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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2장 개척(開拓) [2]

오늘의 쉼터 2014. 7. 25. 17:07

<12> 2장 개척(開拓) [2]

 

 

 

 

 

(23) 2 개척(開拓)-3 

 

 

예상했던 대로 업무부장 안명규는 출근하자마자 서동수를 불렀다.
 
이번에는 회의실로 부른 것이다.
 
회의실에 둘이 마주보고 앉았을 때 안명규가 정색하고 물었다.
 
시선은 서동수 옆쪽으로 가 있다.

“어때? 업무 파악은 잘되는가?”

“예, 잘됩니다.”

서동수도 외면한 채 대답했다.
 
여직원이 들어와 종이컵에 담긴 인스턴트 커피를 둘 앞에 내려놓고 돌아갔다.
 
커피잔을 쥔 안명규가 말했다.

“그 대동실업 지난달분 결재 말야.
 
급하다는 연락이 왔는데 시간도 되었으니까
 
결재 올리지 그래?”

“그거 감사신청 할 겁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서동수가 말하고는 똑바로 안명규를 보았다.

“그래서 어젯밤에 박 사장한테 직접 말해 놓았는데 부장님한테 연락을 한 모양이군요.”

“아니, 뭣 때문에 감사신청을 한다는 거야?
 
갑자기. 그리고 업무 파악도 안 된 신입 과장이 말야.”

안명규는 목소리는 낮췄지만 눈빛이 강했고 나중에는 말끝이 떨렸다.
 
안명규의 시선을 받은 서동수가 심호흡을 했다.

“감사신청은 담당 과장의 고유 권한입니다.
 
신입 과장이라고 하셨는데 오히려 신입이기 때문에 얽매이지 않고
 
감사신청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본사 기획조정실에 문의했더니 전혀 문제없다면서 환영한다고까지 말했습니다.”

그 순간 안명규의 얼굴이 하얗게 굳어졌다.
 
기조실에까지 문의했을 줄은 예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이봐. 그렇게 되면….”

하고 안명규가 말을 이으려고 했을 때 서동수가 잘랐다.

“백 과장한테는 미안한 일이지만 시중 가격하고 차이가 많이 납니다.
 
감사팀이 본격적으로 조사하면 대동 박 사장이 폭리를 취한 것이 입증되리라고 생각합니다.”

“….”

“뭐, 백 과장은 모르고 결재했을 수도 있으니까요.
 
더구나 휴직 상태니까 별일은 없을 것입니다.”

“….”

“부장님은 가만 계시면 원가절감 효과도 있을 테니까
 
일석이조의 효과도 있지 않겠습니까? 회사 측으로는 득입니다.”

그 순간 서동수는 웃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대동의 폭리가 드러나면 그것을 결재한 과장, 부장 그리고 공장장까지
 
연대 책임을 져야만 할 것이었다.
 
그리고 당장에 대동과의 공모를 캐게 될 것이다.
 
공모가 있다는 전제하에서 조사를 시작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때 안명규가 입을 열었다.

“이봐. 그렇게 되면 공장장님한테도 누가 될지 모르지 않나? 꼭 그렇게….”

“제가 뇌물 문제로 이곳까지 좌천된 처지 아닙니까?
 
이렇게라도 해서 회사에 봉사하려는 것입니다.”

“이 사람아. 그 충정은 알지만….”

“감사신청 하겠습니다.”

더 이상 이야기할 것이 없다는 표정을 짓고 서동수가 자르듯 말하자
 
안명규는 어금니를 물었다가 풀었다.
 
“공장장님 지시라도 감행할 건가?”

“전 목숨을 걸었습니다. 물론 ‘동양’에서의 목숨 말이지요.”

서동수가 결연한 표정으로 말을 잇는다.

“그것이 결국은 칭다오 제2의류공장에도 도움이 되리라고 확신하거든요.”

“오늘 저녁에 나하고 술 한잔하지.”

불쑥 안명규가 말했으므로 서동수는 머리를 끄덕였다.

“예, 감사신청 마치고 저녁에 뵙지요.”

그러자 안명규가 잇사이로 말했다.

“하려면 내일 해. 날 만나고 나서.” 

 

 

 

 

(24) 2 개척(開拓)-4 

 

 

 

“시간이 없었지만 대충은 끝냈어.”

앞쪽 자리에 앉은 장연지가 서동수를 보았다.

“갑자기 5시까지 알아봐 달라니. 무슨 일 있어?”

이곳은 칭다오 시내의 햄버거 식당 안이다.
 
오후 5시여서 어중간한 시간이었지만 카운터 앞에는 손님들이 10여 명씩 줄을 서 있다.
 
주위를 둘러본 서동수가 말했다.

“업무부장이 오늘 저녁에 술 한잔하자고 해서 말이야.”

“안 부장이?”

놀란 장연지가 눈을 크게 떴다.

“어디서?”

“그건 몰라.”

“우리 가게는 너무 얼굴이 팔려서 안 올지 몰라.
 
요즘 개업한 ‘루비’에 자주 간다는 소문이 있던데 거기로 가겠군.”

“조사한 것 보자.”

서동수가 말하자 장연지가 가방에서 종이를 꺼내 탁자 위에 놓았다.
 
탁자 위에는 받아놓은 햄버거와 감자 칩이 포장도 풀지 않은 채 놓여 있다.

“안 부장하고 파트너 했던 애들이 여럿이야.
 
그중 세 년을 만났는데 모두 안 부장 욕을 해. 짜고, 성질 더럽다는 거지.”

그러고는 종이를 펴면서 웃었다.

“거기에다 제 자랑을 잘 하는 통에 그놈이 사놓은 부동산, 가게는 다 제 입으로 떠벌렸어.”

서동수가 탁자 위에 펴놓은 종이를 보았다.
 
아파트가 3채, 바닷가 저택이 하나, 시내 중심가의 가게가 4개 그리고 공장도 2개가 있다.

“이건 무슨 공장이야?”

서동수가 손가락으로 짚으며 물었다.
 
공장 근로자가 각각 3백여 명, 2백여 명이라고 적혀 있다.

“의류공장.”

머리를 든 장연지가 말을 잇는다.

“본공장의 하청공장이 되어 있는데 사장은 우리 조선족이지만 실제 주인은 안명규라고 했어.”
 
“…….”

“안명규가 그 공장 여직원 한 명하고 석 달쯤 동거생활을 하다가 헤어졌거든.
 
걔하고 우리 가게에 있는 애하고 친해서 다 알게 되었지.”

“개새끼구만.”

“백 과장 그 자식도 마찬가지야.
 
그놈 재산을 다 정리하기 전에 찾아내야 할 텐데 말이야.”

장연지가 말을 이었다.

“제 회사 돈 빼 처먹는 건 좋아.
 
하지만 그 돈으로 우리 애들한테 상처 입히고 무시했던 죗값은 받아야 된다구.”

“알았다.”

종이를 주머니에 넣으면서 서동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야 내가 정의의 사자가 아니야. 나도 돈 먹고 좌천된 놈이다.”

“누가 뭐래?”

심호흡을 한 장연지가 진정을 했는지 입술 끝을 올리며 웃었다.

“다 자기 때문이야.
 
자기가 어젯밤 박 사장한테 하는 걸 보고 그동안 나도 모르게 쌓였던 게 폭발한 모양이야.”

“맞다. 어젯밤 대단했지.”

눈을 가늘게 뜬 서동수가 지그시 장연지를 보았다.

“아까부터 그놈이 성이 났어.”

“정말? 나도 거기가 뜨거워져 있는데.”

장연지가 대번에 말을 받는다.

“내일 밤에 가도 돼?”

확인하듯 장연지가 물었으므로 서동수는 머리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래. 자료 더 있으면 갖고 와.”

“오늘밤 여자 데리고 가는 건 아니겠지?”

따라 일어서며 장연지가 정색하고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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