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서유기

[44] 5장 대륙(2)

오늘의 쉼터 2014. 7. 25. 19:43

 

[44] 5장 대륙(2)


 

(87) 5장 대륙-3

 

 

 

 

“그래? 좋은 생각이다.”

서동수의 보고를 들은 윤명기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윤명기쯤 되는 위치면 결단이 느린 것이 정상이다.

 

위로 올라갈수록 결단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이다.

 

경솔하게 결정했다가는 회사 존립에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동수는 보고할 때 사건 내용은 짧게 요약한 반면 대책은 될 수 있는 한

 

여러 가지를 내놓았다.

 

그것도 짧게, 그래서 윤명기는 보고가 끝났을 때 바로 결정을 할 수가 있었다.

윤명기가 머리를 끄덕였다.

“그럼 화란한테 이야기하겠습니다.”

“아니, 내가 먼저 본사에 보고를 하는 것이 순서다.”

“알겠습니다.”

“네 보고를 들으면서 본사에 있는 그대로 보고를 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다 네 덕분이다.”

당황한 서동수가 시선을 내렸다.

 

그러나 서동수의 행동이 계기가 된 것은 분명했다.

 

영리한 인간은 반면교사(反面敎師)가 되기 전부터 계시를 받는다.

 

타인의 긍정적인 부분에서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어내는 것이다.

 

윤명기의 입장이 그렇다.

서동수의 생각에 새 아이디어를 추가시킨다.

 

이것이 시너지 효과이고 호흡이 맞는 상하관계다.

“이것을 계기로 현지공장의 위상을 업그레이드시켜야겠다.

 

그 전체적인 계획을 세우도록 하자.”

윤명기가 손을 권총처럼 만들더니 서동수를 겨누었다.

“네가 실무를 맡아, 본사에 그렇게 보고할 테니까, 투자 및 홍보계획 말이다.”

“알겠습니다.”

“회장님도 분명 받아들이실 거야, 중국 공장을 세우신 분이 바로 회장님이셨거든.”

자리에서 일어선 서동수가 두 눈을 번들거리는 윤명기를 향해 머리를 숙여 보이고는 방을 나온다.

 

절정에 올랐을 때 쑥 빼는 것이 중요하다.

 

오래 박고 있으면 양쪽 다 무안해진다.

 

사무실로 돌아온 서동수가 회의실로 이인섭과 화란을 불렀다.

 

둘이 앞쪽에 앉았을 때 서동수가 영어로 말했다. 

 

“산동실업 리베이트는 중국 복지를 위해 투자하기로 공장장이 결정했어.”

화란의 두 눈에 생기가 띠어졌지만 경솔하게 나대지는 않는다.

 

이인섭은 잠자코 시선만 주었고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공장장이 본사에 보고를 한다고 했으니까 우린 기다리면 돼.”

“알겠습니다.”

대답은 이인섭이 했다.

 

그러고는 이인섭이 화제를 돌린다.

 

지금 이인섭도 화란이 듣도록 영어로 말하고 있다.

“동북건설을 대체할 건설회사 말씀인데요,

 

성화건설에서 조금 전에 저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나머지 한 곳이 어디라고 했지?”

불쑥 서동수가 묻자 이인섭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쪽은 아직 연락도 안 한 것이다.

 

그리고 그쪽도 적극적이지 않은 것 같다.

 

연락이 오지도 않았다.

“예, 국제공사인데요.”

이인섭이 노트를 펼치면서 말을 잇는다.

“연락을 해볼까요?”

“성화건설하고 경쟁을 시켜야지.”

정색한 서동수가 말을 잇는다.

“그래야 정상 아닌가?”

애초부터 믿지는 않았다.

 

같은 실수를 두 번 되풀이하면 직장생활인 자격이 없다!

 

 

 

 

 

(88) 5장 대륙-4

 

 

 

장연지의 전화가 왔을 때는 퇴근 무렵인 오후 5시 반이 넘었을 때다.

“오빠, 요즘 바빴어?”

코가 막힌 목소리로 장연지가 묻자 서동수의 얼굴에 저절로 웃음이 떠올랐다.

자신이 가게 종업원 취급을 받았을 때가 떠오른 것이다.

 

그것뿐이다.

 

돈 아깝다는 생각도 배신감도 들지 않는다.

 

준 만큼은 받았기 때문이다.

“아니 별로, 그나저나 오랜만이다.”

하고 인사를 하였을 때 장연지가 말했다.

“나 오늘은 가게 안 나가고 쉬어. 오늘 바빠?”

그순간 서동수의 눈 앞에 장연지의 아파트 베란다에 서있던 사내의 모습이 떠올랐다.

“응, 오늘 약속이 있어.”

“그럼 할 수 없지 뭐, 우리집에서 한잔 마시려고 했는데.”

“다음에 가지.”

이제는 장연지의 집에 가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전화기를 내려놓은 서동수가 물끄러미 앞쪽을 보았다.

 

이인섭은 열심히 전화를 하는 중이었고 화란은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퇴근 무렵이어서 자다 깬 사람들처럼 활기가 일어나는 분위기였다.

 

서동수는 다시 전화기를 들고는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신호음이 세 번 울리더니 곧 응답소리가 울렸다.

“여보세요.”

우명호다.

“나다. 오늘 좋은 건수 없냐?”

대뜸 서동수가 묻자 우명호는 큭큭 웃고 나서 대답했다.

“조 사장한테 만들어 보라고 하지.”

“그럼 몇시에 볼까?”

“거추장스러우니까 아예 밥 먹고 8시에 블루에서.”

그렇게 약속이 잡혀졌다.

 

그리고 8시에 둘은 ‘블루’ 카페의 밀실에서 마주 앉아 있다.

 

우선 칭다오의 유명한 맥주로 입가심을 하면서 우명호가 말했다.

“조 사장이 특별 서비스를 한다고 했는데 뭔지 모르겠군.”

“베이징에서 공수해 오는 거냐?”

시큰둥한 표정으로 서동수가 물었을 때 문이 열리더니 조 사장과 두 여자가 들어섰다.

 

그순간 서동수는 숨을 들이켰다.

 

시선이 여자들에게 박힌 채 떼어지지 않는다.

 

우명호도 마찬가지다.

 

몸을 굳힌 채 눈을 치켜뜬 표정이다.

 

여자들의 용모는 평범했다.

 

몸매도 보통이다.

 

차림새도 수수했다.

 

길가는 여자를 그냥 끌고 들어온 것 같다.

 

두 여자 모두 죄를 짓고 잡혀온 것처럼 시선을 내린 채 서 있었는데

 

서동수는 여자들을 본 순간부터 느끼고 있었다.

 

북한 여자다.

 

탈북자,

 

그때 조 사장이 말했다.

 

 긴 시간 같았지만 3초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다.

“예, 탈북자들이십니다.”

조 사장의 뒤쪽 경어가 묘하게 거슬렸지만 서동수는

 

잠자코 여자들에게 시선을 준 채 듣는다.

 

우명호도 마찬가지다. 이런 일은 처음 겪는 것 같다.

 

조 사장이 말을 이었다.

“부담 갖지 마시구요.

 

다른 여자들하고 똑같이 비즈니스로 상대하시면 됩니다.

 

이분들도 그러시려고 오신 것이니까요.”

 

“아, 시발.”

마침내 우명호가 입을 열었다.

 

얼굴이 굳어져 있다.

“말만 들었다가 놀랐잖아?

 

이러다가 나도 북한으로 끌려가는 거 아냐?”

“그런 일 없습니다.”

쓴웃음을 지은 조 사장이 손까지 저었다.

“우선 이분들이 자원해서 오신 것이니까요.

 

거북하시면 모시고 나갈까요?”

그때 서동수가 말했다.

“그냥 두쇼. 먼길을 오셨는데, 자 앉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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