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여자

23. 전쟁 (5)

오늘의 쉼터 2014. 7. 24. 09:02

23. 전쟁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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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안으로 들어선 조재일은 거침없이 비상구 옆쪽 자리로 다가갔다.

이곳은 칸막이가 되어 있었지만 상반신을 세우면 카페 안이 보인다.

물론 깊게 앉으면 안에서 무슨 지랄을 해도 보이지 않도록 해놓았다.

칸막이를 제치고 안으로 들어서자 강한이 웃음띤 얼굴로 맞았다.

입구가 보이는 자리여서 조재일이 들어섰을 때 본 모양이었다.

이미 테이블에는 양주와 안주가 놓여 있었지만 아가씨는 부르지 않았다.

"어서 와."

카페 안은 소란스러웠으므로 강한이 목소리를 높였다.

옆쪽 칸막이 안에서는 섹스를 하는지 여자의 신음이 높아지는 중이었다.

"별 지랄같은 곳이 다 있군."

이맛살을 찌푸린 조재일이 투덜거렸다.

"여기서 아주 끝장을 내는구나."

천호동의 룸카페 안이다.

시장 근처여서 번잡했고 근처의 비슷한 업소들도 다 장사가 잘 됐다.

조재일이 강한이 따라준 위스키를 한 모금에 삼키더니 더운 숨을 뱉고나서 말했다.

"홍대식은 실종됐어."

초점 없는 시선으로 강한을 보면서 조재일이 말을 이었다.

"죽었을지도 모른다."

"설마."

강한이 정색했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최광규가 그런 모험을 할 리가 없어."

"인마, 뚜껑이 열리는 판에 물불 가리게 생겼어? 최광규는 그런 놈이야."

"어쨌든 한숨 돌렸지 않냐?"

그러자 조재일이 어깨를 내리면서 길게 숨을 뱉었다.

홍대식의 차 트렁크에 현금을 넣은 것은 조재일이다.

최광규가 자신은 물론이고 홍대식까지 조사할 것을 알고 저지른 짓이었다.

"오래 못 갈 것 같다."

혼잣소리처럼 말한 조재일이 어두운 표정으로 강한을 보았다.

"겁나."

"인마. 천하의 조재일이."

"홍대식은 손가락이 네 개나 잘렸다는 거다."

"……."

"그리고는 자백했다는구만. 너한테 돈을 받고 조직 정보를 넘겼다고."

"……."

"고문을 받고 최광규가 원한 대답을 다 해줬겠지."

"……."

"고문을 이기는 장사는 없어."

그리고는 조재일이 번들거리는 눈으로 강한을 보았다.

"최광규는 미친 놈처럼 널 찾고 있어."

강한이 잠자코 위스키를 채운 잔을 들었고 조재일의 말이 이어졌다.

"네 주변, 네 부하들 주변, 거기에다."

조재일이 어금니를 물었다가 풀었다.

"장미까지."

"그럼."

놀란 강한이 눈을 치켜떴을 때 조재일은 쓴웃음을 지었다.

"너, 우리 정보망을 아직도 우습게 아는 것 같은데.

장미 몽타쥬 만으로 인적사항이 파악된 거다."

"경찰에서 정보를 빼낸 모양이군."

"그건 나도 모른다."

이제는 강한의 표정도 어두워졌다. 그때 조재일이 말을 이었다.

"가장 나은 방법은 한국을 떠나는 거야. 가족과 관계가 있는 놈들 모두 데리고."

"……."

"최광규가 미국이나 캐나다까지 행동대를 파견하지는 못할 테니까."

"……."

"그래야 너도 살고 나도 산다."

"다른 방법이 있지."

머리를 든 강한이 조재일을 보았다.

조재일의 시선을 받은 강한이 또박또박 말했다.

"최광규를 없애는 방법."

놀란 조재일이 눈만 치켜떴고 강한의 말이 이어졌다.

"전영철처럼 병신을 만들든가."

그리고는 강한이 심호흡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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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떻게 되신 겁니까?"

우종수가 묻자 김희선은 코웃음부터 쳤다.

현관 안으로 들어선 김희선이 핸드백을 소파 위로 던졌다.

그러나 핸드백은 소파 팔걸이에 맞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 보면 몰라?"

털썩 소파에 앉은 김희선이 주방에다 대고 소리쳤다.

"청주댁! 보리차!"

"예, 사모님."

눈치만 보고있던 청주댁이 얼른 대답하더니 몸을 돌렸다.

김희선이 소파에 등을 붙이고는 앞에 선 채 우물쭈물하는 우종수를 보았다.

우종수는 비서 겸 경비실장, 운전사 역할까지 다 해온 심복이다.

이번에도 김희선을 수행하고 대동신탁은행에 들렀다가 무지막지하게

얻어맞고 뻗었던 것이다.

지금도 우종수의 턱에는 커다란 반창고가 붙여져 있다.

"보다시피 난 멀쩡하니까 신경 꺼."

"예, 사모님."

"그리고."

청주댁한테서 보리차 잔을 받아쥔 김희선이 말을 이었다.

"다른 애들한테도 입조심시켰지?"

"예, 말씀하신 대로."

"그럼 됐어."

몇 모금 보리차를 삼킨 김희선이 턱으로 현관을 가리켰다.

"나가봐."

"예, 사모님."

우종수가 밖으로 나갔을 때 김희선은 커다랗게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는 탁자 밑에서 노트를 꺼내더니 몇 장을 들치고나서 전화기를 들었다.

"어머, 서 회장님."

응답이 들렸을 때 김희선이 반색을 했다.

"전화 받으시네요."

"아, 그럼."

웃음띤 목소리가 수화구를 울렸다. 남도그룹의 서윤남 회장이다.

"이게 몇 사람밖에 알려주지 않은 직통 전화라고 했지 않아?"

"그렇군요. 저한테 그런 영광을 주셨죠."

김희선의 얼굴에도 웃음기가 떠올랐다.

서윤남은 부동산 재벌이다.

특히 강남에 대형 빌딩 20여개를 소유하고 있어서

한 달에 나오는 임대료만 해도 100억대가 된다고 했다.

거기에다 토지가 수 만평이다.

모두 친인척 명의로 분산시켰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았지만

실제로는 한국에서 20위 안에 드는 부자라고 제 입으로 말했다.

"좋은 일이 있으니까 전화했겠지?"

하고 서윤남이 미리 이야기를 꺼내 주었으므로 김희선은 쓴웃음을 지었다.

"이 색골."

하는 표정이었다.

"그럼요. 아주 좋아하실 물건이 있어요."

"흐응, 내 스타일을 아는 김 사장이니까 틀림없겠지."

"틀림없어요. 올해 대학을 나온 앤데."

"올해 나왔다면 스물둘이군."

"네, 그런데."

조금 뜸을 들이고 나서 김희선이 말을 이었다.

"지금까지 애들 숱하게 겪었지만 이런 애는 첨 보았어요.

미모에다 몸매뿐만이 아니라."

서윤남은 잠자코 기다렸다.

"글쎄, 애가 처녀예요. 회장님."

"거짓말."

웃음띤 목소리로 서윤남이 말을 이었다.

"요즘 세상에 그런 천연기념물이 어디 있어? 거짓말이야."

"제가 누구라고 속겠어요? 그래서 제가 직접 데리고 가서 확인을 했다구요."

"어디로 말야?"

"산부인과."

"으음."

"증명서도 받아놨어요. 우습죠?"

그때 송화구에서 서윤남의 침 삼키는 소리가 났으므로 김희선은 어금니를 물었다.

자칫 실소가 터질 뻔했던 것이다.

"어떠세요? 회장님?"

김희선이 정색하고 물었다.

"제가 회장님께 맨 먼저 전화 드린 건데 마음 있으세요?"

"당연한 일을 왜 물어?"

혀까지 찬 서윤남이 서두르듯 말했다.

"준비시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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