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삼한지

제8장 마동 부여장 16 회

오늘의 쉼터 2014. 7. 19. 10:53

제8장 마동 부여장 16

선화가 신라 왕실에서 가져온 금 한 말이 거의 동이 나자 하루는 장을 보고 말하기를,

“재화가 더 필요하면 사람을 신라 왕실로 보내어 어머니께 도움을 청해보겠습니다.”

하니 장이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며,

“내 일전에 말하지 아니하였소? 마를 캐던 남지연 근처에 이같이 번쩍거리는

흙덩이가 산처럼 쌓여 있소이다.”

하고서,

“내가 그동안에는 기회가 없어 그 흙덩이를 가져오지 못하였거니와

이제는 경사도 많이 잠잠해졌을 터이니 하루 날을 받아 다녀오리다.”

하였다.

선화가 장의 안부를 염려하여,

“다른 사람을 보내시고 서방님께서는 그냥 여기 계십시오.”

하자 장이 웃으며,

“그것이 있는 장소는 나밖에 아는 사람이 없소.”

하였는데, 그로부터 사나흘 뒤 길지와 촌민 몇 사람을 데리고 사비로 향했다.

장이 용화산을 떠난 지 닷새째 되는 날 수레 넉 대에 흙을 산더미처럼 싣고

그 위를 물에 적신 거적으로 덮어 돌아왔다.

거적을 벗겨내자 과연 번쩍거리는 누런 사금더미가 나타났는데,

촌민들이 신기하여 흙 속에 손을 집어넣자

만져지는 황금 조각이 있을 정도였다.

이것을 일일이 체에 걸러 불에 녹여내었더니

수레 넉 대의 흙에서 나온 황금이 물경 서말 반이나 되었다.

그날 밤에 장이 선화를 보고,

“내가 그동안 임자가 지니고 있던 재물을 쓰면서 마음이 늘 편치를 못하였소.

임자는 이제 백제 사람이지 신라 사람이 아닌데 그 재물은 비록 빙모께서

딸의 안부를 걱정하여 사사로이 준 것이라고는 해도 임자를 쫓아낸

신라 왕실에서 가져온 신라의 재물이 아니오?

게다가 나로 봐서도 그렇소.

신라의 법도는 어떤지 모르겠으나 금지옥엽 고이 키운 딸을 데려올 적에는

마땅히 처가에 재물을 바쳐 고마움의 뜻을 전하는 것이 우리 백제의 양속이거늘,

하물며 당대 최고의 미인인 임자 같은 배필을 얻었음에랴 더 말할 것이 있겠소.”

하고서,

“이참에 나의 존재도 알리고 임자가 무사히 있다는 소식도 전할 겸,

겸사겸사 금성에 금을 좀 보냅시다.

한 말은 임자가 전에 가져온 것을 갚는 것이고,

또 한 말은 내가 처가에 전하는 고마움의 뜻으로 셈하여 두 말을 보내는 것이 어떻겠소?”

하며 선화의 의향을 물었다.

선화가 곰곰 생각하니 부모한테 안부도 전하고 싶었지만

그보다는 자신을 쫓아낸 신라 조정에 보란 듯이 금을 보내어

말 많은 중신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더 앞섰다.

“뜻은 고마우나 두 말씩이나 되는 금을 무슨 수로 예서 금성에까지 보내겠습니까?”

“일전에 보니 무량이란 스님이 여간 신통하지 않습디다.

내일 우리 둘이 사자사에 올라가서 그 스님이 아직 그곳에 있거든

사정을 얘기하고 도움을 청해봅시다.”

“대사가 아직 가지 안했을까 모르겠소.”

두 내외가 공론을 마치고 이튿날 사자사에 올라가니

무량이 다행히 그대로 절에 유숙하고 있었다.

선화가 반가움을 금치 못하며,

“스님께서는 언제 금성으로 가실 작정이십니까?”

하고는 연하여 사정 얘기를 털어놓은 뒤에,

“금 두 말을 과연 금성까지 가져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였더니 무량이 돌연 껄껄 웃으며,

“그런 일은 나보덤두 여기 있는 지명대사가 능히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고 옆에 앉은 늙은 도승을 가리켰다.

지명(知命)이라 불린 도승이 고개를 끄덕이며,

“금 두 말을 금성까지 옮기는 것이야 소승에게는 식은죽 떠먹기보다 쉬운 일이니

아무 염려 말고 예까지만 져다 놓으시오.”

하고 거들었다.

무량이 말하기를,

“그러잖아도 지명이 취산의 낭지 법사를 만나보겠다 하여

같이 떠나려고 날을 받는 중이었습니다.”

하고서,

“이제 금성에 가서 대왕 전하를 봉견하면 공주께서 아무 탈 없이 평강하신 일은 물론이요,

마동 왕자의 뜻이며 총준한 됨됨이를 소승이 본 그대로 전하고 아울러 곧 이승에 나오실

뱃속 아기씨의 소식도 덤으로 전해 올리겠습니다.”

하였다.

이때 선화가 산달이 임박하여 배가 용화산 봉우리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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