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장 요하(遼河) 8 회
문덕은 다음으로 현도성의 낙우발과 개모성의 방고를 불렀다.
“공들은 적군이 요수에 당도하는 2월 중순부터 매일밤 성루에 횃불을 든 병사들을 세워
걸어 다니게 하여 적으로 하여금 기이한 느낌과 두려운 느낌을 함께 갖도록 하시오.
또한 적군이 요수를 건너오면 성문을 걸어 잠그고 교전을 금하며 기다렸다가 6월 중순이 되면
성안의 모든 역부들을 징발하고 요하 북방으로 숨어 들어가서 동요하와 서요하가 만나는 지점의
나무들을 뿌리째 뽑고, 뽑은 나무들을 줄로 엮어 강물을 막으시오.
그곳에 가면 내가 미리 설치해둔 수중보가 있을 테니 그것으로 물길을 막는 데 활용토록 하고,
강 옆에는 다시 말뚝을 박고 나무로 만든 둑을 줄로 묶었다가 여름이 되어 소낙비가 자주 내리고
강물이 모이거든 말뚝에 묶은 줄과 수중보를 동시에 칼로 자르되 그 신호는 하류에서
수십만의 인기척이 들려올 때로 삼으면 될 것이오.”
그리고 문덕은 이렇게 덧붙였다.
“나는 세 군데 대하에서 수공을 준비하였는데 어느 곳에서 때를 만날지는 알 길이 없소.
만약 요하에 강물이 차지 않았는데 수군이 하류를 건너가는 낌새가 보이거든
경들은 수공을 포기하고 급히 요서의 오열홀성(烏列忽城)으로 달려가시오.
그곳에 가면 사방 2백 리에 달하는 큰 진흙 수렁이 있소.
경들은 수렁 주변에 군사를 배치하고 기다렸다가 그곳에 운집하는 양광의 잔병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섬멸하시오.
쫓겨가는 적들은 필경 오열홀성에서 마지막 요행을 바랄 것이오.”
그 다음으로 문덕은 백암성의 해찬을 불렀다.
“백암성은 남쪽으로 굽이도는 패강(태자강)과 깎아지른 암벽이 있어 다행이지만
서쪽으로는 마을과 평원으로 연결되었고, 구루는 죄 흰돌과 석회암으로 이루어져서
적들이 쉽게 생각하고 덤빌지도 모르오.
혹시 공에게 이를 감당할 계책이 있는지 모르겠소?”
이에 해찬이 소리 없이 웃었다.
“까마귀는 겉이 검으나 살까지 검은 것은 아니며 백로는 겉이 희나 뼈까지 흰 것은 아니올시다.”
문덕은 즉시 그 말뜻을 알아차리고서,
“과연 공의 뜻이 나와 일치하오.”
하며 너털웃음을 터뜨렸지만 다른 사람들은 두 사람의 대화를 알아듣지 못해 궁금히 여겼다.
해찬이 여러 사람의 궁금해하는 것을 깨닫고,
“성루에 포차와 더불어 대여섯 장 높이로 쌓아놓은 바위들이 겉은 비록 희지만
그것은 석회암이 아니라 실은 모조리 검고 무거운 돌덩이일세.
내 지난 다섯 해 동안에 천지의 흰 물감을 다 사들이느라고 고생이 바이 심하였어.”
하고 설명하니 성주들이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문덕이 해찬에게 말하였다.
“백암성은 요동성과 가까우므로 전세가 다른 곳에 비하여 극성할 것이외다.
공도 되도록 성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교전을 피하는 것이 상책이오.
정 견디기 어려우면 거짓으로 항복하는 척하여 적진을 교란시키는 것도 방법이오.
해찬 공에게는 능히 그럴 만한 지혜가 있을 것이니 중언부언하지 않겠소.
다만 공 역시 6월이나 7월이 되어 내지로 들어갔던 적군이 요동으로 쫓겨오거든
비로소 총력을 기울여 사방으로 군사를 내시오.”
“문을 걸어 잠그고 버티는 것이야 하지 못할 까닭이 없습니다.
지난 다섯 해 동안 대비하고 방비한 일이 바로 그것이 아닙니까?
백암성의 일은 안심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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