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여자

20. 전쟁 (2)

오늘의 쉼터 2014. 7. 22. 14:53

20. 전쟁 (2)

 

 

 

"오늘은 왜 이렇게 늦은거야?"

응접실에 둘이 남았을 때 장미가 불쑥 물었으므로 강한이 시선을 들었다.

강한도 일어서려고 엉덩이를 반쯤 뗀 상태였다.

강한의 시선을 받은 장미가 이맛살을 찌푸렸다.

"12시에 회의하기로 했잖아? 늦으면 늦는다고 말을 해줘야지."

"상태한테 전화했는데."

"그 자식은 나한테 말 안해줬어."

"자료 받느라고 늦었어."

그리고는 강한이 힐끗 장미를 보았다.

"겸사겸사 몸도 풀고."

"뭐라구?"

못 알아들은 장미가 다시 물었으므로 강한이 입맛을 다셨다.

"몸 풀었다구. 한탕 뛰었단 말야. 섹스를 했단 말이야."

"그래, 잘했다."

외면한 장미가 코웃음을 쳤다.

"손가락 장난보다는 낫지."

그러더니 강한을 똑바로 보았다.

"주변 경계를 철저히 하라고 제 부하들한테 말해놓고는 저는 몸을 풀고 와?"

"차 안에서 뛰었어. 안전해."

"열차 안에서는 아예 벗고 뛰겠구나."

"열차 안이야 네 놀이터지."

그러자 장미가 말을 뚝 그치더니 한동안 강한을 노려보았다.

강한이 몸을 돌렸을 때 장미가 말했다.

"나도 몸 풀러 나갈 테니까 알아서 해."

"전영철이 하고 풀면 어때?"

그러자 장미가 탁자위에 놓인 재떨이를 집어 던졌다.

날랜 동작이었으므로 그것을 본 강한이 피했으나 늦었다.

유리 재떨이가 강한의 어깨에 맞고 떨어졌지만 깨지지는 않았다.

대신 담배 꽁초와 재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개새끼."

아직도 분이 덜풀린 장미가 씩씩거리며 더 던질 것을 찾았지만 마땅한 것은 보이지 않았다.

어깨에 묻은 재를 턴 강한이 응접실을 나가면서 말했다.

"너나 나나 프로야. 까짓 몸으로 때우는 건 신경쓰지 말기로 하자."

응접실에 혼자 남은 장미는 다시 소파에 앉았지만 흥분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그래서 리모컨으로 TV를 켰다가 개그맨들의 과장된 몸짓을 보고는 전원을 꺼버렸다.

그러자 강한이 응접실을 나가면서 한 말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면 그동안 몸으로 때우는 일을 해왔었고 죄책감이나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았었다.

눈썹을 찌푸린 장미가 앞쪽의 벽을 노려보았다.

강한의 말에 과민 반응을 한 것이다.

그럼 그 이유가 무엇인가?

강한이 차 안에서 뛰고 왔다는 말을 들은 순간에는 와락 열이 올랐었다.

저는 뛰고 나는 못뛰게 가둬 놓았다는 이유가 아니다.

장미는 이를 악물었다.

어느덧 얼굴에 열기가 올랐으므로 장미는 손바닥으로 볼을 감싸 안았다.

그렇다면 뭐란 말인가?

질투?

그 순간 입술을 비틀고 웃은 장미가 볼에서 손을 떼더니 탁자에 놓인 인터폰을 쥐었다.

이 저택도 이층 구조로, 장미는 이층 전체를 혼자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예."

하고 아래층에서 천상태가 전화를 받는다.

천상태는 당분간 감시역 겸 전화 당번인 것이다.

장미가 심호흡을 하고나서 송화구에 대고 말했다.

"팀장 바꿔."

그러자 잠시 후에 강한이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야?"

"올라와 봐."

장미가 차분하게 말하고는 인터폰을 내려놓았다.

벽시계가 새벽 2시 2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강한이 다시 응접실로 들어섰을 때 장미는 창틀에 등을 붙이고 서 있었는데 팔짱을 끼었다.

방어적인 자세였지만 눈을 치켜 떴다.

"왜?"

하고 소파 옆에 선 강한이 물었을 때 장미가 말했다.

"또 한번 뛸 수 있어?"

강한은 무슨 말인지 못알아 들었다.

눈만 깜박이는 강한에게 장미가 다시 물었다.

"내가 몸 풀려고 그런다. 어때?"

 

 

 

 

몸을 굳힌 강한이 똑바로 장미를 보았다.

장미도 마주 보았으므로 둘은 그 자세로 움직이지 않았다.

집안은 조용했다.

아래층의 세 사내는 모두 잠이 든 것 같았다.

그때 먼저 입은 연 쪽은 강한이다.

"그게 무슨 탁구나 당구 게임인 줄 아는 모양인데."

입맛을 한번 다시고 난 강한이 말을 이었다.

"넌 그냥 받아들이고는 소리나 냅다 지르면 되지만 난 힘이 좀 든다."

"왜? 안서?"

장미가 비웃는 표정으로 강한을 보았다.

"하루에 한탕이 고작이야?"

"상대에 따라서 다르지."

강한이 장미와 비슷한 표정으로 마주 보았다.

"하루에도 열두 번씩 서는 상대가 있는 반면에 다 섰다가도 앞에만 오면 죽는 상대도 있으니까."

"핑계는."

쓴웃음을 지은 장미의 시선이 강한의 다리 사이로 옮겨졌다.

"그런 것 같구만."

"얜 죽은게 아냐. 감동이 일어나지 않는다는거야."

"무슨 얼어죽을 감동. 소시지 주제에."

다시 다리 사이를 흘겨본 장미가 말을 이었다.

"그럼 아래층 애들 중에서 아무나 올려보내. 굵고 긴 놈이면 더 좋고."

"그러지."

머리를 끄덕인 강한이 몸을 돌리려다가 장미의 다리 사이를 보며 물었다.

"참고로 묻자. 굵고 긴 놈은 골라 보내겠는데 네 그곳 상황은 어때?"

장미의 시선을 받은 강한이 쓴웃음을 짓더니 말을 이었다.

"우리 애들도 그냥 막 찌르는 스타일이 아니거든? 수준이 꽤 있단 말야.

그래서 사전에 체크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

"네 연못은 그냥 깊고 넓다고만 하면 돼? 내 짐작이 그래서 묻는거야."

"……."

"물론 오래 끄는게 좋겠지? 세게 방아를 찧고 말야."

"……."

"이왕 몸 풀려면 그냥 셋 다 올려 보내줄까?"

그래도 장미가 가만히 시선만 주었으므로 강한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러지. 셋 다 올려 보내겠다."

"……."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순서를 정하라고 하지.

한 바퀴 돌고나서 또 시작하려면 그 순서대로 계속하면 되겠다."

"……."

"장화는 각자 지참시킬테니까 걱정하지 마. 그럼."

그리고는 강한이 응접실을 나갔다.

그때서야 창틀에서 엉덩이를 뗀 장미가 소파로 다가가 앉았다.

그리고는 길게 숨을 뱉더니 두 다리를 쭈욱 뻗었다.

집안은 다시 조용해졌다.

벽시계는 새벽 2시 4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늦었다.

소파에서 일어선 장미는 입을 커다랗게 벌리고는 하품을 했다.

그리고 힘들게 발을 떼어 침실로 들어가 원피스를 벗어 던졌다.

그 순간 브래지어도 차지 않은 팬티 차림의 알몸이 드러났다.

두 손으로 젓가슴을 밑에서부터 올려 받친 장미가 심호흡을 했다.

젖가슴에 희미한 쾌감이 몰려왔고 온몸에 열기가 번졌다.

그러나 장미는 젖가슴에서 손을 떼고는 침대로 다가가 누웠다.

시트를 당겨 가슴까지 덮고난 장미는 눈을 감았다.

나른한 피로가 몰려오면서 온몸이 침대에 딱 붙는 느낌이 왔다.

강한이 세 명 다 올려 보낸다는 말은 장난이다.

올려 보낼리가 없는 것이다.

강한의 눈빛을 보고 다 읽었다.

그것이 서지 않는다는 말도 거짓말이다.

절대로 싫어서 뒤로 물러난것이 아니다.

그 증거?

증거는 없지만 예감이다.

장미는 가늘고 길게 숨을 뱉었다.

눈빛을 보면 안다.

여자의 예감은 정확하다.

특히 관심이 있는 남녀관계에서 여자의 예감은 더 그렇다.

 

 

 

 

 

"저거 괜찮은데."

수건으로 얼굴의 땀을 닦은 전영철이 옆쪽을 보며 말했다.

그의 시선이 러닝머신 위에서 달리고 있는 여자에 닿아 있었다.

반바지에다 젖가슴만 가린 셔츠 차림이어서 늘씬한 몸매가 다 드러났다.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도 빼어난 미모였다.

"누구야?"

하고 전영철이 묻자 헬스클럽 지배인 고우진이 뒷머리를 긁었다.

"저기, 어제부터 나온 회원인데요."

"알아봐. 새끼야."

"예. 사장님."

질색을 한 고우진이 허둥지둥 사무실로 달려갔으므로 전영철은 의자에 앉아 기다렸다.

전영철이 단골로 다니는 리도호텔 헬스클럽은 한 달 회비가 100만원 가까이 되어서

강남의 사모님이 주고객이었다.

그리고 그 사모님의 90%는 삼겹살에 무다리, 얼굴은 성형으로 반질거렸지만

허벅지 살이 늘어진 밥맛들이다.

전영철은 눈을 가늘게 뜨고 모처럼 눈을 즐겁게 해주는 여자를 보았다.

20대 초반쯤의 나이에 키는 1m70 정도. 체중은 50㎏ 안팎이 될 것이다.

전영철은 여자의 아랫배와 숏팬티에 가려졌지만

그래도 볼록 튀어나온 밑부분을 보고나서 침을 삼켰다.

여자는 땀 투성이가 되어서 꾸준히 달리고 있다.

마치 다큐멘터리 '동물의 왕국'에서 초원을 뛰는 늘씬한 영양같다.

스스로 붙인 비유가 멋있다고 느껴졌으므로 전영철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그리고 오늘 저 영양을 잡아 먹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마침 회장한테 깨져 스트레스가 잔뜩 쌓인 상황인데 잘 되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때 고우진이 사무실을 나와 이쪽으로 서둘러 다가왔다.

고우진 저 놈은 육체미 한국 챔피언을 두 번이나 먹은 놈이지만

겁은 많아서 이쪽에서 눈만 치켜떠도 오줌을 싸는 것이다.

다가선 고우진이 가쁜 숨을 고르며 말했다.

"저기, 쟤 이름은 유수연이고 제일대학교 4학년입니다. 나이는 스물셋이구요."

고우진이 힐끗 러닝머신 쪽에 시선을 주고나서 말을 이었다.

"가족사항에 아버지가 은행원이라고 적어 놓았습니다. 꽤 있는 집안 같습니다."

"그러니까 여기 등록했지. 회비는 냈어?"

"예. 어제 한 달분 냈습니다."

마음을 굳게 먹은 전영철이 머리를 끄덕였으므로 고우진은 이제 살았다는 표정을 짓고 물러났다. 전영철은 헬스장 안을 둘러보았다.

10여명의 남녀가 운동을 하고 있을 뿐이어서 작업 하기에는 좋은 조건이었지만 전영철은

다시 마음을 고쳐 먹었다.

보다 확실한 방법을 쓰려는 것이다.

그것은 납치다.

좋게 말하면 채가는 것이다.

그래서 전영철은 유수연이 운동을 마치고 씻고 나올 때까지

한 시간 반 동안이나 더 기다려야만 했다.

헬스클럽 로비에서 망을 보고 있던 부하놈이 연락을 했기 때문에 전영철은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유수연을 따라 잡을 수가 있었다.

"아. 잠깐만."

지하 2층 주차장에서 함께 내렸을 때 전영철이 유수연을 불렀다.

유수연은 헬스클럽 안에서 전영철을 보았기 때문인지 차분한 시선으로 돌아보았다.

그 눈빛을 본 전영철이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마치 막 넣었을 때의 표정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운동을 금방 마친 유수연의 얼굴은 상기되었다.

그것이 흥분으로 달아오른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시간 있으면 나하고 차나 한잔 할까?"

하고 다가선 전영철이 묻자 눈을 크게 떴던 유수연이 곧 웃었다.

가지런한 흰 이가 드러났다.

"아이, 참. 아저씨도."

유수연이 몸을 조금 비틀었다.

"왜 그러세요. 저 바빠요."

"나, 장난 아냐."

다가선 전영철은 유수연한테서 풍기는 신선한 냄새를 맡았다.

비누향에 살냄새가 섞였다.

전영철은 다시 침을 삼켰다.

요즘은 클럽 애들만 상대하다 보니까

손가락만 까딱해도 누워 버리는 것에 식상한 참이었다.

전영철이 헛기침을 하고나서 말했다.

"내가 맛있는거 사줄게. 시간 좀 내줘."

 

 

 

 

식사를 마치는 동안 전영철은 유수연을 많이 웃겼다.

전영철만큼 야한 농담을 많이 아는 건달도 드물 것이다.

딴놈들은 들으면 웃고 말지만 전영철은 기억해 두었다가 수첩에 적어놓고 외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시간이건 두 시간이건 끊기지 않고 Y담을 이어갈 수가 있는 것이다.

"아유, 이제 그만요."

배를 움켜쥐면서 유수연이 울상을 지었을 때 밤 10시반이 되어 가고 있었다.

압구정동의 이탈리아 레스토랑 밀라노는 비싸기로 소문난 집이었는데

전영철은 50만원이 넘는 프랑스산 와인까지 시켰다.

유수연을 볼수록 기분이 좋았기 때문에 와인값쯤은 조금도 아깝지 않았다.

이미 식사는 끝났고 술도 거의 마신 상황이라 전영철이 은근한 시선으로 유수연을 보았다.

"수연아. 우리, 좀 쉬고 갈까?"

전영철의 계산으로는 이미 작업은 끝난 상태였다.

이 분위기는 거의 완벽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유수연이 눈을 좁혀 뜨고 정색했다.

"응? 어디서요?"

그러자 전영철이 저도 모르게 풀썩 웃었다.

수백 번 작업했지만 이렇게 물은 여자는 유수연이 처음이었다.

어디라니?

"어디긴 어디야. 조용한 데지."

"그럼 우리 집에 가요."

대뜸 말한 유수연이 전영철을 똑바로 보았다.

"아빠 엄마가 외국 여행 가셨고 동생은 기숙사에 있어서 나 혼자 남았어."

유수연이 울상을 지었다.

"내가 커피 타 드릴게."

"집이 어딘데?"

"방배동 아트빌라."

"좋은 동네인데."

전영철은 입안에 고인 침을 모르게 삼켰다.

대박이다.

집으로 안내되어 행사를 치르다니.

그것도 영계를.

요즘이 비상 상황만 아니라면 동네방네 자랑을 하고 다닐만한 성과였다.

"좋아."

열이 뻗쳐오른 전영철이 다급해 하는 바람에 식탁에서 일어서다가 스푼이 걸려 바닥에 떨어졌다.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왔을 때 전영철이 기다리고 서있는 부하에게 말했다.

"방배동 아트빌라로 간다."

"예, 형님."

전영철은 항상 운전사 딸린 차를 타고 뒤에는 경호차를 따르게 했다.

경호차에는 셋이 타고 있는 것이다.

방배동 아트빌라까지는 10분밖에 안걸렸다.

"저기요."

하고 유수연이 손으로 가리킨 곳은 붉은 벽돌로 높게 담을 쌓은 이층 빌라였다.

"저기 현관 앞에 세워주세요."

"집이 좋네요."

멈춰선 차에서 내린 전영철이 빌라를 보면서 감탄했다.

"아버지가 돈 많이 버시나 보다."

"은행 다니시는데 뭘."

현관으로 들어선 유수연이 키를 꺼내 문을 열면서 말했다.

그때 몸을 돌린 전영철이 부하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쉬고 있어라."

"예, 사장님."

부하들이 외면한 채 말하자 전영철이 만족한듯 어깨를 펴고 마침 열린 문안으로 들어섰다.

앞장 선 유수연이 불을 켜자 호화스런 내부가 드러났다.

빌라는 복층식으로 아래층만 50평 정도가 되었다.

"아니, 이렇게 큰 집을 너 혼자 지키고 있단 말이야?"

저고리를 소파에 벗어던진 전영철이 유수연이 들어선 방으로 다가가며 물었다.

 열려있는 문으로 방에 놓인 침대가 보였으므로 전영철은 입안에 고인 침을 삼켰다.

오늘밤 질탕하게 즐길 생각을 하자 가슴이 다시 뛰었고 눈에서도 열이 났다.

"수연아."

하고 방 안으로 들어선 전영철이 불렀을 때였다.

뒤에서 인기척을 느낀 전영철이 머리를 돌렸지만 늦었다.

다음 순간 머리가 빠개지는 것 같은 충격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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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되었어?"

방에서 나온 강한에게 장미가 물었다.

전영철이 강한이 휘두른 야구 배트에 맞아 넘어지는 것만 보고 장미는 뛰어왔던 것이다.

"가자."

강한이 배트를 쥔 채로 말하더니 앞장을 섰으므로 장미는 뒤를 따랐다.

작업이 끝난 것이다.

장미가 유수연으로 위장하고 헬스클럽에 나간지 이틀만이었다.

뒷문으로 나온 그들 옆으로 승용차 한 대가 소리없이 다가오더니 멈춰섰다.

운전석에는 백용철이 앉았다.

그들이 차에 오르자 그때서야 라이트를 켠 차는 골목을 빠져 나갔다.

"죽였어?"

차가 대로에 들어섰을 때 장미가 다시 물었으므로 강한이 머리를 들었다.

"아니?"

"그럼 왜 방에서 꾸물댄 거야?"

"손 좀 더 봤어."

"손 좀 더 보다니?"

"병신을 만들어 버렸단 말씀."

그러자 말을 뚝 그친 장미가 눈만 치켜떴다.

차는 막히지 않고 대로를 달려가고 있다.

강한이 말을 이었다.

"……."

"하지만 행동대장 전영철이 병신이 되어버려서 조직 내부는 혼란 상태가 될거야.

전영철의 자리를 차지하려고 여러 놈이 싸울 테니까."

"……."

"그 사이에 우린 새 작업을 하는 거지."

"글쎄, 전영철이를 어떻게 했는데?"

잠자코 있던 장미가 다시 물었다.

"그것부터 말해봐."

"당분간 병원에 있어야 될거야. 아마 서너달쯤. 나와도 정상인은 안돼."

그리고는 강한이 의자에 등을 붙이더니 길게 숨을 뱉었다.

"할 수 없지. 놈이 돌아다닌다면 우리는 얼마 견디지 못해.

놈은 서울 바닥을 훤하게 꿰고 있는데다 정보망까지 다 장악한 놈이거든."

"아주 더럽게 걸려들었군."

장미가 혼잣소리처럼 말했지만 운전하던 백용철까지 다 들었다.

백용철이 백미러를 보았고 장미의 말이 이어졌다.

"이젠 잘 하면 살인까지 하겠다."

"내일부터 김희선 작업이다."

불쑥 강한이 말했으므로 장미가 머리를 들었다.

"어떻게?"

"너처럼 돈이나 뜯어내는 건 무식한 작업이야. 남이 들으면 웃음거리가 된다."

"웃기고 있네."

금방 얼굴이 상기된 장미가 눈을 치켜떴다.

걱정이 된 백용철이 다시 백미러를 보았고 예상대로 장미가 소리쳤다.

"야, 이 자식아. 너처럼 야구 배트로 사람 병신이나 만드는게 유식한 작업이냐?

어디, 길을 막고 물어보자."

차 안에는 장미의 목소리가 터질듯이 울렸다.

"뭐? 무식하다고? 네 골통엔 뭐가 들었는데? 감히 누구한테…."

"김희선의 리스트가 있을 거야."

장미의 아우성을 무시한 강한이 불쑥 말을 던졌으므로 다시 입을 벌렸던 장미가 그냥 다물었다.

강한이 말을 이었다.

"고객 리스트 말이지. 예를 들면 널 소개해준 조 회장같은 거물들."

"……."

"불행하게도 조 회장은 너한테 살해됐지만 말야."

다시 백용철이 백미러를 보았지만 이번에는 예상 밖으로 장미는 가만 있었다.

"리스트에서 목표를 선정한 후에 너하고, 우리, 그리고."

잠깐 말을 멈춘 강한이 장미를 보았다.

"김 마담까지 우리 작업에 참가시키는 것이지."

"뭐라구?"

놀란 장미가 눈을 치켜뜨고 강한을 보았다.

그러더니 곧 풀썩 웃었다.

"제법이네."

"난 가끔 무식해."

강한이 정색하고 대답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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