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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장 전운(戰雲) 10 회

오늘의 쉼터 2014. 7. 19. 14:08

제10장 전운(戰雲) 10  

 

태학에서 공부하는 젊은 학생들 사이에나 이름이 알려졌던 단귀유가 하루아침에

중외대부 벼슬에 올라 백의재상이 되었다.
 
그러자 조정 중신들의 이목이 이 젊은 선비 한 사람에게 집중된 것은 당연지사였는데,

그 후에 왕이 조석으로 귀유를 찾고 사사건건 그에게만 의견을 물어 그대로 행하니

더러 귀유와 친하게 지내려는 사람도 없지는 않았지만 까닭 없이 눈총을 주고

흠을 잡으려는 자들이 훨씬 더 많았다.

그 가운데 무오년 이후 왕의 신임을 받아왔던 남진파들의 불만은 특히 심했다.

왕이 하루는 귀유를 불러 묻기를,

“이제 바쁜 농사철도 끝났으니 역부를 징발하여 요하의 성들을 개축하는 공역을 시작하려 한다.

경의 생각에는 그 책임을 누구에게 맡기는 것이 좋겠는가?”

하니 귀유가 즉시 대답하기를,

“성곽을 개축하고 보수하는 일은 장차 전쟁에 대비하기 위함이요,

만일 전쟁이 일어나면 성곽을 적절히 이용하는 일은 장수들의 몫입니다.

지략이 뛰어나고 용맹스러우며 능히 사직을 보전할 만한 나라의 최고 장수에게

대임을 맡기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고서,

“신이 보기에 그런 장수로는 오직 석다산 사람 을지문덕이 있을 뿐입니다.”

하였다. 왕이 을지문덕의 용맹을 모르지 않았으나 그의 나이가 서른을 갓 넘긴 터라

대임을 맡기기가 아무래도 석연찮고, 혹시 각 성의 나이 많은 성주들이

고분고분 따르지 아니할 것을 우려하여,

“고승이나 건무를 보내는 편이 낫지 않을까?”

하니 귀유가 웃으며 말하기를,

“대왕께서는 을지문덕의 진가를 아직 제대로 알지 못하십니다.

을지문덕은 장수일 뿐만 아니라 문장과 지략을 놓고 보더라도

조정에 그만한 인재가 다시없습니다.

힘으로는 혼자서도 능히 1만 군사를 당해낼 만치 우뚝하고,

문장으로는 위나라 조식에 필적하며,

세상을 읽는 눈과 지혜는 소신 따위가 감히 넘볼 수 없는 사람입니다.

만일 무오년에 수나라 군대가 홍수를 만나지 않았다 하더라도

보급로를 막고 요하에서 물길을 이용하는 을지문덕의 계책에 걸려들었다면

몰살을 면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가 고승이나 건무와 같은 장수들에 견주어 나이가 어린 것은 사실이오나

고구려의 앞날은 을지문덕의 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닙니다.

신이 생각하기에 그와 같은 이가 우리나라 조정에 있다는 것은 실로 천우신조이자

전하의 홍복이올시다.

을지문덕을 중히 쓰신다면 수나라의 1백만 군대가 온다고 한들 어찌 두려우리까.”

가히 입에 침이 마르도록 젊은 장수 을지문덕을 극찬하였다.

왕도 그제야 귀유의 뜻을 받아들여 을지문덕을 대형으로 삼아 요동의 각 성들을 둘러보고

성주의 도움을 받아 성곽을 일제히 점검토록 지시했다.

그런데 이 일로 귀유는 좌장군 건무와 노장 고승을 비롯한 많은 선배 장수들로부터

극심한 시기와 노여움을 사고 말았다.

평소 귀유의 존재를 고깝게 여기던 이들 남진파들은 귀유가 자신들을 무시하고

마치 나라를 지킬 장수가 을지문덕밖에 없다는 듯이 말한 것에 격분을 금치 못하였다.

양광의 등극에 주춤했던 그들이었지만 왕과 귀유가 풍운어수(風雲魚水)와 같이

지내는 꼴을 더 이상 묵과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곧 삼삼오오 무리를 이루어 백의재상 귀유에게 쏠린 왕의 마음을 되돌려놓을 계책들을 강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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