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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5장 대륙(4)

오늘의 쉼터 2014. 7. 25. 19:46

 

[46] 5장 대륙(4)


 

(91) 5장 대륙-7

 

 

국제공사 사장 유원은 영어에 유창했다.

 

40대 중반쯤의 나이에 옷차림도 세련되었고 행동도 자연스러웠다.

 

회사의 회의실 안이다.

“저한테까지 순서가 오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인사를 마치고 앉았을 때 유원이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물론 영어로 말하고 있다.

 

이인섭은 굳어진 표정이었고 유원이 말을 잇는다.

“경쟁상대들이 모두 막강해서요.”

“전(前) 거래처였던 동북건설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서동수가 묻자 유원은 정색했다.

“훌륭한 회사지요. 자금력도 있고 첫째 사장의 관리능력이 뛰어났습니다.”

“어떤 관리능력 말입니까?”

“건설회사는 공정 관리가 생명입니다.

 

홍 사장은 그런 면에서 빈틈이 없었지요”

“홍 사장을 잘 아십니까?”

“만난적은 없지만 같은 지방의 경쟁업체여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겁니다.”

둘의 이야기는 거침없이 진행되었고 무안해진 이인섭이 일이 있는 것처럼 회의실을 나갔다.

 

그때 서동수가 물었다.

“동북건설의 수주단가를 알고 계시지요?”

“알고 있습니다.”

“그 단가로 드릴 경우에 우리한테 리베이트로 얼마 주실 수 있습니까?”

“총액으로 계산해서 말씀입니까?”

“월별로 결제가 될 테니까 월별로.”

“25만 위안.”

거침없이 말한 유원이 힐끗 문쪽에 시선을 주었다.

“과장님 하고만 거래하는 것입니까?”

“그래야지요.”

그러자 유원이 머리를 끄덕였다.

“이런 일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습니다.”

“경험이 많으신 것 같은데요.”

서동수가 웃음 띤 얼굴로 물었지만 유원은 정색하고 머리를 젓는다.

“이런 일은 처음입니다.”

그때 이인섭이 커피를 가져왔으므로 서동수가 의자에 등을 붙이고 말했다.

“국제공사의 견적을 받아.”

“예, 과장님.”

“내일까지 견적 받고 모레는 공사업체를 결정해야 될 테니까.”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한국말로 지시한 서동수가 다시 영어로 유원에게 말한다.

“견적서류를 내일까지 내 주십시오.

 

무슨 일 있으면 저한테 직접 연락을 주시구요.”

“알겠습니다.”

머리를 끄덕이는 유원과 서동수의 시선이 잠깐 마주쳤다가 비켜났다.

 

유원을 배웅하고 자리에 앉았을 때 이인섭이 책상 앞으로 다가와 섰다.

 

조금 굳어진 얼굴이다.

“과장님, 성화공사에서 월 20만 위안까지 낼 수 있다고 하는데요.”

“리베이트는 없어.”

불쑥 말한 서동수가 정색한 얼굴로 이인섭을 보았다.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많아,

 

지금 구속된 홍경일이 눈치를 채고 고발을 할 수도 있고.”

이인섭은 눈만 껌벅였고 서동수가 말을 잇는다.

“일단 리베이트를 받으면 끌려가게 돼,

 

그럼 우리가 홍경일이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단 말야. 안그래?”

“그건 그렇습니다.”

“구속되어서 처자식 울게 만들 거야?”

“과장님, 무슨 말씀을….”

“성화공사에는 리베이트를 포함한 가격으로 견적을 내라고 해.”

서동수는 심호흡을 했다.

 

이제 이인섭은 배제되었다. 

 

 

(92) 5장 대륙-8

 

 

이인섭은 직장인뿐만이 아니라 인간이 갖춰야 할 기본 도리(道理)를 어겼다.

 

그것은 신의(信義)다.

 

믿고 맡겼던 서동수의 면전에서 가볍게 배신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서동수는 이인섭의 행태에 화를 내지도, 실망하지도 않았다.

 

다만 가차 없이 자신의 머릿속에서 이인섭의 이름을 붉은 줄로 그었을 뿐이다.

 

이미 서울에서 한번 겪었던 터라 방어벽이 쳐진 상태이기도 하다.

 

오픈시키지 않은 것이다. 최악의 경우에 이인섭이 덤벼들 가능성도 없다.

 

이미 오염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다음 날 오후, 서동수가 결재서류를 들고 공장장실로 들어선다.

 

기다리고 있던 공장장 앞에 서류를 펴놓은 서동수가 보고했다.

“두 곳 견적을 받았는데 국제공사를 선택하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윤명기는 건성으로 서류만 보았고 서동수의 말이 이어졌다.

“성화공사와 가격, 조건이 비슷하지만 경영자가 믿음성이 갑니다.”

그러자 윤명기가 천천히 머리를 끄덕였다. 말뜻을 알아들은 것이다.

 

심호흡을 한 서동수가 정색하고 윤명기를 보았다.

“그리고 성화공사를 통하려면 담당 대리까지 오픈시켜야 됩니다.

 

중국어 통역을 해야 되기 때문이죠.”

“그렇군.”

국제공사는 저하고 영어로 직접 연결이 됩니다.”

“알겠어.”

“동북건설하고 같은 가격으로 공사를 진행하되

 

매월 25만 위안씩 리베이트를 내기로 했습니다.”

“25만 위안이나?”

눈이 둥그레진 윤명기가 서동수를 보았다.

 

눈동자의 초점이 먼 것을 보면 머릿속이 분주한 것 같다.

 

이윽고 윤명기가 묻는다.

“그럼 총액이 얼마냐?”

“앞으로 공사가 6개월쯤 남았으니까

 

150만 위안은 리베이트로 거둘 수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런 빌어먹을.”

윤명기가 잇사이로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동북건설은 1년 가깝게 공사를 진행해 왔다.

 

그동안 동북건설 사장 홍경일이 온갖 생색을 다 내면서 회사 로비 활동을

 

해줬다고는 해도 정상 가격보다 250만 위안은 더 지급해온 것이다.

 

머리를 든 윤명기가 물었다.

 

두 눈이 번들거리고 있다.

“그래, 네 생각은 어떠냐?”

리베이트는 제가 도사(道士)니까 방법을 말해 보라는 것이었다.

 

서동수가 어깨를 펴고 윤명기를 보았다.

“지금까지 홍경일의 로비 활동으로 회사가 득을 본 것도 많습니다.

 

그 내용을 본사 경영진도 알고 계시지요.”

윤명기는 이맛살을 모았고 서동수의 말이 이어졌다.

“따라서 지금까지 가격이 높았던 것을 충분히 이해하실 것입니다.

 

공장과 전혀 리베이트 관계가 없었다는 것도 알고 계실 것입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마침내 윤명기가 짜증난 표정으로 물었을 때 서동수가 대답했다.

“한 달 25만 위안씩 리베이트를 준다고 했다고 본사에 보고하시지요.

 

그럼 본사에서 결정할 것입니다.”

“으음.”

윤명기의 목구멍에서 신음이 울렸다.

 

그러고는 눈을 가늘게 뜬 윤명기가 서동수를 5초 동안쯤 노려보더니

 

천천히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지, 그런 방법도 있었어.”

윤명기의 표정을 본 서동수가 길게 숨을 뱉는다.

 

본사에서는 싫어할 이유가 없다.

 

이제 본사까지 오염시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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