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3장 오염(6)
(51) 3장 오염-11
윤명기를 똑바로 응시한 채 서동수는 말을 잇는다.
“보고드릴 일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이제는 사모님이 개수대를 등지고 서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동북건설 홍경일 사장에 관한 일입니다.”
그순간 윤명기가 눈만 치켜떴는데 긴장된 분위기다.
서동수는 어깨를 폈다.
“홍경일은 13년 전 한국인을 상대로 168억 원의 골동품 사기를 친 사기단 주범이었습니다.”
“응?”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윤명기가 되물었고 서동수는 들고온 대형 봉투를 꺼내 탁자 위에 놓았다.
전 선생한테 준 내용물이 똑같이 들어있다.
서동수가 그때와 똑같이 말했다.
“읽어 보시지요.
그 사건에 대한 한국신문을 스크랩해 놓은 겁니다.
거기에 난 사진도 확대했습니다.”
그때와는 조금 달라졌지만 홍경일의 얼굴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윤명기가 서류를 꺼냈고 도저히 참지 못한 사모님이 다가와 뒤에서 들여다 본다.
“어머, 어머, 어머.”
비명 같은 탄성이 먼저 사모님의 입에서 터졌다.
윤명기는 열중해서 사모님을 제지하지 않는다.
“어머, 어머, 어머.”
기사 두 줄쯤 읽고 나서 사모님의 탄성이 다시 터졌다.
서동수는 소파에 등을 붙이고 앉아 시선을 옆쪽으로 돌린다.
“어머나, 이걸 어떻게 해?”
사진을 움켜쥔 사모님이 비명처럼 소리쳤을 때는 5분쯤 지난 후였다.
그때 머리를 든 윤명기가 서동수를 보았다.
“언제 조사했나?”
“5일쯤 되었습니다.”
차분하게 말한 서동수가 덧붙였다.
“한국에도 몇 년 있었다는 소문을 듣고 의뢰를 했더니 대박이 난 셈이지요.
공장장님도 아시겠지만 전자팀 용역회사는 최고급 수준이거든요.”
“홍경일이 분명하지?”
윤명기가 확인하듯 물었지만 곧 어깨를 늘어뜨렸다.
이름도 같은 데다 얼굴도 같은 것이다.
서동수는 대답하지 않았고 윤명기가 억양없는 목소리로 묻는다.
“이거, 어떻게 하지?”
그순간 서동수는 숨을 들이켰다.
윤명기가 가슴을 연 것이다.
도움을 바라고 있다. 그때 서동수가 대답했다.
“제가 아는 공안 간부에게 먼저 사적으로 홍경일에 대한 처리방법을 문의했습니다.
그는 시간이 오래 지난 데다 한국에서 협조 요청도 없는 터라
아직 홍경일에 대한 법적 조처는 어려운 것 같다는 의견입니다.”
“…….”
“하지만 회사 내부에서는 이런 사기범과 거래하고 있는 것이 대내외적으로 문제가 될 것입니다.”
“난 몰랐어.”
윤명기가 이 사이로 말하고는 입술 끝을 비틀며 웃었다.
“내 책임도 있어. 그놈을 체크했어야 했는데.”
“홍경일을 저한테 맡겨 주시지요.”
정색한 서동수가 윤명기를 보았다.
“지금 홍경일에 대한 이 조사 보고서를 본사에 올리면 득될 일이 없습니다.
그러니 아직 홍경일이 공장에 피해를 끼치지 않은 현 상태에서 손을 떼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요.”
하고 대답한 것은 사모님이다.
어느덧 상기된 얼굴로 사모님이 말을 잇는다.
“서 과장님 말이 맞아요. 그렇게 해야 돼요!”
“시끄러.”
했지만 윤명기가 어깨를 부풀렸다가 내린다.
(52) 3장 오염-12
박창호가 대번에 말하더니 주머니를 뒤지는 시늉을 했다.
“청도시 제5구역 12번로 27번지 프동아파트 3동 1714호.”
“예, 적었습니다.”
“괄호 열고.”
“예, 괄호 열고.”
“138평방미터.”
“138평방미터.”
지금 서동수는 안병규 부장의 재산 목록을 불러주고 있다.
“괄호 닫았습니까?”
“예, 과장님.”
그러더니 박창호가 입맛을 다신다.
“안 부장이 잘 샀는데요? 이 아파트가 2년 사이에 가격이 두 배로 뛰었습니다.”
“자, 다음.”
서동수가 쪽지를 다시 읽는다.
“제7구역 18번로 134번지, 에이스아파트 2동 812호.”
안병규의 아파트는 2채, 공장이 2개, 커피숍 1개, 의류매장 3개가 남아있다.
“도적놈, 엄청나게 해 먹었구만.”
“모두 박 사장한테서 갈취해간 리베이트로 치부한 재산이니
“정말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기록된 내용을 노려보면서 박창호가 말을 잇는다.
“난 언제쯤 이렇게 모으게 될까?”
“내일 보내실 수 있지요?”
“그럼요.”
정색한 박창호가 종이를 접어 주머니에 넣으면서 물었다.
“이것으로 안 부장은 잘리겠지요?”
“그렇게 되어야겠지요, 그리고.”
박창호의 시선을 받은 서동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이렇게 된 마당에 우리도 리베이트를 정리해야 될 것 같습니다.”
“아니, 그럴 수가.”
“박 사장님은 전혀 손해 보실 것 없습니다. 우리만 받지 않을 뿐이니까요.”
“어디, 그럴 수가 있습니까?
“이런 일이 무 자르듯이 단칼에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아니까요.”
박창호와 헤어진 서동수가 커피숍에서 나왔을 때 주머니에 넣어둔 핸드폰이 진동을 했다.
“30분 안에 회사 들어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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