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3장 오염(5)
(49) 3장 오염-9
밤이 되어 있었지만 넓은 정원은 환하다.
보안등이 곳곳에 켜져 있는데다 아파트에서 흘러나온 불빛이 정원의 놀이터와 휴게실,
잔디밭을 빈틈없이 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802호실의 불은 환하게 켜져 있다.
공장장 윤명기의 아파트다.
이윽고 심호흡을 하고 난 서동수가 핸드폰을 들고 버튼을 누른다. 핸드폰을 귀에 붙인 서동수가 신호음 소리를 들으면서 다시 호흡을 고른다.
신호음이 다섯 번 울리고 나서 윤명기가 전화를 받았다.
“네.” “공장장님, 총무과장 서동수입니다.” “어.” 외마디 대답이었지만 그속에 오만 가지 감정이 다 내재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순간 서동수는 어금니를 물고 눈을 치켜떴다. 내가 만리타향에 죽으려고 온 줄 아느냐?
오기를 일으킨 것이다.
서동수가 배에 힘을 준 상태로 낮게 말했다.
“공장장님, 저 아파트 앞에 있습니다.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습니다만 괜찮으시면 잠깐 봬도 되겠습니까?”
“어?” 이제는 윤명기의 외마디 말에 감정이 실렸다. 그러더니 잠깐의 침묵, 3초쯤 걸렸다.
그때 윤명기가 말했다.
“들어 와.” 서동수는 소리죽여 숨을 뱉는다. 돌아가라고 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은 했다.
그러나 지금은 불쾌한 상태, 찜찜한 놈이 난데없이 찾아왔으니
얼른 털어내고 싶을 것이었다.
이렇게 네 식구가 살고 있다.
그리고 공장장 사모는 이주일에 한 번꼴로 일박이일 내지 이박삼일 일정으로
서울에 다녀온다.
총무과에서 사모의 비행기 티켓도 예약하는 터라 스케줄이 다 드러나는 것이다.
공장장에게는 특별히 가정부 월급도 지급되어서 아파트에는 출퇴근하는
조선족 가정부가 있다.
벨을 눌렀더니 금방 문이 열렸다.
문을 열어준 여자가 웃음띤 얼굴로 맞는다.
30대 후반의 화사한 인상.
“총무과장님? 어서 오세요.”
사모다, 안으로 들어선 서동수가 들고 온 선물상자를 현관 옆쪽에 놓았다.
그때 소파에 앉아 있던 윤명기가 일어나 다가온다.
“웬일인가?” 정색했지만 목소리는 조금 온기가 띠어졌다. 한국사람은 다 그렇다.
원수진 사이가 아닌 이상 손님한테 문전박대는 안 한다.
사모가 선물상자를 보면서 윤명기의 다음말을 가로챘다.
“뭘 이런 걸 다 가져오셨어요?” 실크다. 그것을 사모가 모를 리가 없다.
최고급 선물인 것이다.
이 비단은 10벌의 정장을 만들 만한 분량으로 5가지 색깔이다.
서동수가 뒷머리를 만지면서 말했다.
“약소합니다. 사모님.” “어쨌든 앉게.” 윤명기가 소파를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고는 더 말을 이으려는 사모를 흘겨보았다.
“마실 것이나 가져와.” 하더니 생각난 것처럼 묻는다. “저녁은 먹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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