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삼한지

제8장 마동 부여장 17 회

오늘의 쉼터 2014. 7. 19. 10:55

제8장 마동 부여장 17

두 내외가 무량, 지명과 하직 인사를 나누고 화적촌에 내려와 사람들로 하여금

금 두 말을 사자사로 져나르게 하였더니

두 중이 그날로 금과 함께 사라져 오랫동안 소식이 없었다.

그 후 선화가 달이 차서 사내아이를 낳으니

장이 아이의 이름을 놓고 선화에게 말하기를,

“이 아이는 임자와 나의 자식이니 이름도 같이 뜻을 합쳐 짓도록 합시다.

나는 무엇보다도 이 아이가 자라서 의로운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소.”

하며 먼저 의(義)자를 내므로 선화가 그 뒤를 이어,

“의로운 것도 좋지만 부모 형제에게 자상하고 주윗사람한테 자애로운

아름다운 성품을 지녔으면 합니다.”

하고 자(慈)를 더하였다.

이로써 아이의 이름을 의자(義慈)라 부르게 되었다.

그 뒤로도 두 내외의 금실지락이 워낙 유별나서 하룻밤도 그저 넘기는 법이 없으니

선화가 의자를 낳고 곧 또 몸에 태기가 돌았다.

그런데 두번째 밴 아이를 낳을 무렵에서야 무량이 용화산에 들러 백정왕이 친히 쓴

서신 한 통을 내놓았다.

무량은 전날 진나라 영토였던 금릉(金陵:남경)에서 보내온 법사 원광의 서신을 받고

다시 중국으로 가는 길이었다.

전란으로 어수선했던 금릉도 이때는 수나라에 복속되어 과거의 평온함을 되찾은 뒤였다.

선화가 반가운 마음으로 서신을 황급히 개봉하려 하자 무량이 웃으며,

“공주님께서 열어보아도 그만이나 겉봉에 씌어 있기로는 임자가 따로 있는 듯합니다.”

하므로 그제야 겉봉을 읽어보니

‘국서 부여장 서동 친전(國壻 扶餘璋 薯童 親展)’이라는 글귀가 선명하였다.

선화가 부러 앵도라진 낯으로,

“주인이 직접 보구려.”

하며 서신을 팽개치듯 내미니 국서라는 글에 이미 입이 큼지막하게 벙그러진 장이,

“빙부의 서신인데 누가 본들 어떠려구.”

하고는 봉함을 열어 적힌 글을 눈으로 읽어내려갔다.

선화가 그새를 참지 못하고 장의 어깨 너머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백정왕이 보낸 서신은 먼저 장과 선화의 안부를 묻고,

예를 갖춰 두 사람의 혼례를 올려주지 못함을 애운해하면서 비록 직접 면대하지는 못했으나

무량대사를 통해 장의 인물과 됨됨이를 들어본즉 가히 천하에 보기 드문 장부요,

국서로 삼으매 조금도 손색이 없음을 알고 크게 기뻤다는 내용으로 돼 있었다.

아울러 일전에 보낸 금 두 말을 잘 받았다는 것과, 순산하기를 바란다는 말을 덧붙이고,

말미에 가서는 부녀의 정은 변함이 없되 세간의 구설이 아직도 분분하여 가까이 부르지 못함을

슬퍼하였다.

서신을 읽고 나자 장은 우쭐한 기분에 취하여 시종 웃음을 감추지 못했으나 선화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수시로 눈시울을 붉혀대더니

무량이 떠난 뒤 밤에 자리를 깔고 눕자 돌연 허공을 향하여 부들부들 치를 떨며,

“이제 금성 생각은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테요!”

하고서,

“금성에 사는 것들은 오늘 이후로 중신이고 백성들이고 하나같이 나의 원수요.

어찌하여 아직까지도 나에 대한 구설이 분분하단 말씀이오?

그것들이 들어 나를 망치고 부녀지연과 형제지정을 끊으니

이제는 금성의 금자만 들어도 이가 갈립니다.

내가 그동안에는 야속한 마음이 더러 일어도 자주 금성 쪽의 하늘을 올려다보곤 하였는데

차후로는 그쪽으로 날아가는 새도 쳐다보지 않으리다.

이제 나는 명실공히 백제 사람이요, 신라는 나의 원수국이오!”

하도 분통을 터뜨리고 오랫동안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바람에

나중에는 장이 도리어 마음을 풀라며 달래기까지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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