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삼한지

제9장 장왕(璋王) 11 회

오늘의 쉼터 2014. 7. 19. 11:38

제9장 장왕(璋王) 11  

 

한편 신라의 백정왕은 자신의 사위인 서동 부여장이 생각지도 않았던

백제국의 왕위에 올랐다는 소식을 듣고 왕비와 더불어 이를 크게 기뻐하였다.
 
그런데, 돌연 군사를 내어 모산성을 친다는 소식을 접하자

한동안 어떻게 된 영문인지를 몰라 어리둥절하였다.
 
즉각 만조의 백관들을 불러 대책을 숙의하니 병부령 남승(南勝)이 말하기를,

“이는 더벅머리 마동이 보위에 오른 뒤 내환을 무마하기 위해 벌이는 전쟁입니다.

소문에 듣자하니 백제에서는 관록과 경륜이 묵살되어 20세 어린아이가

나라의 상신 노릇을 하고 60세 노신이 그 밑에 시립하는 몰풍정한 예가 허다하다고 합니다.

어찌 어린아이의 군대에 병법과 군율이 제대로 있겠나이까.

신이 한두 사람의 장수와 약간의 군사만을 데려가서 단숨에 이를 물리치고

사비성 애송이들의 못된 버르장머리를 단단히 고쳐놓겠습니다.”

제법 호기롭게 장담하였다.

“그래 얼마나 군사를 데려가겠소?”

왕이 묻자 젊은 장수 이리벌(伊梨伐)과 병부령 자리를 다투던 남승은

차제에 자신의 입지를 확실히해두고 싶은 욕심이 앞섰다.

“기병 1천과 보병 2천이면 충분하리라 봅니다.”

“모산성은 국원소경에 인접한 곳으로 만일 전쟁에 패하여 이곳을 잃는다면

큰 낭패가 아닐 수 없소.

어찌 3천의 군사에게 맡기겠소? 경은 너무 자만하지 말고 군사를 더 내어 가시오.”

왕의 걱정하는 말에 남승이 마지못해,

“하면 기병 2천에 보병 3천을 데려가겠습니다.”

하고는 장수도 파진찬 이리벌을 뺀 건품(乾品)과 무리굴(武梨屈)만을 데려가겠노라 하였다.

이에 백정왕이 안심하지 못하고 이리벌과 급찬 무은(武殷), 비리야(比梨耶) 등도

함께 가도록 권하니 남승이 대답하기를,

“애송이를 상대하기에는 건품과 무리굴만으로도 이미 과한 마당에 장수를

더 데려갈 하등의 이유가 없습니다.

하오나 전하께서 정 마음이 놓이지 않으신다면 비리야 한 사람만을 더 뽑아 가겠나이다.”

하고 고집을 부렸다.

병부령 남승이 장수와 보기병 5천을 이끌고 금성을 출발하여 이틀만에 모산성에 당도하니

성의 군주 기삼(奇三)이라는 자가 성문을 굳게 걸어잠근 채 두려움에 떨고 있다가

뛸 듯이 반가워하며,

“남문에도 군사가 있고 서문에도 군사가 있는데 성루에서 보자니

그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도무지 짐작하기 어렵습니다요.”

하였다.

남승이 친히 성루에 올라가서 남면과 서면을 두루 살펴보니

과연 울창한 수풀 속에 흙먼지가 자욱한데 적병의 정체는 보이지 않았다.

남승이 돌연 껄껄 호쾌한 웃음을 터뜨리며,

“이것이 어린아이들의 장난이 아니고 무엇이랴.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것은 숫자가 적다는 뜻이요,

흙먼지를 일으키는 것은 허세를 부리는 것이니

기껏해야 사오백의 복병이 숨었을 뿐이다.”

하고서 즉시 좌우에 명하기를,

“건품과 비리야는 보기병 2천을 거느리고 남문으로 나가고 무리굴과 기삼도

2천의 군사로 서문을 공격하라.

그런데 만일 이들이 사력을 다하여 응전하거든 끝까지 추격하여 섬멸할 일이지만

싸우지 아니하고 도망하는 기색이 보이거든 적당한 곳에서 추격을 멈추라.

매복이 있을까 두렵다.”

하였다.

남승의 군령을 받은 장수들이 군사를 이끌고 모산성의 남문과 서문으로 달려나가자

숲에 숨어 있던 백제군들이 함성을 지르며 응수하였다.

남문에서 길지와 맞닥뜨린 신라의 명장 건품이 마상에 앉아 문득 언성을 높여 꾸짖기를,

“보아하니 너는 낫살이나 먹은 자인데 어찌하여 사비의 철부지가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는 것을 나무라지 않고 도리어 앞장서서 예까지 왔더란 말이냐?”

하니 길지가 껄껄 웃으며,

“모산성에서 한산까지는 본래 우리의 땅으로 특히 한산은 전날 십제의 도성이 있던 곳이다.

사비에서는 그간 너희들의 양심을 믿고 이를 되돌려줄 것을 기다렸으나

아직도 아무 기별이 없으니 어찌 너희에게 도둑놈의 심보가 없다고 할 것인가?

이에 영명하신 우리 군주께서 나로 하여금 한산을 찾아오라 명하여 왔으니

너는 목숨이 아깝거든 어서 길을 비켜라!”

하고 되받았다.

건품이 눈알을 굴리며,

“네 혓바닥이 땅에 떨어져서도 그처럼 나불거릴 수 있는지 보자!”

하며 장검을 뽑아 들자 길지 또한 물러서지 않고 검으로 맞섰다.

그런데 양자가 어우러진 지 30여 합 만에 길지가 문득 말머리를 돌려 달아나니

건품의 신라군이 기고만장하여 백제군의 뒤를 추격하였다.

이삼십 리를 정신없이 쫓아가던 건품에게 급간 비리야가 말하기를,

“백제군이 제대로 싸우지도 아니하고 도망만 치니 수상합니다.

이쯤에서 추격을 멈추고 되돌아가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자 건품 역시 내심 께름칙하게 여기던 터라,

“그러세.”

하고 군사를 되돌려 성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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