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숙진편(1)
게재 일자 : 2002년 01월 02일(水) 출발 ▷▶▷▷▶▶▷ |
“빼.”
감았던 다리를 풀면서 김봉선이 말했으므로 조철봉은 움직임을 멈췄다. 탁자위에 놓인 시계는 2시47분이다.
넣은 지 14분이 지났다.
“왜 그래?” “나 했지않아? 두번이나.” “난 아직 안했어.” “그건 네 오형제 불러서 해.” 그리고는 봉선이 몸을 트는 바람에 물건이 미끄덩 빠져나왔다. “젠장.” 했지만 이미 물건너 간 님이었다. 상체를 일으킨 봉선의 거대한 유방이 덜렁거렸다.
“오래 한다고 장땡이 아냐, 알아둬.” 봉선이 헝클어진 머리를 다듬었지만 유방은 덜렁거리게 놔두었다. 화장이 지워진 얼굴은 39세의 나이보다 다섯살은 더 들어보였다.
시트를 걸치고 일어날 때 음부의 짙은 숲이 드러났는데 숲속의 속살도 검다.
분비액이 많은 여자들은 대개 그렇다.
“한 번을 하더라도 늘어지게 해야 돼.” “언제는 세 번 이상은 해야 된다면서.” “그땐 그때고.” “젠장.” 풍만한 엉덩이를 흔들며 봉선이 화장실로 갔을 때 조철봉은 탁자위에 놓인 담배를 집어 입에 물었다.
맞는 말이다.
이제까지의 경험으로 봐도 횟수는 중요하지 않았다.
처음에 봉선은 한번으로 늘어졌고 그 다음부터 차츰 욕심을 내었다가
지금은 식어가는 중인 것이다.
그리고 나도 마찬가지다.
길게 연기를 내뿜은 조철봉은 쓴웃음을 지었다.
간통은 처음 몇번의 신비감 내지는 스릴이 사라지면 매력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봉선은 그 전형적인 과정을 밟고있는 것이다.
간단히 뒷물을 하고 금방 화장실을 나온 봉선이 선 채로 팬티를 찾아 꿰었다.
“자긴 안가?” “난 한숨 자고 가려고.” “그 회사는 참.” 힐끗 조철봉에게 시선을 주었던 봉선이 엷게 웃었다. “하긴 실적이 좋을테니까.” “그런데 어떻게 되었어? 소개 시켜준다던 후배 말이야.” “왜? 어떻게 해보려고?” “내가 ×만 앞세우고 다니는 놈이야?” “나한테 그랬잖아?” 그리고는 봉선이 브래지어를 들고와 내밀더니 돌아섰다. “후크 채워줘, ×철봉씨.” 조철봉은 먼저 봉선의 유방을 두손으로 가득 움켜쥔 다음에 브래지어를 끼워주고 뒤의 훅을 채웠다.
봉선을 처음 만났을 때 그랬었다.
“철봉입니다. ×이요.” 조씨를 조에다 악센트를 넣으면 그렇게 발음된다. “네에?” 하면서 눈을 둥그렇게 뜬 봉선을 향해 조철봉은 빙긋 웃었었다. “그래서 ×철봉이라고 불리지요.” 봉선이 서둘러 스타킹을 신고 스커트를 입더니 이젠 선 채로 거울을 보며 화장을 했다. “걔한테 ×철봉하면서 나댔다간 그것 짤릴거야. 조심해.” “어쨌든 연락처나 줘.” “걔한테 내 이야기는 말고.” “누굴 어린애로 보나?” “걘 능력있으니까 3천㏄급을 살 수도 있을 거야.” “그리고는 봉선이 핸드백을 열더니 명함 한 장을 뒤쪽 조철봉에게로 던졌다. “걔 이름은 오숙진이야, 이뻐.”
오숙진편(2)
“조과장, 전화왔었어.”
하면서 소장 장정수가 다가와 메모지를 책상위에 내려놓았다.
“두명 모두 여잔데, 어때? 나한테 하나 인계 해줄래?”
“농담 그만 하십쇼.”
정색한 조철봉이 메모지를 집었다.
하영옥과 박선미였다.
핸드폰을 꺼놨기 때문이다.
“이봐, 이번 달에 몇대나 더 나갈 것 같으냐?”
책상위에 두팔을 짚은 정수의 시선이 은근해졌다. 대성자동차의 서초영업소 실적은 전국의 87개 영업소중 올해에는 항상 10위권 안에 들었다. 그리고 서초영업소의 13명 영업사원 중에서 조철봉의 실적은 언제나 3위권 안이다. 이만한 실적이면 소장도 함부로 못한다.
“글쎄요, 앞으로 열흘 남았으니까 두어대는 더 해야 할텐데.”
“두대만 더하면 넌 이번 달에 1등이야.”
정수가 목소리를 낮췄다.
“김정필이는 대한통상 네대가 펑크났어. 그래서 현재 너보다 한대 더 많다.”
정수는 입이 헤픈데다 치밀하지 못했지만 감탄할 만큼 성실했다. 언제나 제일 먼저 출근했고 맨나중에 퇴근했는데 와이프하고는 오래전부터 별거중이라는 소문이었다. 겨우 정수가 떨어져 나갔을 때 벽시계를 올려다본 조철봉은 전화기를 들었다. 오후 4시반이다.
“여보세요.”
맑고 높은 목소리가 수화구를 울렸을 때 조철봉은 심호흡을 했다. 이 순간은 언제나 가슴까지 뛰는 것이다.
“안녕하십니까. 전 조철봉이라고 하는데요.”
그는 조를 희미하게 발음했다.
“김봉선씨 소개를 받고 전화를 드리는 겁니다. 말씀 들으셨지요?”
“아아.”
오숙진이 시큰둥한 발성을 했다.
“네, 들었어요.”
“언제든 시간을 내주시면 제가 찾아 뵙겠습니다만.”
“아뇨. 제가 연락 드릴게요”
“예. 알겠습니다. 그럼.”
“죄송합니다.”
하고 전화가 끊겼을 때 조철봉은 희미하게 웃었다. 시작은 언제나 이렇게 시큰둥한 것이다. 그로부터 한시간쯤이 지난 오후 5시 반경에 조철봉은 영업소 옆 건물에 있는 커피숍에서 20대 후반쯤되는 사내와 마주보며 앉아 있었다. 사내는 머리칼을 고슴도치처럼 세운데다 한쪽 귀에만 5백원짜리 동전만한 귀고리를 걸었는데 눈동자가 한순간도 가만있지 않았다.
“이번에는 누굽니까? 형님.”
사내가 묻자 조철봉이 쪽지를 내밀었다.
“여기 직장과 전화번호가 있어.”
“오숙진이라.”
쪽지를 받아쥔 사내가 읽어 내려갔다.
“에덴 크리닉 대표이사 사장이군요.”
“사흘이면 조사할 수 있겠지?”
“해보지요.”
“지난번 사진은 엉망이었어. 사진 잘 찍으라구.”
“알겠습니다.”
시원스럽게 대답한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조철봉의 대학 후배 최갑중이다. 취직이 안되어서 택배 회사의 배달원 생활을 2년 한 뒤에 사설 정보회사에서 다시 2년을 근무한터라 이런 일에는 안성맞춤이었다. 갑중과 헤어진 조철봉은 휘적이며 커피숍을 나왔다. 3월 중순이어서 날씨는 포근했고 거리를 메운 행인들의 차림새도 밝아져 있었다. 봄이다. 서른다섯번째 맞이하는 봄인 것이다. 그때 주머니에 넣어둔 핸드폰이 울려 조철봉은 멈춰섰다. 핸드폰을 귀에 붙였을 때 수화구에서 맑고 높은 목소리가 울렸다.
“자기야? 뭐해?”
섹스 테크닉의 사부 하영옥이다.
오숙진편(3)
저녁으로 생갈비를 먹고 났을 때 영옥이 시계를 보는 시늉을 했다. 그것은 식당을 고를 때 모텔 옆에 위치한 곳을 골랐기 때문이다. 영옥은 조철봉이 방문을 다 잠그기도 전에 옷을 벗기 시작했는데 금방 늘씬한 알몸이 드러났다. 38세 나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군살이 없고 탄력있는 몸이었다. 가는 눈이 웃음으로 더욱 가늘어졌지만 귀여운 인상이다. 옷을 벗어 의자위에 걸쳐놓은 조철봉은 알몸이 되어 시트 안으로 들어가 앉았다. 영옥이 먼저 꼬리를 쳐온 드문 경우라고 볼수 있었다. 조철봉의 인생에 자신감을 불어 넣어준 인물중 하나였다. 영옥이 화장만 지우고 금방 나왔으므로 조철봉은 옆쪽의 시트를 들쳐 들어 오라는 몸짓을 했다. 여자마다 각각 향이 다른 것이다. 다른 향수나 화장품을 썼기 때문이 아니라 독특한 체취가 섞였기 때문이다. 내가 한다는 것은 자신이 리드한다는 말이다. 이미 발기된 조철봉의 물건을 두손으로 움켜쥔 영옥이 입술과 혀로 부드럽게 애무하기 시작했다. 쪼그리고 엎드린 자세여서 치솟은 엉덩이와 늘어져 출렁대는 젖가슴을 보는 동안 조철봉은 달아 올랐다. 조철봉은 영옥의 남편 얼굴을 떠올렸다. 영옥이 남편에게 조철봉을 친구 동생이라고 소개시켜 줬던 것이다. 그러나 은행 차장인 남편은 차 가격만 물어보고는 차를 사지 않았다. 째째한 놈이었다. 섹스도 한 달에 한번꼴이며 그것도 전희도 없이 2분이면 끝난다고 했다. 반듯이 세운 상반신에 알맞게 솟아난 젖가슴이 탐스럽게 드러났다. 영옥은 그 자세로 조철봉의 물건을 조심스럽게 받아 넣더니 천천히 상체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미 샘은 젖어있는데다 뜨거워서 조철봉은 신음했다. 여자와의 섹스는 모두 다른 것이다. 샘의 상태나 수축작용 따위로 다르다는 것이 아니다. 여자와의 섹스를 즐기려면 그 여자와의 분위기에 적응해야 된다. 상체의 움직임이 빨라지기 시작했으므로 조철봉은 손을 뻗어 영옥의 허리를 양손으로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움직임에 맞춰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영옥이 절정으로 솟아오르기 시작하면서 신음소리가 더 높아졌다. 영옥의 질이 강하게 수축작용을 시작하고 있었는데 곧 절정이 된다는 신호였다. 조철봉은 어금니를 물었다. 해낼 수 있다.
오숙진편(4)
“안녕하십니까?” 오숙진은 꾸벅 머리를 숙이는 사내를 올려다 보았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서는 그 짧은 순간에 사내를 한눈으로 읽었다. 사내의 신장은 183이나 185센티미터정도, 큰 키에 육중한 체격이다. 그러나 뱃살은 없고 근육질인 것을 보면 운동으로 단련된 몸매였다. 거기에다 짙은 숱의 머리와 눈썹, 굵은 콧날에다 두툼한 입술이 남성적이었고 곧장 이쪽으로 쏟아지는 시선은 자신감에 차있었다. “어서오세요. 여기 앉으시죠.” 사내에게 자리를 권하면서 숙진은 이제 옷차림을 보았다. 넓은 체크무늬가 있는 재킷이 어울렸고 구두는 반질거렸다. 이만하면 상급 손님축에 들것이다. “여기 제 명함입니다.” 자리에 앉은 사내가 내민 명함을 숙진은 힐끗 보았다. 대성자동차 서초영업소의 과장 조철봉이다. 앞쪽에 앉은 숙진이 정색했다. 김봉선은 이 남자가 친구 동생이라고 했지만 그대로 믿을 숙진이 아니다.
“제가 바빠서요. 이렇게 갑자기 연락도 안하고 오시면 곤란한데.”
“압니다. 그래서 5분만 앉았다가 가겠습니다.”
조철봉도 정색하며 주머니에서 봉투 두개를 꺼내 탁자위에 놓았다.
“음악회 입장권입니다. 특석인데 전 도통 그런 곳엔 가보지를 않아서요.”
숙진이 그 표정 그대로 입장권에서 시선만 올렸을 때 조철봉은 풀썩 웃었다.
“차 안팔아도 되니까 그냥 받으시지요. 거기 바이올린 연주자인 조남태 교수가 제 사촌형이어서 표를 거저 얻은 것이니까요.”
조철봉은 숙진의 시선이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조남태는 열흘 후에 열리는 음악 콩쿠르의 심사위원장인 것이다. 그리고 숙진의 일곱살난 딸 정수지는 조남태 앞에서 바이올린 연주 심사를 받아야 한다. 권위가 있는 콩쿠르이었고 입상자는 외국유학 경비까지 보조받는 터라 숙진은 딸을 맹훈련시켜왔다.
“이걸 하필 저한테.”
겨우 숙진이 그렇게 입을 열었을 때 조철봉이 다시 풀썩 웃었다.
“솔직히 형님한테서 특석 표를 스무장이나 얻었습니다. 그래서 제 고객들한테 나눠주는 중이지요.”
그리고는 조철봉이 자리에서 일어서는 시늉을 했다.
“바쁘실것 같으니 이만.”
“아니 차는 한잔 하고 가셔야죠.”
당황한 숙진이 손을 뻗어 말리는 시늉을 하며 일어섰다.
“뭘 드시겠어요?”
“커피 주십시오. 프림은 빼고.”
“그럼 잠깐만.”
숙진이 서둘러 방을 나가자 조철봉은 의자에 등을 붙였다. 숙진은 34세의 나이인데도 20대 후반으로 보였다. 하긴 피부 클리닉의 원장이라 온갖 처방을 다 할테니 그럴만도 했다. 그리고 맑고 큰 눈과 곧은 콧날, 야무진 입술을 가진 미인이다. 거기에다 늘씬한 몸매까지 갖췄으니 이제까지 만난 여자중에서는 최상급에 들것이었다. 방문이 열리더니 숙진이 쟁반에다 커피잔을 받쳐들고 들어섰다.
“이거 번거롭게 해드리는데요.”
“아녜요.”
커피잔을 내려놓은 숙진이 처음으로 웃음띤 얼굴로 조철봉을 보았다.
“아깐 너무 황당해서요. 실례했어요.”
“아닙니다.”
조철봉은 헛기침을 했다.
조남태 교수는 성씨만 같을 뿐 어디 사는 놈인지도 모른다.
특석표 두장은 돈내고 샀다.
오숙진편(5)
숙진과 헤어진 조철봉이 사당동의 한성유치원 앞에 도착했을 때는 오전 11시 45분이었다. 차를 길가에 겨우 세운 조철봉은 서둘러 유치원 정문으로 다가갔다. 정문 앞에는 이미 노란색 바탕에 울긋불긋한 장식을 붙인 유치원 승합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곧 아이들이 몰려나올 것이었다. 조철봉은 정문의 기둥에 등을 붙이고 섰다. 이 자세면 유치원 현관에서 승합차까지 20여미터의 거리가 다 시야에 들어온다. 그가 다시 시계를 보았을 때 유치원 현관문이 열리더니 아이들이 쏟아져 나왔다. 모두 노란색 재킷 일색이었지만 눈을 치켜뜬 조철봉은 금방 이영일을 찾아내었다. 잘생겼다. 커갈수록 아비를 닮아 콧날이 반듯하고 입술도 야무졌으나 눈은 지 어미를 닮아 컸다. 영일이가 씩씩거리며 뛰어오더니 앞장섰던 아이를 제치다가 조철봉의 앞에서 하마터면 넘어질뻔 했다. 비틀거리던 영일이는 힐끔 조철봉을 보았다. 그리고는 화난 표정으로 금방 머리를 돌려 승합차로 다가갔다. 조철봉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동안에 영일이는 승합차 안으로 들어가 바깥쪽 좌석에 앉았는지 보이지가 않았다. 영일이가 조철봉을 알아볼리가 없는 것이다. 한살때 헤어지고 나서 공식적으로 만난 적이 한번도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승합차가 출발했기 때문에 조철봉은 휘적이며 차로 다가갔다. 영일이의 혈액형은 O형이었다. 물론 조철봉도 O형이다. 외모는 물론이고 혈액형도 같다. 차로 돌아온 조철봉은 의자에 등을 붙이고 가만 있었다. 영일이의 엄마 서경윤과의 결혼생활은 만 2년3개월12일간이었다. 영일이는 조철봉의 아들이다. 3년전에 재혼한 경윤의 남편 이종학이 자신의 자식으로 입적시켰기 때문에 이씨가 된 것이다. 그리고는 앞으로 석달에 한번씩만 찾아오기로 마음먹었다. 작년에 영일이가 유아원에 다닐때부터 한달에 한번씩은 꼭 찾아왔는데 두번이나 경윤에게 들킬뻔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놈은 볼수록 점점 정이 떨어진다. 아까 힐끔 올려다 보는 눈빛이 꼭 제 엄마를 닮았다.
최갑중은 커피잔을 앞에 놓고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종이에는 볼펜으로 쓴 조사자료가 있었다. 오숙진이 앞으로 되어 있어요. 그리고.”
오숙진편(6)
두 팔로 하태호의 목을 안은 숙진은 함께 오름 준비를 했지만 오늘도 맞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윽고 몸안에 들어왔던 태호의 물건이 팽창되는 느낌과 함께 귓가에서 굵은 신음소리가 울렸다. 그 소리에 맞춰 숙진도 길고 높은 탄성을 뱉으며 온몸을 굳혔지만 절정에 오른 것은 아니다. 몸을 누르고 있는 하태호의 체중이 갑자기 무겁게 느껴졌으므로 숙진은 어깨를 틀었다. 그래서 오히려 숙진의 몸을 더 세게 안더니 찌그러진 물건을 넣은 채 그냥 달라붙었다. 침대에서 일어선 숙진은 갑자기 구역질을 느끼고는 어금니를 물었다. 그리고는 서둘러 화장실로 들어가 입을 벌렸지만 구역질은 나오지 않았다. 피부와 몸 관리를 잘해 온 덕분으로 20대의 몸매를 그대로 유지시켜 거울을 보는 동안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쓸데없는 전희가 너무 긴데다 그 짓을 하면서 꼭 좋으냐고 확인하는 통에 달아올랐던 몸이 식어버리는 것이었다. 샤워기의 머리를 숲속에 댄 숙진은 한동안 더운물을 그곳에다 내쏘면서 가만이 서 있었다. 하태호는 VIP고객이었다. 곧 두 명을 더 소개시켜 준다고 했다. 물론 손님들의 비용도 태호가 다 내는 접대 형식이다. 그러니 앞으로 두 달은 더 이 관계를 유지시켜야만 한다. 있었다는 듯이 일어섰다. 번들거리는 대머리 위에 엉켜있는 몇 가닥의 머리카락이 보기 흉했다. 숙진은 외면했다. 그러나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주색잡기에 이골이 난 태호가 결코 녹록지가 않은 것이다. 자신이 오늘 절정에 오르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차렸을지도 모른다. 태호가 화장실에서 나왔을 때 숙진은 팬티와 브래지어만 걸친 채 의자에 앉아있었다. 옷을 다 입지도 벗지도 않고 이 상태로 있는 것이 상대방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오숙진편(7)
|
'소설방 > 강안남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6. 정상을 향하여 (21)~(29) (0) | 2014.07.20 |
---|---|
5. 정상을 향하여 (11)~(20) (0) | 2014.07.20 |
4. 정상을 향하여 (1)~(10) (0) | 2014.07.20 |
3. 오숙진편(21)~(31) (0) | 2014.07.20 |
2. 오숙진편(11)~(20) (0) | 2014.07.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