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3장 오염(7)
(53) 3장 오염-13
책상 앞에 선 화란이 서동수를 똑바로 보았다.
“회의실에서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좋아.”
농담하고 싶은 충동이 들었지만 서동수는 억제한다.
부하 여직원과의 관계가 직장생활의 성패(成敗)를 좌우한다고 믿는 선배가 있었다.
그는 실적 부진이라는 전혀 다른 이유로 회사를 떠났지만 그의 직장여성관은
서동수의 모델이 되었다.
둘은 곧 회의실에서 단둘이 마주보고 앉는다.
화란의 눈에 습기가 차서 반짝였고 볼은 조금 상기된 것 같다.
루즈를 바르지 않았는데도 붉고 윤기가 흐르는 입술이 꾹 닫혔다가 열렸다.
“저기, 오늘 점심시간에 회사 앞으로 홍 사장이 찾아와서 만났어요.”
단정히 앉은 화란의 시선이 떼어지지 않는다.
서동수는 호흡을 조정했다. 선배가 말했다.
“직장 부하 여직원만큼 당기는 상대가 없다.
그것은 와이프보다 더 유혹적이며 남자의 우월성, 정복성의 대상으로 적합하기 때문이다.”
선배가 입가에 거품을 일으키며 말을 이었다.
“와이프는 대등한 관계지만 부하 여직원은 지배한다는 잠재 본능을 충족시키는 상대야.
그러니 ‘벗어’하고 싶은 충동을 참기 힘들단 말이다.”
팀장이었던 선배는 섹시한 부하가 둘이나 있었는데도 소 닭 보듯이 했다.
아니, 꾹꾹 눌러 참았을까? 선배가 말했다.
“건드리지 말고 존경을 받아봐라. 그럼 넌 성공한 직장인이 되어있을 것이다.”
그러던 선배는 실적부진으로 잘렸고 서동수는 남은 섹시걸들에게 선배를 존경했느냐고
물어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때 화란이 입을 열었다.
“저기 홍 사장이 저한테 이걸 주고 갔는데요.”
“놓고 가셔서 미처 돌려주지 못했어요.”
“회사에 돌아와 전화를 했더니 선물이니까 부담없이 받으라고 합니다.
화란의 검은 눈동자가 똑바로 서동수에게 박혔다.
“어떻게 하죠?”
그 순간 서동수는 목구멍이 좁혀지는 느낌을 받는다.
“받아.”
“네?”
놀란 듯 화란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지금 받으라고 했어요?”
“그래, 받아.”
“아니, 왜요?”
했다가 화란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이해가 안 돼요. 그 돈을 받으라니요? 날 모르시는군요.”
“알아, 화란.”
“그런데 왜 그렇게 말했지요?”
“그놈이 나쁜 놈이기 때문이야.”
다시 호흡을 고른 서동수는 아직 화란에게 내막을 알려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54) 3장 오염-14
다른 때 같았으면 생활비 지급일 이틀쯤 전부터 연락이 왔어야 정상이다.
이제 중국으로 넘어온 지 한 달 반, 가장 보고 싶고 듣고 싶은 것이 딸 미혜의 모습과 목소리다.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핸드폰은 한 바퀴를 다 돌고 있다.
“그래, 보여주겠어.”
불쑥 뱉어진 자신의 말에 서동수는 눈을 부릅떴다.
“가정도, 회사도, 다 실패해서 쫓겨났지만 그래. 두고 보자고.”
서동수는 이제 얼굴로 물을 받는다.
“내가 이곳을 내 기회의 땅으로 만들 테니깐, 내가 누군지 너희들 잘 보라고!”
물줄기에서 얼굴을 뗀 서동수는 문득 중국땅에 와서 샤워를 하다가
서동수가 다시 큰소리로 자신을 위로했다.
“미혜야, 아빠 잊어라.”
이제 몸에 비누칠을 하면서 서동수가 말을 잇는다.
“네 엄마는 좋은 엄마야,
말을 그친 서동수가 어깨를 부풀렸다가 내렸다,
“미안하다. 미혜야. 네가 크면 꼭 찾아갈게. 난 절대로 널 잊은 것이 아니란다.”
서동수가 손바닥으로 얼굴을 세게 문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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