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서유기

[47] 5장 대륙(5)

오늘의 쉼터 2014. 7. 25. 19:47

 

[47] 5장 대륙(5)


 

(9) 5장 대륙-9

 

 

 

 

과욕(過慾)은 금물이다.

 

지나친 것은 없는 것보다 못하다.

 

과식, 과음, 또는 과로,

 

직장인뿐만 아니라 인간 모두에게 과(過)한 것은 위험하다.

 

그러나 누구나 절제할 수가 있겠는가?

 

그날 밤 서동수는 떠나보낸 거금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려고 술을 마신다.

 

술 상대는 우명호, 저녁에 청양의 한국식당에서 만나 낚지볶음에 소주를 두 병쯤 마셨더니

 

우명호가 발동(?)이 걸렸다.

“야, 조 사장한테 가자.”

술기운으로 벌게진 우명호가 서동수를 보았다.

“그, 탈북자 말야, 내가 오늘 너하고 간다고 연락했으니까 지금쯤 가게에 와있을 거다.”

그날 밤 이후로 우명호를 처음 만나는 것이다.

 

그날 화장실에서 들은 이야기를 우명호에게 전해주지 않았다.

 

잊어버리는 것이 가장 낫다.

 

길길이 뛰어봤자 나만 손해다.

 

그리고 우명호한테 소식을 전해줄 필요도 없는 것이다.

 

이놈도 탈북자를 가장한 년을 껴안고 감동을 했겠지만 앞으로 실컷 당했으면 하는 것이

 

서동수의 본심이다.

 

조 사장 가게를 소개시켜 준 것이 이놈이기 때문이다.

 

술잔을 든 서동수가 지그시 우명호를 보았다.

“그, 네 파트너 탈북자 말이다.”

탈북자를 한 번 강조한 후에 서동수가 말을 잇는다.

“좀 불쌍하게 보이던데, 얼마 주었냐?”

“응, 1만 위안쯤 주었나?”

 

하더니, 우명호는 평소에 인색했던 것이 떠올랐는지 헛기침을 하고 나서 말을 잇는다.

“동생하고 같이 탈북했는데 동생이 장을 떼어내는 수술을 한다는 거다.”

“….”

“두만강을 넘다가 떨어져 다쳤다는 거다. 그래서 돈 좀 썼다.”

“….”

“이것도 애국하는 것 아니냐?”

 

하고 우명호가 웃지도 않고 물었으므로 서동수는 심호흡을 했다.

 

콧구멍이 벌렁대는 느낌이 든 서동수가 어금니를 물고 나서 말했다.

 

“오늘은 놔두고 다른 곳 알아 봐.”

“왜? 네 파트너도 너 만나기를 기다린다고 하던데… 금순이가 그랬어.”

그러고 보니 우명호의 파트너 이름이 금순이다.

 

와락 부아가 치밀어오른 서동수가 다시 심호흡을 했다.

 

옥분이와 금순이,

 

오랜만에 듣는 ‘한국식 이름’,

 

그 이름을 들은 순간 어지러운 서양음악 속에서 홀연히 들려온

 

 ‘국악’소리 같은 느낌이 들었지 않았던가?

 

서동수가 눈을 치켜뜨고 우명호를 노려보았다.

“이 새끼야, 걘 너무 커.”

“응? 누가?”

 

했다가 곧 우명호가 정정했다.

“뭐가?”

“구멍이.”

이제는 우명호가 눈만 껌벅였고 서동수가 말을 잇는다.

“걘 105밀리 대포야, 난 기관총탄이고, 알아들어?”

“히이, 그렇게나 커?”

입 안의 침을 삼킨 우명호가 눈을 둥그렇게 떴다.

“네 것도 대단한데 그럼 내 건 소총탄이 되겠다야.”

화제가 금방 바뀌어졌으므로 서동수가 한 모금에 소주를 삼켰다.

 

그대로 믿는 우명호를 보자 다 말해주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지만 다시 참는다.

 

조금 더 뜯겨봐야 한다.

 

그날, 화장실 변기에 앉아 온몸에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을 받던 순간이 지금도 생생하다.

 

집에 돌아와 샤워기 밑에서 30분은 서 있었을 것이다.

 

그때 우명호가 말했다.

“그럼 다른 곳을 가보자구.”


 

 

 

(10) 5장 대륙-10

 

 

 

 

우명호가 데려간 곳은 청양 변두리의 이층 카페다.

 

말이 카페지 간판도 없고 세탁소 안쪽 계단으로 올라가는 바람에 세탁소로 들어가는 줄 알았다.

 

카페는 20평쯤 되었고 옆쪽은 바, 안쪽에 룸이 두 개, 홀에는 테이블이 세 개 놓였는데

 

밤 9시가 되었는데도 텅 비었다.

 

헐레벌떡 달려온 여자가 사장인 것 같다.

“어서 오세요.”

하고 한국말을 했는데 어색했다.

 

조선족 말투가 아니다.

 

여자의 안내로 안쪽 방에 들어가 앉았더니 우명호가 먼저 서동수를 소개했다.

“서 사장이야. 빅 바이어니까 잘 모셔.”

“알겠습니다.”

이러면서 여자가 서동수에게 머리를 숙여 절을 했다.

 

두 손이 차렷 자세로 내려져 있어서 또 이상했다.

 

여자가 머리를 들었을 때 서동수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

“중국인이시죠?”

“네, 맞습니다.”

“양주, 그리고 마른 안주.”

그때 우명호가 그렇게 말하는 바람에 여자가 서둘러 방을 나갔다.

 

방은 룸살롱 방답지 않게 밝다.

 

너무 환해서 술이 다 깨는 것 같고 그것도 우스웠다.

“이거 뭐야? 주인이나 가게나 영 어울리지 않구먼 그래.”

서동수가 방안을 훑어보는 시늉을 하면서 비죽거렸더니 우명호가 웃었다.

“그렇지? 어색하지?”

“세탁소 이층인 것도 그렇고, 손님은커녕 여자도 한 명 없잖아, 인마.”

“이상하지?”

“혹시 여기 약 먹는 데 아니냐?”

“큰일 날 소리.”

정색한 우명호가 머리까지 저었다.

“중국에선 죽어, 인마. 진짜 사형이야.”

“그럼 뭐냐?”

이맛살을 찌푸린 서동수가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가 뭐냐고? 인마?”

“곧 두 명이 온다고 했다.”

“누가?”

놀란 서동수가 허리를 폈다.

 

금순이와 옥분이를 떠올린 것이다.

 

그때 서동수의 표정을 본 우명호가 쓴웃음을 지었다.

“걔들 아녀. 다른 여자들이야.”

“누군데?”

“마침 연락이 온 여자들이 있대.”

“글쎄 누구냔 말야?”

그때 문에서 노크소리가 들리더니 주인 여자가 들어섰고 뒤를 두 여자가 따른다.

 

그순간 서동수가 숨을 들이켰다.

 

여자들은 점퍼에 바지 차림이다.

 

그리고 골프화를 신었다.

 

40대 중반쯤 되었을까?

 

이쪽을 훑어보는 시선이 도도하다.

 

마치 물건을 고르는 것 같다.

 

옆에 선 주인여자가 말했다.

인사하세요. 여긴 김 여사님, 오 여사님.”

“어서오십셔.”

하면서 우명호가 벌떡 일어섰으므로 서동수도 엉거주춤 엉덩이를 들었다.

 

그때였다.

 

오 여사라고 불린 여자가 거침없이 다가오더니 서동수 옆에 앉는다.

 

그러자 다른 여자가 싱긋 웃더니 우명호의 옆으로 다가갔다.

 

서동수가 다시 주춤거리면서 자리에 앉았을 때 오 여사가 주인여자에세 물었다. 

 

“술 시켰죠?”

“예, 사모님.”

두 손을 모은 주인여자가 공손한 표정으로 오 여사를 보았다.

 

그러자 오 여사가 거침없이 말을 잇는다.

“술은 손렌타인 18년으로 가져와요. 안주는 땅콩. 그리고 칭다오 맥주.”

“예, 사모님.”

머리를 숙여보인 주인여자가 방을 나갔을 때 오 여사가

 

그때서야 서동수의 얼굴을 똑바로 보았다.

 

오 여사 눈가에 잔주름이 많다.

 

40대가 넘은 것 같다. 

'소설방 > 서유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49] 5장 대륙(7) [50] 5장 대륙(8)  (0) 2014.07.25
[48] 5장 대륙(6)  (0) 2014.07.25
[46] 5장 대륙(4)  (0) 2014.07.25
[45] 5장 대륙(3)  (0) 2014.07.25
[44] 5장 대륙(2)  (0) 2014.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