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5장 대륙(3)
(89) 5장 대륙-5
“김옥분입니다.”
하고 옆에 앉은 여자가 인사를 한 순간 서동수는 감동(感動)한다.
요즘은 예쁘고 세련된 이름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
그래서인지 김옥분의 이름을 듣는 순간 랩과 온갖 신(新)음악의 소음 속에서
갑자기 ‘국악’ 한자락이 울린 것 같은 느낌을 받은 것이다.
화장기가 없지만 여자의 피부는 맑다.
맑은 눈이 서동수를 응시한 채 떼어지지 않는다.
앞쪽에서는 우명호가 여자한테 열심히 수군대는 중이다.
이제 우명호도 ‘노력’하고 있다.
그때 여자가 말을 이었다.
“자강도 강계에서 탈북한 지 두 달 되었습니다.”
자강도라면 토끼 머리 꼭대기 지역이다.
그 옆쪽 푹 파인 곳에서 귀 밑부분이 양강도, 그쯤은 안다.
입맛을 다신 서동수가 물었다.
“이런 곳에서 돈 벌어서 뭐 하려고 그럽니까?”
“남한으로 가려구요.”
거침없이 말한 여자가 길게 숨을 뱉는다.
“북한에서 나올 때 브로커한테 돈을 빌렸어요.
그 돈을 갚아야 합니다.”
“얼마나?”
“중국 돈 3만 위안.”
“그럼 그 브로커가 이곳을 소개시켜 준 겁니까?”
“맞습니다.”
그때 술과 안주가 놓여졌고 종업원을 따라 들어온 조 사장이
방안 눈치를 보더니 슬그머니 나갔다.
서동수가 제 잔에 양주를 따르면서 김옥분에게 다시 묻는다.
“지금까지 손님 몇 명이나 받았습니까?”
“안 받았습니다.”
얼굴이 붉어진 김옥분이 머리를 저었다.
시선이 옆으로 돌려졌고 스커트 귀퉁이로 움켜진 손에 힘이 쥐어졌다.
“선생님이 처음입니다.”
“그럼 가족은?”
“부모님은 다 돌아가시고 여동생이 하나 있었는데 지금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릅니다.”
김옥분이 다시 머리를 숙였으므로 서동수는 심호흡을 했다.
그때 앞쪽 우명호가 서동수에게 물었다.
“야, 위층으로 가서 이야기하자.”
위층이 바로 모텔이다.
이곳도 서울식으로 원스톱 시스템이 돼 있는 것이다.
서동수의 시선이 테이블로 옮겨졌다.
양주병은 삼분지 일쯤 비워졌을 뿐이다.
그러나 누가 이곳으로 양주 마시러 왔단 말인가?
서동수가 우명호에게 말했다.
“계산서 하고 방 키 가져오라고 해.”
그리고 10분 후에 서동수와 김옥분은 위층 방에 들어와 있다.
밤 9시밖에 되지 않았으니 서동수는 일찍 2차를 시작한 신기록을 뽑았다.
어깨를 편 서동수가 저고리를 벗어 던지면서 말했다.
“자, 벗고 뜁시다.”
이렇게 나오는 이유가 있다. 분위기를 가볍게 만들려는 것이다.
마치 독일군 앞에 선 유대인 수용소원처럼 김옥분이 굳어져 있기 때문이다.
서동수가 바지까지 벗어 던졌을 때 김옥분이 주춤거리며 묻는다.
기를 쓰고 시선이 올라갔다가 곧 내려진다.
“저기, 선생님, 돈은.”
“아, 돈.”
커다랗게 말한 서동수가 팬티 바람으로 바지에서 지갑을 꺼내 1백 위안권을 집어 내어
김옥분에게 내밀었다.
“가진 게 이것뿐이오. 4천 위안쯤 될 겁니다. 됐어요?”
차비 1백 위안만 빼놓고 다 준 것이다.
그러자 김옥분이 두 손으로 돈을 받더니 싸구려 비닐 가방에 넣었다.
그러고는 스커트부터 벗었는데 드러난 하체가 풍만했다.
서동수는 어느새 입 안에 고인 침을 삼킨다.
(90) 5장 대륙-6
뜨거운 뱀이다.
검은 뱀, 뱀은 거대한 몸통으로 서동수를 휘감고 있다.
열기 속의 비린내, 서동수는 하체가 용암 속에 빠진 것 같다.
방의 불은 김옥분이 다 꺼놓아서 엉킨 몸의 격한 탄성과 숨소리,
그리고 골짜기에서 솟아오른 비린 용암 냄새만 어둠 속을 뒤덮고 있다.
다시 김옥분이 탄성을 뱉으면서 하반신을 솟구쳤으므로 서동수는 이를 악물었다.
강하다,
지독한 쾌감이 휘몰려온 순간 서동수는 김옥분의 입술에 키스했다.
김옥분이 받아들이면서 혀로 감싸주기까지 한다.
“으음.”
서동수는 신음했다.
자신의 하체가 불타고 있다.
아니, 용암 속으로 녹아들고 있다.
그 순간 김옥분이 두 손으로 서동수의 엉덩이를 움켜쥐었으므로 화산이 폭발했다.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용암도 솟아오른다.
서동수는 자신의 몸이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느낌을 받는다.
몸에 엉킨 뜨거운 뱀과 함께, 행복하다.
감동으로 벅찬 서동수는 이 순간이 정지하기를 소망한다.
“저 갈게요.”
김옥분의 목소리가 들린 순간 서동수는 눈을 떴다.
어느덧 옷을 다 차려입은 김옥분이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정색한 김옥분이 머리를 숙여 절을 했다.
“잊지 않을게요.”
“잠깐만.”
상반신을 일으킨 서동수가 김옥분을 보았다.
깜빡 잠이 들었다.
“연락처는?”
“가게 조 사장님한테 말씀하시면 됩니다.”
“아아.”
“그럼 선생님 안녕히.”
다시 절을 한 김옥분이 몸을 돌리더니 방을 나간다.
문이 닫혔을 때 서동수는 문득 시선을 내려 자신의 알몸을 내려다보았다.
아직 씻지 않아서 하반신은 젖었다.
왠지 씻기가 싫은 것이다.
이런 기분은 처음이다.
탈북녀, 브로커 비용을 갚으려는 탈북녀와의 섹스,
내가 나쁜 놈이다.
머리를 젓고 난 서동수가 그대로 옷을 입는다.
모텔 복도로 나왔을 때는 10시 10분,
아주 어중간한 시간이다.
엘리베이터에 오른 서동수가 버튼을 노려보다가 바로 아래층의 버튼을 눌렀다.
블루카페다.
조 사장을 만나 김옥분과의 다음 만남을 약속 받으려는 것이다.
브로커 비용을 더 내줄 용의도 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서동수가 블루카페 입구 바로 옆의 화장실로 들어섰다.
갑자기 배 속이 거북했기 때문이다.
화장실 안쪽의 문을 열고 들어가 양변기 위에 앉았을 때 안으로 들어서는 인기척이 들렸다.
두런거리는 목소리가 조선족 종업원들이다.
둘 다 소변기 앞에 섰는지 한 놈이 말했다.
“미나가 4천원 벌었다는데.”
“4천원?”
하고 다른 목소리가 물었다.
“진짜야?”
“응, 사장 앞에서 돈 내놓고 이야기하는 거 들었어.”
그때부터 서동수가 이맛살을 찌푸렸고 종업원의 말이 이어졌다.
“아이디어가 좋아. 못생긴 년을 탈북자로 바꿔치기 한 것 말야.”
“그게 사장 아이디어지? 과연.”
“미나 그년은 계속 안 팔리다가 탈북자 행세를 하고나서 요즘 몇 만 위안 챙겼어.”
“미나 그년 이름을 뭘로 바꿨지?”
“옥분이.”
그러자 둘은 소리 내서 웃었다.
둘이 화장실을 나가자 서동수가 변기에 앉은 채 길게 숨을 뱉는다.
그러자 온몸이 근질거렸고 씻지 않은 몸에서 악취가 솟아나는 느낌이 들었다.
서동수는 어금니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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