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로 간 곳은 청양에서 가장 잘나간다는 룸살롱 아성(亞宬)이다.
2차 멤버는 이인섭을 포함한 조장급 6명으로 모두 남자다.
아성은 전(前) 총무과장 백동기가 단골로 다녔다는 곳이었다.
그래서 이인섭도 몇 번 따라왔다고 했다.
금방 아가씨들을 인솔해온 마담에게 이인섭이 말했다.
조선족 마담이다.
“이봐. 이번에 새로 오신 총무 과장님이셔. 잘 모셔야 돼.”
“잘 부탁합니다, 과장님. 전 장연지라고 합니다.”
마담이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제각기 파트너를 골라 자리를 잡고 앉았을 때
서동수가 장연지에게 옆자리를 눈으로 가리키며 불렀다.
“나하고 이야기 좀 해.”
장연지가 다소곳이 옆에 앉는다.
갸름한 얼굴에 눈이 가늘고 입술도 엷은 데다 가는 몸매였는데 미인은 아니지만
눈길을 끄는 구석이 있다.
술잔을 든 서동수가 장연지에게 물었다.
“전임 총무과장은 대장암 수술을 받고 한국에 자빠져 있어.
앞으로 중국에는 못 올 거야. 그런데 백 과장 외상값 있어?”
“없습니다.”
장연지가 가는 눈을 더 좁히면서 웃었다.
“다 현금거래 하셨거든요.”
“이곳에 파트너 남아 있나?”
“아뇨. 다 나갔습니다.”
“하긴 있어도 나갔다고 하겠지.”
“잘해 드릴게 자주 들러주세요.”
“주는 게 있어야 받는 거야. 주고받는 것이라고.”
정색한 서동수가 입술을 장연지의 귀에 붙였다.
“백동기가 아마 이곳에서 업체들하고 만나 리베이트 먹었을걸? 그렇지?”
장연지가 머리를 들어 서동수를 보았다.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다.
서동수는 말을 이었다.
“앞으로 나하고는 잘해 보자고.”
“알았습니다, 과장님.”
“정보를 주면 대가를 꼭 줄게. 백동기는 이미 끝난 놈이라고.
그놈한테 의리 지킬 필요는 없잖아?”
“그럼요.”
“그놈이 해먹은 거 나한테도 정보를 줘.
아가씨들한테도 소문이 났을 거 아닌가? 내가 대가를 줄게.”
“제가 알아볼게요.”
“그럼 서로 약속하는 의미에서 오늘 밤 어때? 나하고 같이 갈까?”
“어머머.”
쓴웃음을 지은 장연지가 다시 눈을 가늘게 뜨고 서동수를 보았다.
갸름한 얼굴이 요염했다.
“과장님, 절 모르시잖아요?”
“그러니까 한 번 하자는 거야. 그럼 다 알게 돼.”
“다음에요.”
“좋아, 다음에.”
선선히 머리를 끄덕인 서동수가 덧붙였다.
“내가 일주일 후에 올 테니까 준비해놓고 있으라고.”
“일주일 후에 말이죠?”
그러더니 장연지가 머리를 끄덕였다.
“알았습니다, 그럼.”
장연지가 일어나 방을 나가자 옆쪽에 앉아 있던 이인섭이 말했다.
“쟤가 발이 넓습니다. 우리 회사 내막은 두르르 꿰고 있지요.”
서동수는 머리만 끄덕였다.
업무부장이나 공장장이 건드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랫도리 사업은 위아래가 없는 법이고 부자간에 동서가 되는 일도
비일비재한 세상이다.
물을 것도 없다.
방 안은 여자들의 웃음소리로 떠들썩했다.
여자들이 끼면 분위기는 살아나는 법이다.
서동수는 그때서야 옆자리의 파트너 허리를 감아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