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삼한지

제13장 요하(遼河) 10 회

오늘의 쉼터 2014. 7. 21. 17:04

 

제13장 요하(遼河) 10

 

 

 

한편 탁군을 출발한 양광의 백만 대병은 2월 중순이 되어서야 요서에 당도했다.

 

이들은 요하가 바라뵈는 회원(懷遠)과 노하(瀘河)에 두 개의 대진을 치고 강변으로 나가

 

요동의 정세를 엿보았다.

 

그러나 평소에 사람과 우마가 건너다니던 다리는 하나도 남김없이 파괴되었고

 

강의 가장자리에는 아직 두꺼운 얼음이 뒤덮고 있어 배를 낼 수가 없었다.

 

양광은 제장들을 불러모으고 도강할 방법을 숙의했다.

“이 정도 얼음이라면 걸어서 건널 수도 있지 않을까?”

양광이 꽁꽁 얼어붙은 강가의 얼음을 가리키며 묻자

 

우문개(宇文愷)가 황급히 팔을 내저으며 대답했다.

“지금은 2월하고도 중순입니다.

 

강가에는 아직 얼음이 두꺼우나 중간으로 갈수록 언 것이 풀려

 

그 얇기가 백지장과 같을 것이므로 한 사람의 병졸과 한 필의 말이 건너기에도 위태롭습니다.

 

항차 군수 물자와 병기, 식량을 실은 우마까지 데리고 건너자면 배를 엮어 다리를 잇는

 

부교를 설치하는 수밖에 없지만 그마저도 수면의 얼음 두께가 고르지 아니하므로

 

쉬운 노릇은 아니올시다.”

우문개의 말을 듣고도 양광은 좀체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그럼 어디 말에 태운 사람 하나를 건너도록 해보라.

 

내가 두 눈으로 보고서야 너의 말하는 것을 믿겠다.”

이에 하는 수 없이 운 없는 병졸 하나가 말과 함께 강을 건너가게 되었다.

 

그는 말을 타고 건너보라는 황제의 명을 어기고 고삐를 손에 쥔 채 조심스럽게 빙판 위를 걸어갔다.

 

발에 굽을 박은 말이 자주 미끄러지며 엉덩이를 움찔대더니

 

이윽고 강의 복판쯤에 이르자 앞발을 번쩍 치켜올렸고,

 

그와 동시에 얼음이 여지없이 갈라지며 말과 사람이 한꺼번에 물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양손을 치켜올리며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사람의 소리와 앞발을 버둥거리는

 

말 울음 소리도 잠시, 요하는 두 목숨을 집어삼키고 곧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잠잠해졌다.

 

양광은 비로소 고개를 끄덕였다.

“우문개의 말이 틀림없구나.”

그는 공부(工部)에 명하여 배다리를 만들도록 지시했다.

 

배다리를 만들자면 우선은 배가 있어야 했다.

 

백만 수군의 총관격인 우문술(宇文述)의 아우이자 공부상서(工部尙書) 우문개는

 

황급히 회원진의 역부들을 동원하여 수십 척의 배와 뗏목을 만들었다.

그러는 사이에 시일은 다시 열흘이나 흘러가서 2월 하순이 되었다.

 

양광은 거의 매일 우문개를 불러 독촉했다.

“어찌 이토록 더딘가?”

“백만 군사가 지나가자면 적어도 부교를 열 군데 이상은 설치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지금은 강변의 얼음 때문에 이쪽과 저쪽으로 지렛대를 세우기도 어렵습니다.”

“하면 언제쯤 부교를 설치할 수 있단 말인가?”

“어차피 강물이 모두 풀리는 2월 하순이나 3월 초순경은 되어야 할 것이니

 

그때까지는 어김없이 배를 준비하겠습니다.”

우문개의 말을 듣자 양광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3월 초순이라면 날짜가 열흘도 더 남았다.

 

아직은 식량이 넉넉하여 걱정할 것이 없지만 그렇게 어영부영 세월을 탕진하다가는

 

 뒤에 반드시 큰 우환과 곡경이 따를 것이다.

 

탁군을 떠난 지 벌써 두 달인데 여태 요수를 건너지도 못했다니 말이나 되는가?”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만든 배로 몇 개의 다리를 설치할 수 있는가?”

“세 개를 놓기에도 빠듯합니다.”

“그것이면 족하다.

 

얼음은 사람이 밟을 수 있는 데까지 땅처럼 쓰고,

 

그것이 어렵다면 강 옆에 말뚝을 박고 얼음을 깨어 뗏목으로 연결하면 그만이다.

 

배와 배는 나무와 쇠로 고리를 만들고 그사이에 심을 박아 떠내려가지 않도록 단단히 이어라.

 

강 건너편에도 얼음은 얼어 있을 것이 아닌가?

 

설혹 부교가 다소 짧다고 해도 얼음에 걸쳐놓을 수만 있다면 능히 우리 군사를 내릴 수 있으니

 

즉시 시행토록 하라!

 

다만 저쪽에서 화공법을 쓸지도 모르니 동풍이 부는 날만 피하면 될 것이다!”

우문개가 생각하니 강 건너편의 세세한 사정이야 알 수 없지만

 

이쪽과 마찬가지로 얼음이 녹지 않은 것은 분명할 터였고,

 

그렇다면 양광의 말도 그런대로 일리가 있는 듯했다.

 

곧 그때까지 만들어놓은 뗏목과 선단을 나란히 연결하여 세 개의 배다리를 설치하고

 

다시 다리와 다리를 고리로 묶어 고정시킨 뒤 그 위에 판자를 덮으니

 

50여 명이 횡렬로 진군할 수 있는 넓은 길이 생겨났다.

 

우문개는 동풍이 부는 날을 피하여 강가의 얼음을 깨고 선단의 한 쪽을 요서에 고정시킨 다음

 

다른 한 쪽을 강물에 띄워 요동으로 걸쳐놓기를 반복하였는데,

 

세 번 만에 성공하여 동서가 비스듬히 연결되었다.

 

양광은 크게 기뻐하며 맥철장(麥鐵杖), 전사웅(錢士雄), 맹차(孟叉) 등의 장수를

 

선봉장으로 삼아 각기 1만씩의 군사를 거느리고 요동을 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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