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장 전운(戰雲) 9
왕의 말에 귀유는 못내 석연찮은 표정으로 앉았다가 한참 만에야 체념한 듯이
음성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수나라 양광은 종잡을 수 없는 인물입니다.
대왕께서도 이미 꿰뚫고 계시듯이 그가 수나라에 있는 한 어차피 전쟁은 피할 수 없는 일이요,
다만 그 시기가 문제일 뿐입니다.
또한 무오년에 30만 대병을 움직이고도 패한 일이 있으므로 만일 양광이 군사를 낸다면
적어도 50만 이상이 되리라는 것은 어렵잖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옵니다.
그런데 지금 수나라 사정은 50만이나 되는 군사를 낼 형편이 결코 아닙니다.
50만 대병을 움직이려면 병장기와 군량을 준비하는 데만도 족히 수삼 년 세월은 걸릴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해마다 조공을 변함없이 하고 예전처럼 섬긴다면 양광 역시 당분간은
본심을 드러내지 않을 것입니다.
그동안에 우리는 이득 없는 싸움을 자제하고 오로지 북으로만 방비를 철저히 해두는 것이
옳습니다.
시일은 충분하고 넉넉하므로 급할 것이 조금도 없습니다.
유사시를 대비하여 동돌궐의 족장 계민(啓民)에게도 사신을 보내어 화친을 도모하고,
믿을 만한 사람으로 요하의 각 성에 대한 보수와 방비를 물샐틈없이 해두는 것도 필요합니다.
아울러 시일을 두고 적당한 때를 살펴 백제나 신라 양국 중의 한 곳에 사신을 보내
우방으로 삼는 것이 중요합니다.
북으로 동돌궐, 거란, 말갈과 남으로 백제, 신라까지 선린의 관계를 맺어 방수동맹을 꾀하면
제아무리 포악하고 종작없는 수나라 양광일지언정 섣불리 군사를 내지 못할 것입니다.
대개 소진의 합종설이나 장의가 말한 연횡의 계말고는 수와 같은 나라를 상대할 방도가
달리 없습니다.”
“말갈이야 다른 마음을 품을 턱이 없지만 그밖의 나라들이 이에 응할지 모르겠구나.
“말갈이야 다른 마음을 품을 턱이 없지만 그밖의 나라들이 이에 응할지 모르겠구나.
동돌궐만 하더라도 수나라의 강성함에 두려움을 느낀 지 오래라 화를 자초할 일을
하려 들지 않을 것이요,
백제와 신라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왕이 자신없는 얼굴로 고개를 젓자 귀유가 침착하게 말하였다.
“수나라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곧 우리와 화친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왕이 자신없는 얼굴로 고개를 젓자 귀유가 침착하게 말하였다.
“수나라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곧 우리와 화친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동돌궐의 일은 맡길 만한 사람이 있으니 심려하지 마십시오.”
왕은 당장 안색이 환하게 변하였다.
“호, 그가 누구인가?”
“제가 아는 사람 가운데 백석성 사람 주괴란 이가 있습니다.”
“주괴? 오호라, 내 그 이름을 이미 들은 바가 있다.”
왕의 말에 귀유가 문득 놀라며,
“주괴의 이름을 어디서 들으셨는지요?”
하자 왕이 껄껄 웃고 나서,
“태학박사 이문진에게서 들었느니라.”
하고는,
“그의 도술이 놀랍다고 하던데 혹시 계민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도술을 가졌던가?”
하였다. 귀유가 웃으며 대답하기를,
“주괴가 더러 신통한 방술을 부리는 것은 사실이오나
왕은 당장 안색이 환하게 변하였다.
“호, 그가 누구인가?”
“제가 아는 사람 가운데 백석성 사람 주괴란 이가 있습니다.”
“주괴? 오호라, 내 그 이름을 이미 들은 바가 있다.”
왕의 말에 귀유가 문득 놀라며,
“주괴의 이름을 어디서 들으셨는지요?”
하자 왕이 껄껄 웃고 나서,
“태학박사 이문진에게서 들었느니라.”
하고는,
“그의 도술이 놀랍다고 하던데 혹시 계민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도술을 가졌던가?”
하였다. 귀유가 웃으며 대답하기를,
“주괴가 더러 신통한 방술을 부리는 것은 사실이오나
어찌 도술로써 국사의 막중함을 행하겠나이까.”
하고서,
“본시 주괴는 하늘을 지붕 삼고 땅을 마당으로 삼아 천하를 두루 유랑한 분이온데
하고서,
“본시 주괴는 하늘을 지붕 삼고 땅을 마당으로 삼아 천하를 두루 유랑한 분이온데
동돌궐의 족장 계민과는 한이불을 같이 덮고 잠을 잘 정도로 막역한 사이라고 들었습니다.
제가 의주 야산에서 그분에게 황노학을 배우다가 온 마당이라 지금 돌아가서
간곡히 청을 하면 필시 거절하지 못할 것입니다.
다만 제가 의주로 돌아갈 적에 믿을 만한 사신 한 사람을 데려가게 해주십시오.
사신을 주괴와 함께 계민에게 보낸다면 틀림없이 반가운 소식을 얻어서 올 것입니다.”
하니 왕이 귀유의 말에 깜짝 놀라며,
“네가 어디로 간단 말이냐? 너는 금일로 나라의 대신이다.
하니 왕이 귀유의 말에 깜짝 놀라며,
“네가 어디로 간단 말이냐? 너는 금일로 나라의 대신이다.
내 너에게 중외대부 벼슬을 내릴 터이니 너는 조석으로 입궐하여 과인을 보필할 것이며
하루 넘어 도성을 비울 때에는 별도의 허락을 얻도록 하라.”
하고 엄명하였다.
하고 엄명하였다.
그리고 당장 좌우에 명하여 주괴를 데려오라고 하니 귀유가 일이 번거로울 것을 말하며,
“이곳에서 사신을 보낼 적에 신이 서찰로 내막을 밝히고 그 사신으로 하여금
“이곳에서 사신을 보낼 적에 신이 서찰로 내막을 밝히고 그 사신으로 하여금
의주를 들렀다가 가도록 하면 쓸데없이 오가는 다리품을 덜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주괴라는 분은 벼슬을 살 사람이 결코 아니므로 만일 전하께서
굳이 대궐로 부르시면 도망하여 숨기가 쉬울 것입니다.”
하므로 왕은 하는 수 없이 귀유의 말을 좇았다.
하므로 왕은 하는 수 없이 귀유의 말을 좇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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