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서유기

[24] 3장 오염(4)

오늘의 쉼터 2014. 7. 25. 17:38

[24] 3장 오염(4)

 

 

 

(47) 3장 오염-7

 

 

우명호의 전화가 왔을 때는 오후 3시경이었다.
 
사무실에 앉아있던 서동수가 핸드폰을 귀에 붙였다.

“어젯밤 힘 좀 뺐냐?”

대뜸 물은 우명호가 짧게 웃는다.

아이고야, 나도 혼났다.”

제 말에 대답한 꼴인 우명호가 계속 말을 잇는다.

“어제 네가 부탁한 거, 마침 우리 행원 친척이 공안 간부야, 이야기가 되었어.”

“어, 그래?”

“오늘 저녁에 시간 있댄다. 만날래?”

“만나지, 뭐.”

“어디서 만날래?”

“네가 식당 괜찮은데 알아봐.”

“알았어.”

하더니 우명호가 다시 묻는다.

“그런데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나한테 먼저 이야기해 주면 안 되냐?”

“이따 알게 돼, 너한테는 아무일도 아닌 일이라니까 그러네.”

하고 통화를 끝낸 서동수가 길게 숨을 뱉는다.
 
앞쪽 책상에 앉아있던 화란이 자리에서 일어나 문으로 다가갔다.
 
화란의 뒷모습은 날씬했다.
 
하체는 길었고 엉덩이는 위로 치켜올라간 데다 종아리는 날씬했다.
 
거기에다 얼굴까지 미인이었으니 사내들의 시선을 끌 만했다.
 
잠깐 밖으로 나갔던 화란이 다시 사무실로 들어섰는데 손에 인스턴트 커피잔을 들었다.
 
복도의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온 것이다.
 
화란이 곧장 이쪽으로 다가왔으므로 서동수는 얼굴을 펴고 웃는다.

“화란, 넌 결혼하면 남편한테 사랑을 받을 여자야.”

커피잔을 받은 서동수가 말하자 화란이 따라 웃었다.

“과장님이 피곤해 보여서요.”

“고마워.”

몸을 돌린 화란의 엉덩이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좌우로 흔들렸다.
 
문득 화란의 앞쪽 골짜기가 연상되었으므로 서동수는 호흡을 조정했다.
 
상상은 자유지만 결코 그런 경우는 없을 것이다.
 
서동수의 업무 신조는 사무실, 특히 부하 여직원은 건드리지 않는 것이다.
 
그날 저녁, 7시가 되었을 때 서동수는 시내의 식당 밀실에서 우명호를 기다리고 있다.
 
이곳은 돼지고기 요리를 잘한다는 곳으로 우명호가 예약을 해놓은 것이다.
 
7시 5분이 되었을 때 문이 열리더니 우명호와 40대쯤으로 보이는 사내가 들어섰다.
 
양복차림에 배가 나온 사내의 인상은 평범했다.
 
공안 간부 같지가 않다.

“야, 인사해라. 전 선생이시고 공안 간부시다.”

먼저 우명호가 사내를 소개했으므로 자리에서 일어선 서동수가 명함을 내밀었다.
 
사내는 이름과 전화번호만 적힌 명함을 내밀면서 영어로 말했다.

“우린 사적으로는 이렇게 인사합니다.”

“반갑습니다.”

원탁에 둘러앉았을 때 종업원이 들어와 주문을 받고 나갔다.
 
어색한 분위기를 부드럽히려는 듯이 우명호가 한바탕 떠들썩하게
 
여자와 술 이야기를 마쳤을 때 서동수가 입을 열었다.

“제 회사 거래선으로 조선족 사람이 있습니다.
 
상당히 큰 건설업체 사장으로 거래량도 많습니다.”

이제는 정색한 전 선생이 시선만 주었고 서동수가 말을 잇는다.

“그런데 내가 알아보니까 13년 전에 한국에서 무려 168억 원어치 골동품 사기를 친
 
사기 일당의 주범이더군요.”

긴장한 우명호가 둘을 번갈아 보았고 전 선생의 얼굴도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서동수가 헛기침을 했다.
 
홍경일이 공안 간부 하고도 친하다지만 다 친할 수는 없을 것이었다.
 
가만두리라고 생각했다면 천만의 말씀이다.

 

 

 

 

(48) 3장 오염-8

 

 

 

“그 정보는 어디서 들으셨습니까?”

선생도 한 마디씩은 또박또박 묻는다.

 

상반신을 조금 서동수 쪽으로 기울이고 있다.

 

그때 방문이 열리면서 종업원들이 요리를 가져오는 바람에 모두 입을 다물었다.

 

요리접시를 내려놓은 종업원들이 방을 나가자 서동수가 대답했다.

“내가 본사에서 근무할 때 조사기관을 자주 이용했지요.

 

그 조사기관에 의뢰를 한 겁니다.”

서동수가 식탁 밑에 내려놓았던 가방에서 대형 봉투를 꺼내 전 선생에게 내밀었다.

“참고로 하시지요,

 

그 사건에 대한 한국 신문을 스크랩해 놓은 겁니다.

 

거기에 난 사진도 확대했습니다.”

전 선생이 서둘러 봉투를 열고 서류를 꺼낸다.

 

서류에는 사진도 끼워져 용의주도하게 신문의 기사 옆에 번역한 쪽지가 붙여져 있었는데

 

서울에서 작업한 것이다.

 

돈이 좀 들었지만 자료는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한국의 용역회사는 최첨단 시설에 최고급 수준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눈이 뚫어질 듯 자료를 읽는 전 선생에게 서동수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13년 전 한국 신문인데 그 당시에 중국 언론에는 보도도 되지 않았지요.”

그때 전 선생이 머리를 들고 서동수를 보았다.

“이거, 저 주시는 겁니까?”

“예, 드리려고 가져온 겁니다.”

전 선생의 시선을 받은 서동수가 빙긋 웃었다.

“원본은 서울에 있거든요.

 

복사본도 여러 사람한테 나눠준 상태입니다.”

“중국어는?”

“전 선생님한테만 드린 겁니다.

 

본사나 이곳 공장에도 서류를 보내지 않았습니다.

 

먼저 상황을 보고 결정을 하려고요.”

“으음.”

신음을 뱉은 전 선생이 서류를 봉투에 넣더니 지그시 서동수를 보았다.

“생각이 깊으신 분이군요, 서 선생은.”

감사합니다. 전 선생.”

“한국에서 수사의뢰를 해오지 않는 한 이곳에서 먼저 손을 쓰기는 힘듭니다.”

“그건 알고 있습니다.”

“한국의 공소시효가 얼마 동안인지 알 수 없지만 13년 전 일이니 오래되었군요.”

“돈을 떼인 사람들은 130년이 지났어도 달려올 것입니다.”

그러자 전 선생이 이를 드러내고 소리 없이 웃었다. 그러고는 젓가락을 들며 말한다.

“자, 드십시다. 요리가 식겠습니다.”

“어휴, 심각하군.”

겨우 입을 뗀 우명호가 한국말로 서동수에게 묻는다.

“그런 거물이 이곳에서 떵떵거리고 돌아다닌단 말야?”

그때 씹던 것을 삼킨 전 선생이 웃음 띤 얼굴로 서동수에게 묻는다.

“서 선생은 무엇을 바라십니까?”

얼굴은 웃음을 띠었지만 두 눈은 서동수의 시선과 부딪친 채 떼어지지 않는다.

 

서동수가 정색하고 대답했다.

“나쁜 놈을 그대로 놔두면 안 되는 것 아닙니까?

 

정의가 살아 있다는 것을 그놈한테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 선생은 시선만 주었고 서동수의 말이 또박또박 이어진다.

“그렇다고 법으로 처리하기에는 전 선생 말씀대로 유효기간이 지났는지 알 수가 없고

 

더욱이 이곳은 중국땅입니다. 피해자는 모두 한국에 있지요.”

심호흡을 한 서동수가 똑바로 전 선생을 보았다.

“홍경일의 배경이 든든하다고 해서 전 선생한테 말씀드리기도 불안했습니다.

 

만일 전 선생이 관련이 없다면 저하고 둘이서 이놈을 응징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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