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삼한지

제8장 마동 부여장 15 회

오늘의 쉼터 2014. 7. 19. 10:48

제8장 마동 부여장 15

두 내외가 화적촌에서 머물기로 하자 무량은 바랑을 짊어지고 사자사로 향하고

매우도 용화산까지 온 김에 아우나 만나보고 가겠다며 대사를 따라갔다.

장과 선화가 이때부터 용화산 남동면의 화적촌에 살면서 지니고 있던 재화로 사람들을

구제하고 화적질을 못하도록 계도하니 사람들이 모두 그 뜻을 받들어 화적 떼가

이내 양민이 되었다.

화적촌 주민은 장정이 스물일곱에 여자가 열넷이요,

아이가 아홉이었다.

이들은 입살이가 한결 나아진 뒤에도 내외를 딱이 정하지 않고 지내는

난혼의 풍속만은 버리지 아니하자 하루는 선화가 이를 탓하여,

“사람이 사는 세상에 이처럼 몰풍정한 풍습이 있다는 말은 듣지 못하였습니다.

짐승이라면 모를까 사람이 어찌 내외를 매양 바꿔가며 살 수가 있습니까?

이런 것을 고치지 않고는 아직 화적 떼이지 온전한 양민이라고는 보기 어렵습니다.”

하고 장에게 말하였다.

장이 길지를 불러 선화의 뜻을 전하자 길지가 대답하기를,

“공주님의 말씀이 백번 지당합니다.

그러나 여자의 숫자가 극히 부족하여 짝을 다 정하지 못하니

무턱대고 그리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하였다.

장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오늘부로 배필을 정해 난속을 없이 하고 나머지 짝 없는 자들은

다시 대책을 세우도록 하는 것이 어떻소?”

하니 길지가 군소리 없이 촌민들을 그러모으고 해로할 짝을 구하라 하였다.

여자들의 숫자가 적으니 자연히 여자들이 마음에 부합하는 남자를 골랐는데,

열넷이 짝을 구하여 남진겨집이 되고 짝 없는 남자가 열셋이었다.

짝을 얻은 자들이야 아무것도 불평할 것이 없었으나 문제는 짝을 구하지 못한 자들이었다.

“어찌하면 여자들을 구할 수가 있겠소?”

장이 길지에게 묻자 길지가 대답하였다.

“열셋이나 되는 여자들을 구하자면 구할 방법도 막연하지만 설혹 구한다 하더라도

반드시 마음에 든다는 보장이 없으니 제일 좋은 방법은 당자에게 노자를 넉넉히 주어

직접 구해 오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러면 아무런 불만 불평이 없을 듯합니다.”

“그것 좋은 생각이오. 그래 노자는 얼마나 쥐어주면 되겠소?”

“은 닷푼씩이면 족하지 싶습니다.”

“일생의 배필을 구하는 막중지대사에 은 닷푼을 가지고야 되겠소?

장리가 이걸 가져가서 열셋에게 공평히 나눠주시오.”

장이 금 닷냥을 풀어놓자 길지가 눈이 휘둥그래서,

“이것으로라면 옥황상제의 딸도 능히 데려올 수가 있겠습니다요.”

하며 흰소리를 하였다.

그렇게 산을 내려간 열셋 가운데 아홉이 짝을 구하여 돌아오고

나머지 넷은 오래도록 소식이 없었는데,

후에 들리는 말로 가져간 재화를 밑천삼아 저자에서 짝도 구했을 뿐더러

남부럽지 않은 부자가 되었노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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