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삼한지

제8장 마동 부여장 13 회

오늘의 쉼터 2014. 7. 19. 10:45

제8장 마동 부여장 13

광에 갇혀 지낸 지도 어느덧 대엿새가 흘러갔다.
 
장이 기다리다 못해 단고를 불러 말하기를,

“우리가 지니고 있던 금은 당신들이 가져가고 사람은 그만 풀어주오.

이거 하루이틀도 아니고 언제까지 이러고만 있어야 하오?”

하고서,

“금을 가져갔다 해서 관아에 고변하지도 않을 것이고 우리도 따로 볼일이 있는 사람들이니

서로 좋은 방도를 찾읍시다.”

하고 제안하였다.

그러자 단고가 제법 깊이 생각하고 말하기를,

“두령이 경사에 볼일을 보러 갔다는 말은 거짓말이고 사실은 해남통에서

남령으로 떠나는 역선이 있어 그동안 모은 재화를 가지고 살 만한 데를 알아보러 갔소.”

하고서,

“남령이 예서 뱃길로 달포길이요

두령 떠난 지가 석 달이 넘었으니 도중에 풍랑만 만나지 않았다면 곧 당도하리다.

사나흘만 더 기다려보오.”

말을 마치자 스스로도 미안했던지 광에서 나와 움막에서 거처하도록 배려해주었다.

그런데 바로 그 뒷날 화적질을 나갔던 무리들이 법복을 입은 중 한 사람을 붙잡아왔다.

화적패들에게 끌려온 중이 나이는 제법 들어 보이나 얼굴은 동안이요,

체격은 크지도 작지도 아니한데 눈에서는 광채가 어찌나 강렬한지

사뭇 푸른 기운마저 감돌았다.

화적촌에서는 아무도 그 중이 누군지를 알지 못하였으나

오직 선화만이 한눈에 알아보고,

“이게 누구시오, 무량(無亮) 법사가 아니십니까?

소녀가 아주 어렸을 때 진나라로 불법을 구하러 가셨던 무량대사가 분명하지요?”

뛸 듯이 기뻐하며 알은체를 하였다.

오히려 무량이라 불린 중이 공주를 알아보지 못하고,

“뉘시오?”

하며 물어 공주가 자신이 선화인 것을 밝히고 저간의 사정을 대략 설명하자

무량이 그제야 땅에 엎드려 절을 하였다.

“진나라로 떠나셨던 대사께서 백제의 산곡간에는 어인 일이십니까?”

“소승이 원광과 함께 진나라의 망하는 것을 보고 금성에 중화의 소식을

전할 것이 있어 돌아오는 길이올습니다.

남령에서 배를 찾으니 때마침 백제로 오는 배편이 있어 동선하였는데,

금성으로 가는 길에 전날 안면이 있던 이곳 사자사의 도승 지명과 학승 혜현(惠顯)이나

만나보자고 들렀습니다.”

무량의 대답에 단고가 더 놀라하며,

“지금 남령에서 오는 길이라 하였소?”

하고는 이내 이러이러하게 생긴 사람을 보지 못하였느냐고 손짓까지 해가며 물었다.

무량이 단고의 설명하는 것을 듣고서,

“길지라는 자를 말하는가?”

하고 반문하니 단고가 돌연 안색이 밝아지며,

“그렇소! 길지가 우리 두령이오!”

고함을 질렀다.

“알지. 알다뿐이냐? 그놈이 너희한테는 두령일지 몰라도 뱃전에서는

나의 시자 노릇을 톡톡히 하였느니라.”

“하면 같이 배를 타고 왔다는 소린데 어찌하여 용화산에는 스님 혼자 오셨소?”

“이놈아, 배가 방금 전에 해남통에 닿았는데 제깟놈이 무슨 수로 지금 용화산에 이를 것이냐?

아무리 빨리 와도 이삼 일은 족히 걸릴 것이다.”

“그럼 스님은 무슨 수로 여기에 있소? 축지법이라도 쓰셨단 말이오?”

“축지법이라면 축지법이고 장보법이라면 장보법이니 그거야 말 붙이기 나름이다.”

대사의 말에 단고가 아연한 얼굴을 해보였다.

대사가 문득 그런 단고를 향하여 준절히 꾸짖기를,

“당장 여기 계신 분들을 방면하지 못하겠느냐?

만일 그러지 않으면 길지가 돌아오는 대로 너희놈들을 모두 포박하여 관아로 넘길 것이리라!”

하자 단고가 좌우의 부하들과 의논하고 나서,

“우리가 대사의 말하는 것을 안 믿기도 어렵지만 다 믿기도 어려우니

두령이 올 때까지만 예서 좀 기다리시오.”

하였다.

무량이 혀를 끌끌 차며 한심한 듯이 화적패를 둘러보고서,

“실로 어리석고 아둔한 것들이로다. 그러니까 화적질이나 일삼는 게야.”

탄식하고는 곧 공주에게로 와서,

“아무래도 소승이 왔던 길을 다시 가서 길지라는 자를 데려와야겠습니다.

공주님께서는 잠시만 더 기다립시오.”

말을 마치자 미처 붙잡을 겨를도 없이 어디론가 사라졌는데

그 종적을 아무도 알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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