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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장 장왕(璋王) 14 회

오늘의 쉼터 2014. 7. 19. 13:39

제9장 장왕(璋王) 14  

 

한편 모산성을 떠난 전령병이 금성에 당도하여 남승의 장계를 전했을 때는 백제의 선화 공주가

보낸 사신이 먼저 도착하여 장왕 부처의 선물과 친서를 바치고 난 뒤였다.
 
백정왕과 마야 왕비는 딸과 사위가 보낸 서신을 읽고 나서 눈물을 글썽이며 반가워하였는데,

특히 장왕이 빙부라 깍듯이 칭하며 군사를 내지 아니할 수 없었던 자신의 딱한 형편을 설명하고

아울러 깊이 사죄하면서,

장차 이런 불상사가 없도록 빙부님과 제가 뜻을 함께한다면 마침내는 국경 없이 지내는

아름다운 시절도 오지 않겠나이까. 백제를 빙부님이 맡아 다스린들 어떻고 제가 선화와 더불어

금성에서 해를 넘기며 숙위한들 또 어떠리이까.

감히 바라건대 장차 빙부님과 제가 마음과 뜻을 모아 양국의 고금에 유례가 없었던

미풍과 양속을 반드시 새로 만들게 되기를 천지신명께 빌고 또 빌겠나이다.

구구절절이 간절한 뜻으로 양국의 화친을 거론하자 백정왕도 드디어는 마음이 크게 움직여서,

“그렇지. 왕이라고 어디 중신들이 한결같이 주장하는 입을 막을 수 있고

이를 좇지 아니할 재간이 있던가! 부여장의 처지는 나 또한 뼈에 사무치게 느끼는 바일세!”

하고 장왕의 형편을 두둔하였다.

왕은 백제에서 보낸 궁녀를 후히 대접하고 즉시 백관들을 불러 장왕의 뜻을 전한 뒤에,

“백제왕 부여장이 이미 사죄의 글을 올린 마당이니 공연히 싸움을 오래 끌어 무엇하겠는가?

즉시 사람을 보내어 군사를 거두고 앞으로는 두 나라 조정에서 지략을 다하여 화친할 방도를

찾는 일이 시급하지 않겠소?”

하며 물으니 가까스로 용춘의 세력을 몰아내고 조정의 실권을 장악한 백반이 말하기를,

“이웃 나라와 화친하여 평화롭게 지내는 것은 덕치의 근본이올습니다.

어찌 창칼로써 다투기를 바라겠습니까?”

하고서,

“다만 백제왕이 군사를 내고 동시에 사신을 보내니 혹 두 가지 마음을 품지 않았을까

걱정될 따름이올시다.”

하였다.

백정왕이 장왕의 서신에 적힌 피치 못할 사정을 말하며,

“과인이 생각하기에는 능히 그럴 수 있는 일이다.”

하고서,

“저쪽에서 화친의 방법으로 국원소경 북방에서 당성항까지

이르는 길을 되돌려받을 것을 요구하면서 우리 신라의 군사와 우마차가 지나다니는

새 길을 닦을 것과 사이사이에 신라관을 설치할 것을 자청할 뿐 아니라,

당성항에서 양국의 백성들이 만나 자유롭게 장사를 벌이고 문물을 교환할 것 등을

제안해왔으니 이것을 어찌 두 마음을 품은 자의 생각이라 하겠는가?”

하자 백반이 고개를 끄덕이며,

“땅을 되돌려달라는 것은 비록 사리에 맞지 않은 요구이오나 나머지 얘기는

간교한 마음을 가진 자로서는 하지 못할 말이올시다.”

하고서,

“만일 그렇다면 장왕과 선화의 면을 봐서라도 이를 완전히 묵살할 수는 없는 일이요,

또한 전날 그들이 무량 법사의 편에 금말을 보낸 일도 있사오니

사신의 편에 선물을 마련하고 남승의 군사를 거두어들이는 것이 옳을 듯합니다.

아울러 장왕이 보위에 오른 것을 축하하는 사절단을 파견하고 이곳에서 물자와 백공을 대어

백제국 내에 장왕 부처의 만수무강을 비는 큰 사찰을 건립해준다면 비록 땅을 돌려달라는

저들의 부탁은 들어주지 못할지언정 빙부국의 체면은 세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하고 제안하였다.

백반의 뜻을 거역할 중신들이 신라 조정에 있을 턱이 없었다.

왕이 중신들의 뜻을 묻자 한결같이 고개를 땅에 박고서,

“참으로 뛰어난 계책이올습니다.”

“신 등은 감히 생각도 못한 일입니다.

촉나라 승상 제갈량이 살아온다 해도 이보다 더 나은 꾀는 내지 못할 것이옵니다.”

이구동성으로 백반의 지략을 극찬하였다.

한창 이럴 무렵 모산성에서 보낸 전령병이 당도하여 왕에게 그간의 전황을 알리고,

네 군데 성을 신축할 것과 국원에서 역부를 징발하도록 윤허해달라는 남승의 장계를 전하였다.

이에 백정왕이 허락하지 않고,

“남승에게 성 쌓는 것을 포기하고 당장 금성으로 돌아오라 일러라.”

하고 철군을 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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