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삼한지

제13장 요하(遼河) 6 회

오늘의 쉼터 2014. 7. 21. 16:30

 

제13장 요하(遼河) 6

 

 

 

8성 성주들의 한결같은 결전 의지를 확인한 문덕은 곧 그들과 이마를 맞대고

 

수나라 군대에 대항할 전략을 짜기 시작했다.

 

먼저 지략가로 이름난 백암성 성주 해찬이 입을 열었다.

“정월에 탁군을 출발한 백만 군대가 요하에 당도하자면

 

제아무리 빨라도 2월 중순은 돼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2월에는 아직 강물에 얼음이 완전히 녹지 아니하여 배를 내기가 어렵고,

 

그렇다고 한겨울처럼 얼음이 두껍지도 않으므로 그 수많은 군사가 걸어서

 

강을 건널 수도 없습니다.

 

어차피 요하를 건너야 할 자들이 배로도 어렵고 도강도 불가하니

 

결국 강의 동서로 다리를 놓아 건너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을 것입니다.

 

하필이면 연중의 가장 난처할 때 군사를 낸 것 하나만 보더라도 양광의 휘하에

 

지략을 제대로 쓸 줄 아는 모사, 책사가 없다는 뜻이며,

 

이는 수나라가 자랑하는 백만 군대가 그야말로 급조한 오합지졸임을 단적으로

 

입증하는 예가 아니고 무엇이겠소?”

해찬은 성주들을 돌아보고 나서 말을 이었다.

“이번 싸움은 요하에서 승패가 갈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요하만 철통같이 지킨다면 무슨 수로 저들이 요동을 취할 것이며, 요동을 취할 수 없는데

 

어찌 우리나라를 넘보겠소?

 

상장군께서는 요서의 초막에 흩어져 있는 우리 군사들을 급히 요동으로 불러 모으고

 

각 성에서 날랜 군사들을 징발하여 강 동편 둔덕에 일렬로 배치하였다가 저들이

 

다리를 놓을 때 곳곳에서 이를 저지한다면 당분간은 적은 군사로도 얼마든지

 

저들을 상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해찬의 말이 끝나자 연장자인 개모성 방고가 물었다.

“대개 해찬 공의 말과 같이 하면 2월 하순까지는 버틸 수 있을 것이지만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해빙기가 되어 강에 배를 띄우거나 부교를 놓아 건너온다면 요동벌에서 한판 싸움은

 

불가피할 것이 아니오?

 

상장군께서는 양광의 백만 군사를 맞이하여 어떤 계략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방고가 질문하자 성주들의 시선은 일제히 문덕에게로 향하였다.

 

마치 그 순간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문덕은 품안에서 미리 준비한 지도를 꺼내어 상 위에 펼쳐놓았다.

 

그것은 문덕이 직접 그린 것으로, 요하 전역의 지형지세며 성곽의 위치는 물론이요,

 

구릉과 숲의 높고 낮음, 강폭이며 수면의 높이, 물살의 세기 따위가 계절별, 월별로

 

일목요연하게 나타나 있었다.

“이것은 지난 다섯 해 동안 요동의 기후와 지세를 세밀히 관찰하여 작성한 것이오.

 

양광의 백만 군대는 앞서 해찬 공이 말한 것처럼 강의 표면을 뒤덮은 살얼음 때문에

 

적어도 보름 이상은 요서의 강변에 머물며 부교를 놓으려고 안간힘을 쓸 것입니다.

 

우리는 강의 동편에 군사를 모아 저들의 도강을 저지하며 강물이 모두 녹는 2월 하순까지만

 

버티면 됩니다.

 

그렇게만 한다면 백만 군대의 예기는 꺾일 것이며, 무엇보다도 엄청난 식량 문제 때문에

 

양광으로서는 갈수록 쫓기는 심정이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오.”

문덕은 제장들을 둘러보았다.

“이번 싸움은 석 달 안에 끝이 나면 패하는 것이요,

 

다섯 달을 버티면 승산이 있으며, 여섯 달 되는 6월을 넘기면 반드시 이기는 싸움이오.

 

 말하자면 시일을 얼마나 끌 수 있느냐, 이 점이 곧 승패의 관건입니다.”

그리고 그는 붓을 들어 요수 동방의 어지러운 소로들을 지도에 그려넣었다.

“양광은 요수를 건너면 그 위세를 과시하기 위해 반드시 아홉 갈래의 길로 군사를 내어

 

우리 성들을 공격할 것입니다.

 

그런데 오골성을 제외한 우리의 요동 7성은 횡렬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만일 성문을 닫아걸고

 

응전하지 않는다면 각각이 난공불락의 요새일 뿐 아니라,

 

설혹 하나가 무너진다 하더라도 다른 성에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이점이 있소.

 

게다가 지난 5년 동안 각 성에서는 역부를 징발하여 내지로 통하는 동쪽 성벽을

 

높이 구축해둔 터라 포위가 되어 길은 열어주더라도 성은 능히 지킬 수가 있습니다.”

그는 다시 요동 북단의 신성에서부터 남단의 안시성까지, 여섯 성을 잇는 선을 그었다.

“7성과 그곳에 딸린 대소 구루의 배열은 그 자체로써 하나의 거대한 진입니다.

 

성과 성들은 저마다 별개로 보이나 한번 군사를 내어 모양을 갖춘다면 당장에

 

진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천혜의 요새가 되도록 만들어놓았소.

 

수군이 성곽으로 진지를 구축한 묘리를 알지 못하고 한 쪽으로만 군사를 낸다면

 

우리는 쉽게 이길 수 있겠지만 만일 양광의 부하 중에 제법 지세를 읽고

 

병법을 쓸 줄 아는 자가 있어 여러 갈래로 군사를 나누어 공격해 오면

 

우리는 이를 역으로 이용해 궁극에는 더 큰 승리를 얻을 수가 있으니

 

어느 쪽이건 해가 될 것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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