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장 마동 부여장 20
“도대체 그 아이가 무슨 죄를 지어 옥에 갇혔던가?”
“죄상이야 문초를 하여 밝혀보아야 알 터이나 우선 드러난 것으로는
신라 국왕이 딸을 주어 사위로 삼았을 뿐 아니라
얼마 전에는 친히 서신까지 보내어 안부를 물었다 합디다.”
“그것이 무슨 죄가 된단 말인가?”
대가는 태자가 묻는 것이 자꾸 자신의 생각과 어긋나게 나가자
비로소 수상한 기분이 들었다.
“신라와는 그간에 서로 화친하여 지낸 적도 없지는 않았으나 성왕께서 전사하신 후로
아직 그 원한을 풀지 못해 적대하고 지낸 지가 오랩니다.
어찌 신라의 국서가 된 자가 죄가 없을 것이며 항차 신라왕의 서신까지 받은 자를
용납할 수 있으오리까?”
하고서,
“그러나 이는 단지 소인의 생각일 뿐이올시다.”
하며 재빠르게 발을 물렸다.
선이 대가의 됨됨이를 한눈에 알아보고,
“만일에 그가 신라로 가서 국서가 되었다면 시비가 일 수도 있을 것이고,
그가 신라 국왕에게 서신으로 안부를 물었다면 이 또한 말이 날 소지도 있을 터이다.
하나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남녀가 만나 혼인하는 것은 나랏일이 아닌 인륜지대사가 아닌가.
하물며 그가 평인의 신분으로 일국의 왕녀를 데리고 백제로 와서 살고 신라 국왕이
서신을 보내어 안부까지 물었다면 이는 우리나라의 자랑이며 백제인의 기상을 떨쳐 보인
훌륭한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근엄히 이르고서,
“항차 너는 그런 이의 외숙이 된 자로 남들이 조카를 멸시하고 비방한다 하여도
마땅히 앞에 나서서 이를 변호하고 수습해야 할 터인데 도리어 네가 죄를 논하고
벌줄 것을 주장하니 암만 생각해도 그 사유를 모르겠구나.”
하며 고개를 흔들고 책망하였다.
대가가 태자의 눈치만 살피며 대꾸를 못하고 앉았으려니 태자가 비로소 말하기를,
“네 누이 안향은 옛날에 나의 지어미요, 그 아이는 내 자식이니라.”
하였다.
태자의 돌연한 말에 대가가 자신의 귀를 의심하였다.
태자를 멀거니 바라보며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앉았다가,
“그만 나가보라!”
하는 말을 듣고서야 비틀거리며 물러났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허공을 향하여,
“태자의 아들이라고? 태자의 아들이라고?”
하며 중얼거리고 집에 와서도,
“장이 태자의 아들이라네, 허허, 태자의 아들이야.”
하고 시나브로 한숨질만 해대는 것이 식구들이 보기에는 영락없이 넋 빠진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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