때 여자가 물었다.
“서 선생님 맞으시죠?”
“예, 오정미 씨군요.”
서동수가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 건네자 머리를 숙여 보인 여자도 명함을 내밀었다.
강정만이 다니는 건설회사가 주 고객이라는 것이다.
서동수가 제 또래의 여자를 우두커니 보았다.
막상 말을 꺼내려니 어색했기 때문이다.
그때 여자가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집안일이라고 하셨죠? 제가 여자라서 좀 어색하신가 봐요.”
여자의 시선을 받은 서동수가 어깨를 폈다.
“내 전처 뒷조사를 하려구요.”
이제는 여자가 머리만 끄덕였고 서동수가 말을 잇는다.
“그 여자가 지금 남자를 만나고 있는 것 같은데 그 남자놈에 대해서 알아야겠습니다.
그 여자하고의 관계도 말이지요.”
한번 입이 터지니까 술술 나오면서 열기가 띠어졌다.
“왜냐하면 그 여자가 내 딸, 여섯 살짜리 딸을 데리고 산단 말입니다.
이제 친정집에 들어가 살 모양인데 딸을 친정 부모한테 맡기고 놀아날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런 여자니까요.”
“…….”
“여기 그 여자 전화번호, 친정집 주소하고 전화번호도 적어 놓았습니다.”
서동수가 여자 앞에 접혀진 쪽지를 내려놓고 말을 잇는다.
“그리고 거기 그 여자 ‘카페’도 적어 놓았습니다.
거기 가입하시면 회원인 ‘마리오’란 놈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바로 그놈이 그 여자하고 깊은 관계인 것 같아요.”
그러자 여자가 머리를 끄덕이며 쪽지를 집어 들었다.
“알겠습니다. 언제까지 알아봐 드릴까요?”
“내 휴가가 일주일간이니까 늦어도 나흘 후까지는.”
“알겠습니다.”
선선히 응낙한 여자가 마음에 들었으므로 서동수가 심호흡을 하고 나서 묻는다.
“저기, 얼마 드리면 되죠?”
“강 과장님이 지불하셨습니다.”
순간 놀란 서동수가 눈만 크게 떴고 그것을 본 여자가 눈웃음을 쳤다.
“친구로서의 도리라고 하시데요.
강 과장님한테서 대충 말씀을 들었습니다.”
“이런.”
“무슨 일 있으면 전화 드려도 되지요?”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저, 혼자올시다. 언제라도 연락하시면 됩니다.”
그러자 오정미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먼저 ‘카페’에 가입부터 해야겠네요. 그럼 다시 연락 드리겠습니다.”
오정미가 커피숍을 나갔을 때 서동수가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가 다시 놓았다.
강정만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나중에 하기로 했다.
오정미에게 친구로서의 도리라고 했다는 것이 좀 우습기도 했고 서러운 느낌도 들었다.
강정만은 지 와이프한테 현장을 들킨 놈이다.
여자하고 홀랑 벗고 레슬링을 하는 장면을 호텔방문을 따고 들어온 와이프가 본 것이다.
그래도 지금 둘은 잘만 산다.
더구나 와이프는 박서현보다 더 미인이다.
이게 인간사다.
(117) 6장 중추절-12
“어, 이 사람, 고향에는 언제 가려고.”
서동수가 들어서자 윤명기는 반색을 하면서도 걱정을 해주었다.
“어서 오세요.”
윤명기의 부인도 활짝 웃는 얼굴로 반긴다.
함께 귀국한 남매도 서동수에게 인사를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오후 5시 반, 추석 전날이다.
서동수가 들고 온 갈비세트는 부인에게 건네 주었지만 헝겊가방은 들고 소파에 앉았다.
부인은 이미 오늘 서동수가 온 용건을 알고 있는 것 같다.
바로 주방으로 가더니 등을 보이며 차 준비를 하는 것을 보면 그렇다.
서동수가 꾸물거리지 않고 헝겊가방을 윤명기 앞에 놓았다.
“3000만 원입니다.”
“으음.”
신음 같은 탄성을 뱉은 윤명기가 정색하고 서동수를 보았다.
“별일 없겠나?”
“다 저 혼자서 처리한 겁니다. 환전도 제 친구 시켜서 했고, 또.”
윤명기의 시선을 받은 서동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제 친구한테도 이런 이야기는 안 합니다.
제가 공장장님께 누를 끼치면 되겠습니까?”
“그렇다고 너 혼자 책임을 지면 안 되지.”
했다가 윤명기는 부인이 찻잔을 들고 다가오는 바람에 입을 다물었다.
찻잔을 내려놓은 부인이 윤명기 옆에 앉더니 묻는다.
“아이는 만나셨어요?”
미혜를 묻는 것이다.
순간 숨을 들이켰던 서동수가 웃음을 띠고 대답했다.
“예, 만났습니다.”
“반가워하죠?”
“예.”
둘은 서동수가 이혼한 것도 아는 것이다.
더 이상 이야기가 이어지면 곤란할 것 같았으므로 서동수가 엉거주춤 엉덩이를 들었다.
“공장장님, 차 시간 때문에 저는 이만….”
“어? 열차표 예약해 놓았나?”
“예.”
“그럼 가야지.”
따라 일어선 윤명기가 다가와 서동수의 손을 쥐었다.
얼굴에 진심으로 고맙다는 표정이 떠올라 있다.
“이봐, 고맙다.”
서동수의 손을 흔들면서 윤명기가 말했고 옆으로 다가온 부인이 말을 잇는다.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서 과장님.”
“아닙니다, 제가 더.”
허리를 굽혀 보인 서동수가 이제는 정색하고 둘을 보았다.
“제가 행복합니다. 신의를 지키겠습니다.”
바로 이것이다.
윤명기는 아파트 현관 밖으로 배웅 나와 주었는데 손을 흔들어 주기까지 했다.
거기서 나온 서동수가 손목시계를 보았다.
아직 6시도 안 되었다. 추석 전날이어서 거리는 한산하다.
열차표는 11시 반 막차를 끊어 놓았는데 될 수 있는 한
어머니와 형 부부의 ‘문초’ 시간을 줄이려는 의도였다.
서울로 돌아오는 표는 내일 오후 1시 표로 끊었다.
제사만 지내고 바로 떠날 작정이다.
서동수가 임시 숙소로 정한 인사동의 ‘국빈’ 모텔로 돌아왔을 때는 8시쯤이었다.
저녁을 먹고 들어온 것이다.
아직도 시간이 꽤 남았기 때문에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워 TV를 보던 서동수는
탁자 위의 핸드폰이 진동으로 떠는 것을 보았다.
집어든 서동수는 발신자부터 체크했다.
모르는 번호다.
누구인가? 잠깐 동안이었지만 서동수의 눈앞으로 10여 명의 남녀 얼굴이 스치고 지나갔다.
추석 전날,
이 시간에 전화를 할 만한 인간은 없다.
그러나 서동수는 핸드폰을 귀에 붙였다.
“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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