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4장 한국인(11)
(83) 4장 한국인-21
“그 돈 문제는 아닐 겁니다.”
서동수의 이야기를 들은 이인섭이 말했다. 오후 12시 반, 둘은 청양 시내의 한식당에서 낚지볶음 정식으로 점심을 먹는다.
사람이 많아 소란스러웠으므로 이인섭이 목소리를 높여 말을 이었다.
“제가 화란한테 들은 이야기도 있거든요. 아마 다른 일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럼 무슨 일인 것 같나?” 물잔을 들면서 서동수가 물었다. 이인섭은 이제 심복이다.
코를 꿸 만큼만 오픈시켰다.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거야 당연하지.” 정색한 서동수가 말을 잇는다. “내가 존경받을 인물이냐? 리베이트 먹고 잘린 놈이다.” “하지만 배울 점이 많습니다.” “넌 존경한다고 하려는 것 같은데, 그만둬.” “화란한테 결혼하라고 가족이 압력을 넣는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서동수는 이제 입을 다물었고 이인섭의 말이 이어졌다. “베이징에서 큰 사업체를 가진 사람이라는데요. 저도 제 와이프한테서 들었습니다.
와이프하고 화란이 가끔 통화를 하거든요.”
“그럼 그놈 때문에 나하고 만나는 거야?” “결혼하면 회사를 그만둬야 하니까요.” “그건 회사에서 이야기할 수도 있어.” “그 일로 상의할 수도 있지요.” “상의는 무슨.” 입맛을 다신 서동수가 의자에 등을 붙였다. 20여 년 전만 해도 외국에 나가는 상사원에게 너희들은 ‘국가의 얼굴’ 또는 ‘대표’라면서
일거수 일투족을 주의해야 된다고 교육을 시켰다.
지금도 입장이야 같지만 한 해에 수백 만 명이 해외를 들락이는 상황이 되다 보니
국경이 없어진 느낌도 든다.
그러나 이곳이 외국이라는 현실을 서동수는 다시 한번 느낀다.
그때 이인섭이 말했다.
“화란 할아버지는 90세가 넘었는데 군 원로입니다. 아직도 정정하시지요.” “들은 것 같다.” “그 할아버지가 과장님이 주신 돈을 고향의 학교 증축 자금으로 기부하셨다고 합니다.” “무엇이?” 놀란 서동수가 눈을 둥그렇게 떴다. 그럼 그 돈을 놓고 가족회의를 했단 말인가?
서동수의 눈앞에 수만 명의 대의원이 모여 있고,
후진타오, 시진핑이 둘러앉은 테이블이 떠올랐다.
테이블 위에 3만 위안이 놓여져 있다.
그때 이인섭이 말을 잇는다.
“할아버지가 그러셨답니다. 통이 큰 놈이라고. 중국 발전을 위해서는 그런 놈이 필요하다고 하셨다는군요.”
“뭐라고? 놈?”
“죄송합니다.” 이인섭이 손으로 뒤통수를 만졌다. 그러나 얼굴은 멀쩡하다.
웃지도 않는다.
“화란이 말한 대로 전해드리다 보니까 그렇게 되었습니다.” “화란이 날더러 놈이라고 했단 말이지?” “할아버님이 하신 말을 그대로 전한 것이지요.” 그때 손목시계를 본 서동수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
(84) 4장 한국인-22
성화공사(成化公社) 사장 동관은 50대쯤의 건장한 체격으로 배가 나왔다.
서동수가 중국 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은 남자들이 배가 나와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내밀고 다니는 것 같다.
이곳에서는 ‘배문화’가 다른 것 같다고 이해를 했다.
하긴 르네상스 시대의 그림을 보면 풍만한 여자가 대세다.
그때는 여자의 배에 최소한 삼겹살은 붙어야 미인 취급을 받았다는 것이다.
물론 중국어였고 서동수는 이제 다 알아들었지만 모른 척한다.
동관이 영어를 못하기 때문에 이인섭이 통역을 한다.
다른 분위기로 통역이 된 것이다.
조은희 덕분에 귀가 뚫린 것을 이인섭이 모르고 있다.
그때 동관이 대답하는 것을 서동수가 직접 들었다.
그들한테서 들었는데 영향력이 가장 강한 총무과장이 오셨다고 했습니다.”
업자들, 그리고 공원들한테서요.
총무과장님 평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이인섭에 대한 분노 때문이 아니다.
현지인과 상대할 때 통역을 잘못 쓰면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겠다는 것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지어는 꼭 익혀야 한다.
그러나 서동수는 내색하지 않고 머리를 끄덕였다.
봉투를 받은 서동수가 이인섭에게 건네주고는 똑바로 동관을 보았다.
넓은 얼굴에 콧날도 두툼했고 온화한 인상이다.
어긋나면 감당이 안 될 부분인 것이다.
동관은 이미 동북건설의 단가를 안다.
현재 동북건설을 대신하려는 건설업체가 모두 6곳, 4곳은 서류심사에서 탈락시켰고
나머지 두 곳 중에서 성화공사를 처음 만나는 것이다.
그때 동관이 말했다.
예, 영수증도 필요 없습니다.
매월 공사대금이 입금되는 즉시로 현금으로 드리겠습니다.”
그때 이인섭이 한국어로 통역했다.
하지만 월 15만 위안을 드리겠습니다.
영수증도 필요 없고 공사대금이 입금되는 즉시로 말입니다.”
그렇다면 월 5만 위안은?
서동수는 가슴속에서 웃음이 북받쳐 오르는 느낌을 생전 처음 경험했다.
그러나 웃음은 목구멍 끝에서 사그라졌고 서동수의 표정은 담담했다.
내가 이인섭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전에 이렇게 통 큰 사업을 했을 리가 없으니 원인은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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