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여자

21. 전쟁 (3)

오늘의 쉼터 2014. 7. 23. 00:39

 

21. 전쟁 (3)

 

 

 

최광규는 눈을 치켜뜬 채 한동안 숨도 쉬는 것 같지 않았다.

앞에 서 있는 두 사내, 홍대식과 조재일 또한 부동자세로 서서 눈도 깜박이지 않는다.

둘은 방금 최광규에게 전영철의 사고 소식을 보고한 참이었다.

오전 9시 반. 최광규가 숙소로 사용하는 노스탈쟈 호텔 최상층으로 둘이 달려온 것이다.

이윽고 최광규가 입을 열었다.

"어디를 맞았다구?"

"머리하고 무릎입니다."

"뭘로?"

"쇠뭉치 아니면 배트로."

"어젯밤에 맞았는데 아직도 깨어나지 않았다구?"

"예, 회장님."

대답은 모두 홍대식이 했는데 조재일보다 선임자이기 때문이다.

이를 악물었다가 푼 최광규가 다시 물었다.

"그 빌라는 누구건데?"

"예, 아침에 알아보니까 집주인이 경비회사한테 경비를 맡기고 외국 여행을 떠난 집이었습니다."

"……."

"경비회사 내부에서는 보안장치에 이상이 없어서 영문을 모르겠다고 합니다."

손등으로 이마의 땀을 닦은 홍대식이 말을 이었다.

"그래서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 년을 헬스클럽에서 만나 따라갔다구?"

"예, 회장님."

"그년은 바로 전날 등록한 년이고?"

"예, 회장님."

"물론 그년 인적사항은 다 가짜겠지?"

"예, 회장님."

그때 최광규의 시선이 조재일에게로 옮겨졌다.

"누가 그랬다고 생각하냐?"

"예, 강한이가 선수를 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장님."

조재일이 기다렸다는듯이 대답하자 최광규가 다그치듯 물었다.

"그 기집애는 누구라고 생각하냐?"

"지난번 숙소를 습격할 때 앞장 세웠던 년 같습니다."

"……."

"인상착의가 똑같습니다."

"내부 정보가 샜어."

최광규가 혼잣소리처럼 말했으므로 둘은 눈만 껌벅였다.

소파에 등을 붙인 최광규가 눈을 가늘게 뜨고 앞쪽의 벽을 보았다.

"전영철의 행동 반경을 놈들은 다 알고 있었던거야."

"그, 그래서."

홍대식이 기를 쓰고 끼어들었으므로 최광규가 눈을 부릅떴다.

회장님의 말을 끊고 끼어든 것은 맞을 짓이다.

그러나 홍대식이 각오를 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래서 전 사장은 저희들한테 내부 밀고자를 색출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밀고자를 찾고 있는 중에 이런 일이…."

"저도 지시를 받았습니다."

조재일도 끼어들었다.

최광규의 시선을 받은 조재일이 굳어진 표정으로 말했다.

"전 사장 주변에 있는 인물들을 조사하는 중이었습니다. 회장님."

"어쨌든."

최광규가 심호흡을 하고나서 말을 이었다.

"천지 나이트에는 오늘 중으로 내가 사장 대리를 파견할 테니까 그렇게 알도록."

"예, 회장님."

둘이 이구동성으로 대답하자 최광규가 잇사이로 말했다.

"강한을 잡는 작업은 내가 직접 관리한다. 알겠나?"

"예, 회장님."

"오늘밤에 회의다. 너희 두 놈도 참석하도록."

"예, 회장님."

"꺼져."

"예, 회장님."

둘이 똑같이 허리를 꺾어 절을 하고 방을 나갔을 때 옆쪽 문이 열리더니 사내 하나가 나왔다.

40대 중반쯤으로 후줄근한 양복차림의 사내였다.

"저 새끼들도 조사해."

최광규가 뱉듯이 말하자 사내는 머리만 끄덕이더니 다시 소리없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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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치로 소형차 한 대가 들어오더니 곧장 주차장을 향해 다가왔다.

전조등 빛이 정면으로 비추는 바람에 강한은 눈을 가늘게 떴다.

밤 9시 5분전.

7월 중순으로 장마철이 시작되어서 저녁때까지 비가 내리는 바람에 둔치는 텅 비었다.

주차장에는 차량이 서너 대뿐이었고 그것도 매점이나 관계자 차량 같았다.

소형차가 비스듬히 앞쪽에 멈춰섰을 때 강한의 옆에 놓인 핸드폰이 울렸다.

강한은 둔치지 입구에 시선을 둔 채로 핸드폰을 들어 귀에 붙였다.

"응. 나야."

"형. 어디 있어?"

최지현이다. 강한의 얼굴에 웃음기가 떠올랐다.

"바로 네 뒤."

"회색 승합차?"

"그래."

"오늘은 웬 승합차?"

하더니 전화가 끊겼다. 그리고는 운전석 문이 열리더니 최지현이 이쪽으로 달려왔다.

문을 열고 들어선 최지현한테서 향내와 함께 비 누냄새가 맡아졌다.

아직도 가랑비가 내리고 있다.

"신호라도 해주지. 전화까지 하게 만들고 있어."

투덜거렸지만 최지현의 목소리는 밝다.

강한은 승합차의 불도 켜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너. 그놈들한테 걸리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정색한 강한이 물었지만 최지현은 풀썩 웃었다.

"죽이기야 하겠어?"

"너. 간이 큰거야? 아니면 신경이 둔해서 그래?"

"난 형 만날 생각을 하면 몸에서 열이 나니까 그래."

그러더니 최지현이 두 손으로 강한의 목을 감고 얼굴을 내밀었다.

"키스부터 해줘."

"이 자식이."

했지만 강한은 결국 최지현의 입술을 빨았다.

그러자 곧 최지현의 입술이 열리더니 혀가 빠져나왔다.

달콤한 타액이 흘러 들어왔고 뱀처럼 꿈틀거리는 혀가 강한의 혀를 감고 비비면서 미끄러졌다.

"아아."

잠깐 입술을 뗀 최지현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형. 여기서 해."

"서둘 것 없어. 천천히."

했지만 최지현이 강한의 바지 허리띠부터 잡았다.

"어서. 응?"

쓴웃음을 지은 강한이 힐끗 둔치의 입구를 보았다.

미행차는 없다.

이곳으로 정한 것은 미행을 확인하기 쉬웠기 때문이다.

"그럼 뒤쪽으로."

마침내 강한이 최지현의 어깨를 밀면서 말했다.

승합차 뒤쪽 공간은 넓은 것이다.

최지현이 두말않고 뒤쪽 좌석으로 먼저 가더니 스커트부터 벗었다.

"형아. 위는 어떡해?"

"네 맘대로 해."

"다 벗을까?"

그러더니 팬티부터 벗어 던지고는 곧 셔츠를 뒤집어 벗었다.

브래지어까지 벗어던진 최지현이 뒤쪽 좌석에 비스듬히 누워서 강한을 기다렸다.

강한도 마악 팬티를 벗는 중이었다.

"아. 흥분돼."

최지현이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막 소리 지를거야."

"이게 정말."

분위기에 휩쓸린 강한의 몸도 뜨거워져 있었다.

강한이 다가갔을 때 최지현이 가쁜 숨을 뱉으며 말했다.

"형. 나 벌써 젖었으니까 그냥 해줘."

"그냥?"

"응. 빨리."

최지현이 다리를 벌리면서 두 손을 펼쳐 강한을 맞는 시늉을 했다.

강한은 몸을 최지현의 몸 위에 겹쳤다.

"아유 좋아."

강한의 몸이 들어섰을 때 최지현이 차안이 떠나가도록 소리쳤다.

"형. 나 죽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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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의 몸에 익숙해져 있었으므로 강한의 움직임은 유연했다.

힘을 낭비하지 않고 최지현을 절정으로 끌어 올렸다.

자세를 바꾸는 것도 손짓 한 번으로 되었다.

최지현은 섹스를 즐기는 유형이었다.

더 오래 쾌락을 즐기기 위해서 절정으로 오르는 시간을 늦추려고 잠깐 움직임을 멈추기도 했다.

그러나 참지 못하고 금방 매달리며 아우성을 친다.

"형, 천천히."

그렇게 주문을 했다가 제가 금방 무슨 말을 했는지 까먹고 보채기도 했다.

곧 최지현은 첫 번째 절정에 올랐다.

온몸을 세차게 떨기 시작하더니 악문 잇사이로 뜻모를 외침을 뱉었다.

이윽고 최지현은 땀 투성이가 된 몸을 붙이면서 차 안이 터질듯한 탄성을 내질렀다.

그리고는 늘어졌는데 한참이 지나도록 깨어나지 않았다.

빗발이 강해지고 있어서 차체를 두드리는 빗소리가 요란했다.

둔치는 짙은 어둠에 덮여졌고 매점의 불도 꺼져 있었다.

최지현이 정신을 차린 것은 그로부터 10분쯤이나 지난 후였다.

"형, 나 죽는줄 알았어."

앓는 소리를 내면서 최지현이 강한의 머리칼을 어루만졌다.

강한은 최지현이 누워있는 앞쪽의 차 바닥에 두 다리를 길게 뻗고 앉아 있었다.

"아직도 거기에 형이 들어가 있는 것 같아."

벌거벗은 채로 두 다리를 비틀어 붙인 최지현의 말에 신음이 섞여졌다.

차 안은 비린 정액 냄새로 가득차 있었지만 강한에게는

 어떤 향기보다도 더 친근하고 달콤한 냄새였다.

"네 회사 상황은 어때?"

담배 두 개비를 빼어 입에 문 강한이 불을 붙이면서 물었다.

최지현은 강한의 정보원 역할인 것이다.

오늘 만난 목적도 그것 때문이다.

강한이 담배 한 개비를 최지현의 입에 물려주었다.

그러자 최지현이 말했다.

"감시받고 있어."

담배 연기를 길게 뱉은 최지현이 말을 이었다.

"사장은 지난번 형 일 때문에 전 사장한테 5억을 바쳤다는 거야. 경리한테 들었어."

지난번 일이라는것은 유경금융의 박기준이 부탁한 윤리지 건을 말한다.

강한이 윤리지 한테서 채무를 받아 주었지만 유경금융은 KK단에게 5억을 빼앗겨 버렸다.

윤리지와 유경은 다 돈을 털렸고 챙긴 쪽은 KK단이다.

그때 강한이 다시 물었다.

"너희들이 쓴 일본 자금은 얼마나 돼?"

"응, 50억 정도."

최지현이 담배 연기를 내뿜고 나서 말을 이었다.

"사채금융업자 중에서 일본 자금을 안쓰는 곳이 별로 없어."

그러더니 최지현이 손을 들어 앞쪽에 놓인 제 가방을 가리켰다.

"가방 안에 서류있어, 형."

"고맙다."

자리에서 일어선 강한이 최지현의 가방에서 서류를 꺼냈다.

유경금융에서 빌려쓴 일본자금의 사용처였다.

일본자금은 모두 KK단을 통해서 들여오는 터라

유경금융 쪽에서는 KK단이 대주주나 마찬가지일 것이었다.

물론 강한이 근무했던 대성금융도 마찬가지였고

이미 그쪽 자료는 김양희를 통해 확보되었다.

다시 최지현에게 다가간 강한이 젖가슴에서부터 숲까지를 손바닥으로 천천히 쓸어 내렸다.

그러자 담배를 강한에게 내민 최지현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형, 사랑해."

담배 꽁초를 받아든 강한이 차 바닥에 비벼 끄고는 최지현의 이마에 입술을 붙였다가 떼었다.

"나도 네가 좋다."

"대답을 바라고 한 말이 아냐."

최지현이 엉거주춤 서있는 강한에게 두 손을 뻗더니 남성을 감싸 안았다.

"어머, 또."

차 안은 어두웠지만 최지현의 눈동자가 번들거리는 것이 보였다.

강한의 남성은 다시 힘차게 서 있었기 때문이다.

강한은 잠자코 최지현의 몸위에 올랐다.

최지현은 사지를 벌려 강한의 몸을 받았다.

 

 

"누님, 불렀어?"

하면서 백용철이 응접실로 들어섰다.

자라란 별명이 딱 어울리게 어깨 위에 머리만 올려져 있다.

목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더 다부지게는 보였다.

"저기."

소파에 앉아있다 장미가 똑바로 백용철을 보았다.

팀원 셋은 각각 개성이 다르다. KK단한테 잡혔다 살아난 천상태는

추적 담당으로 예민하고 체계적이며 재빠른 반면에 파워가 떨어져 보였다.

맞은 후유증으로 지금도 빌빌거리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또 한 명 황택수는 행정 담당으로 대학 물까지 먹은데다 법에 대해서도 잘 알고

서류 작성은 빠삭했는데 느렸다.

복싱을 했다지만 꾸물거리는걸 보면 의심이 갔고 좀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가 백용철이었는데 목이 없는 것만 빼놓고는 장미의 마음에 들었다.

목만 늘이면 키도 1m80 가깝게 될 것인데다 눈빛이 살아있다.

거기에다 행동이 듬직하면서 정확해서 과연 행동 담당 다웠다.

그리고 가장 장미의 마음에 드는 부분이 누님 호칭이다.

비록 반말이 뒤에 붙지만 백용철만 누님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나머지 둘은 어물거리다가 말아서 가끔 말을 못알아 들을 때도 많다.

"팀장 어디 갔어?"

장미가 묻자 백용철이 헛기침부터 했다.

밤10시 40분.

오늘은 천상태까지 황택수와 함께 외출해서 집 안에는 둘뿐이다.

"정보원 만나러 나갔어."

"정보원?"

장미가 눈을 치켜떴다.

"형아 그런 재주가 좀 있거든."

"무슨 말야?"

그러자 백용철이 미간을 모으고 장미를 보았다.

말할까 말까 망설이는 것 같았다.

"말해봐, 어서."

"여자야."

백용철이 던지듯 말했다.

까짓거 하는 표정이 얼굴에 다 드러났다.

장미의 시선을 받은 백용철이 말을 이었다.

"금융회사 여직원인데 형이 꼬셔 놀았지. 그런 애가 여럿이야."

"흥."

쓴웃음을 지은 장미가 외면했다가 문득 머리를 돌려 백용철을 보았다.

"만나서 정보도 얻고 몸도 푼단 말이지? 맞지?"

"그야 당근이지, 남녀가 만났는데."

"나만 공일이구만."

혼잣소리처럼 말했지만 백용철은 다 들었다.

그러나 대답할 필요가 없었으므로 눈만 깜박였을때 장미가 물었다.

"어때?"

"뭐가?"

"집에 우리 둘뿐인데 몸 한번 풀까?"

"에이."

놀란 백용철이 상반신을 뒤로 물리는 시늉까지 했다.

눈을 크게 뜬 얼굴이 굳어져 있었다.

"무슨 농담을 그렇게 심하게."

"왜? 안서?"

장미가 입고있던 가운을 벗어 던지면서 물었다.

그러자 브래지어와 팬티만 입은 미끈한 몸이 드러났다.

"나도 오래 굶어서 그래. 하체가 무거워 죽겠어."

"어, 누님, 왜 그래?"

하고 백용철이 이제는 손까지 저었다.

얼굴이 더 굳어져서 마치 돌덩이 같다.

"입어, 누님, 어서."

"하고 싶지 않단말야?"

그러면서 장미가 이제는 브래지어를 벗어 던졌다.

그러자 복숭아처럼 단단하고 탄력있는 젖가슴이 솟아올랐다.

"벗어."

장미가 젖가슴을 두 손으로 받쳐올린 자세로 서서 명령했다.

"한번 해."

"누님, 그러지마."

눈을 치켜뜬 백용철이 필사적인 얼굴이 되어 장미를 보았다.

"누님은 형하고 동격이란 말야. 우리가 그걸 하면 조직이 부서져."

그러자 장미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웃었다.

"바보같이. 준다고 해도 못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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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식당에서 다섯 명이 다 둘러앉아 아침식사를 했다.

식사 당번은 천상태와 황택수, 백용철 셋이 번갈아 맡았는데 가끔 강한도 거들었다.

그러나 장미는 열외였다.

식사 때가 되면 2층에서 내려와 먹고 올라갈 뿐이었지만 아무도 불평하지 않았다.

팀장과 동격이라고 여겼기 때문이 아니다.

그들에게 장미는 아직도 잡아온 존재라는 의식이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인질한테 밥 하라고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황택수가 언젠가 한 말이 속을 드러낸 셈이 될 것이다.

밥 하다가 침이라도 뱉을지 모른다고 황택수가 말했더니 모두 정색하고 긍정했던 것이다.

오늘 식사 당번은 천상태였고 어김없이 김치찌개가 놓여졌다.

그러나 천상태의 김치찌개는 황택수의 얼치기 해물탕보다는 나았다.

장미는 닭날개가 들어간 해물탕은 이곳에서 처음 먹었다.

식사를 거의 마쳤을 때 강한이 입을 열었다.

"오늘 김희선씨를 만나기로 했어."

장미에게 시선을 준 강한이 말을 이었다.

"물론 내가 만나는 거야.

김희선씨는 오늘 오후 2시반에 대동신탁은행 압구정동 지점장과 만나기로 되어있지."

수저를 내려놓은 장미를 향해 강한이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지점장한테서 전화가 왔거든.

특별 고객에게 이자율을 2.5% 늘려주는 서류에 사인하라고 말야.

김희선은 10년 만기 적금을 붓고 있는 중인데 2.5% 이자가 늘어나면

2년 후에 7400만원을 더 받게 되지."

"……."

"김희선은 운전사하고 경호원을 대동하고 나타날 거야."

강한이 물잔을 들고 몇 모금을 삼키고 내려놓았다.

"그때 내가 만나는 거지. 그러니까 동업자도 준비를 하도록.

모두 출동을 해야 될테니까 말야."

"어떻게 잡는데?"

장미가 묻자 강한은 정색했다.

"이번에는 동업자를 앞장 세우지 않을거야. 나중에 잡고나서 나타나셔도 돼."

팔목시계를 내려다본 강한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각자 역할을 분담 받았으니까 동업자는 나하고 30분 후에 나가도록 하지."

할 말이 없었으므로 장미는 이층으로 올라가 옷을 챙겨 입었다.

김희선을 잡는다는 일에는 의욕이 생긴 것이다.

전에 용역회사 직원을 고용해서 일을 벌렸다가 멍청하게 김희선한테

당했을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머리에 열이 오른다.

장미가 30분 후에 아래층으로 내려갔을 때 강한 혼자서 기다리고 있었다.

시선을 든 강한이 잠자코 일어나 나갔으므로 장미는 뒤를 따랐다.

장미는 선글라스를 끼었고 머리에는 긴 가발을 썼다.

여자가 마음먹고 변장을 하면 저 자신도 알아보기 힘들었고 바로 지금 장미가 그렇다.

장미의 입술은 더 길어졌으며 얼굴 빛은 창백했다.

마당에 주차시킨 검정색 외제 승용차에 오른 강한이 핸들을 쥐고는 장미를 보았다.

"변장이 능숙하군."

"왜? 또 KTX 사건이 생각나?"

불쑥 말을 받은 장미가 옆자리에 앉아 안전벨트를 맸다.

강한이 차를 출발시키면서 말했다.

"그거 하고 싶으면 호스트바를 가. 내가 괜찮은데 소개시켜 줄테니까."

국도로 들어선 차가 속력을 냈다.

어제 밤까지 내리던 비가 그치더니 하늘이 맑았고 반쯤 열려진 차창으로

신선한 공기가 몰려 들어왔다.

눈만 치켜뜬 장미가 앞만 보았고 강한의 말이 이어졌다.

"무슨 짓이야? 백용철이한테 한번 하자고 했다면서? 그놈 앞에서 홀랑 벗고 말야."

"그 자식은 입도 싸네."

장미가 입술만 달싹이고 말했을 때 강한이 입맛을 다셨다.

"팀원끼리는 하지말란 말야. 딴 놈 하고는 얼마든지 해도 돼."

그러더니 다시 정색하고 말했다.

"내가 호스트바 알려줄게 그때까지만 참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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