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삼한지

제11장 단귀유(段貴留) 5 회

오늘의 쉼터 2014. 7. 19. 16:48

제11장 단귀유(段貴留) 5

 

 

패륜을 저지른 두 남녀를 부추겨 바라던 바를 달성한 사본은 며칠 뒤 건무의 집으로 가서

객채에 묵고 있던 강씨와 환덕을 만나 노고를 치하하였다.

“그대들이 아니었으면 나라의 오랜 근심을 없애지 못했을 것이다.

실로 장한 일들을 하였다.”

“저희야 영문도 모르고 그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니 공이 있다면 모다 나리의 것입지요.”

환덕의 겸손해하는 말을 들은 사본은 잠시 표정 없는 얼굴로 두 사람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러나 이내 얼굴빛을 부드럽게 하여,

“그래 그대들은 이제 어디로 가서 살았으면 좋겠는가?

원하는 곳을 말해보라.

나라에서는 이미 집과 땅을 하사하라는 어명이 났으니

기왕이면 원하는 곳에다 거처를 마련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하며 다정스레 물었다.

사전에 두 남녀가 미리 이 문제를 말할 적에 강씨는 친정에서 가까운

요동 태자하(패강) 남변의 북평양을 고집하였고,

환덕은 남살수(청천강) 북변의 밀운향(영변)에서 살 것을 주장하였다.

그러나 기왕 나라에서 주택과 전지를 얻는다면 땅이 기름진 남쪽이 유리하고,

아직 주괴가 살아 있으므로 북방은 위험하다는 환덕의 주장에 강씨가 수긍하여

밀운향으로 결정을 내린 뒤였다.

사본은 두 사람이 함께 밀운향을 말하자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현명한 생각이다.

내 아홉 칸짜리 집과 양전을 마련하여줄 터인즉

그대들은 내일 날이 밝는 대로 밀운향으로 떠나라.

그리고 이것은 내가 별도로 주는 것이니 아무 소리 말고 받아두라.”

사본이 꺼내놓은 것은 스무 냥에 가까운 금이었다.

그것을 본 두 남녀의 입이 있는 대로 벌어졌다.

“내일 가는 것은 보지 못할 테니 모쪼록 가거든 서로 공경하고 다복하게 잘들 살게나.”

사본은 두 사람과 미리 작별 인사까지 나누고 건무가 기다리는 안채로 건너왔다.

그리고는 가만히 건무에게 말하기를,

“저들을 그대로 두면 아무래도 후환이 염려됩니다.

이미 남편과 스승을 배신한 것들인데 누구와 다시 신의를 지키겠습니까?

당최 한 군데도 믿을 데가 없는 자들이올시다.

게다가 저들이 가겠다는 데가 도성에서 그리 멀지 않은 밀운향입니다.

훗날 귀유가 돌아와 무슨 말로 저들을 이용할지도 알 수가 없으니

차라리 이쯤에서 영영 입을 막아버리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건무도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허락을 얻은 사본은 건무의 집에 식객으로 있던 칼잡이 심복 몇을 불러 은밀히 이르기를,

“너희는 내일 객채에 머물고 있는 저 자들이 떠나거든 가만히 뒤를 밟다가

인적이 없는 적당한 곳에서 죽이고 그 시체는 땅에 묻어라.

이 일은 쥐도 새도 모르게 해야 할 것이니라.”

엄히 잡도리를 하고서,

“내 저들에게 미리 금 스무 냥을 줘놨으니

이는 너희가 일을 무사히 마치거든 공평하게 나눠 갖도록 하라.”

하고 덧붙이자 심복들이 금 스무 냥이라는 말에 미리부터 입이 있는 대로 벙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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