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삼한지

제8장 마동 부여장 12 회

오늘의 쉼터 2014. 7. 19. 10:44

제8장 마동 부여장 12

화적패들이 큰 소리로 대답하고 달려들자 매우가 황급히 입을 열고,

“나는 사자사에 중질을 하는 아우를 찾아가는 길인데 전에 아우가 내게 말하기를

용화산에서 화적패를 만나면 길지라는 이를 찾아보라 합디다.”

하고서,

“혹시 이 가운데 길지라는 이가 있소?”

하고 물었다.

그러자 달려들던 자들이 별안간 무춤하여 수괴를 돌아보고

 

수괴 역시 서서히 안색이 변하였다.

“아우의 이름이 무어요?”

수괴가 돌연 말투를 고치어 반문하였다.

“연문진이오.”

매우가 대답하자 수괴가,

“정말이오?”

하고는 입맛을 쩍쩍 다셨다.

매우가 수괴에게,

“그대가 길지요?”

하였더니 수괴가 고개를 가로 흔들며,

“길지는 우리 두령인데 엊그제 경사에 볼일을 보러 가서 아직 안 왔소.”

하고 한참 생각에 잠겼다가,

“이는 내가 처결할 일이 아니니 두령이 올 때까지 이들을 모두 광에 가두라!”

명을 고쳐 내렸다.

이때부터 세 사람이 낡고 허름한 움막의 광에 갇혀 팔자에도 없는 옥살이를 하면서

얼굴도 모르는 길지가 오기만을 학수고대하였다.

그러나 일념으로 기다리던 길지는 아니 오고 애꿎은 날짜만 흘러갔다.

그곳에 있으면서 사람들이 하는 소리를 들어보니,

길지가 없는 소굴에서 수괴 노릇을 하는 자는 이름이 단고로 길지의 처남인데,

길지가 군역에 복무할 동안 나라에 기근과 역질이 돌아 한동네 사람 절반은 죽고

나머지는 모두 고향을 버리고 뿔뿔이 흩어졌다는 거였다.

이때 단고가 죽어가는 누이와 식솔들을 보기 딱하여 관마 한 필을 훔쳐내어 잡아먹으려 하자

관아의 장리가 이를 알고 단고를 붙잡아 죽도록 매질을 하였다.

길지가 군역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는 식솔들은 굶어 죽고 단고 또한 시신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단고의 입을 통해 사정 얘기를 전해들은 길지가 그 길로 관아로 달려가서

 

장리를 칼로 찔러 죽이고 관마를 풀어 남아 있던 마을 사람들의 배를 불린 뒤

 

화적패가 될 것을 주동하니 따르는 자들이 20여 명이나 되었다.

그로부터 길지 일당이 백제의 산곡간에 물 깊고 산 험한 곳을 찾아다니며

 

화적질을 일삼고, 때로는 부잣집의 담을 넘어 도적 노릇도 하며 살았다.

이들이 용화산에 든 것은 이태 전으로, 전날에는 거지산(居知山)에도 있었고,

완산(完山)에서도 해반을 지냈으나 번번이 관군에게 쫓겨 거처를 옮겨다니곤 했다.

이들의 꿈은 재화를 모아 배를 사서 월주나 서역의 담로국으로 달아나는 것이었다.

화적촌의 남자들은 당초의 화적패 가운데 죽거나 관에 붙잡힌 자도 있고 뒤에 새로 가담한

이들도 있었지만 여자들은 화적패들에게 붙잡혔다가 몸을 망치고 눌러앉은 경우가 제일 많았고,

먹고 살기가 힘들어 남편과 함께 스스로 동조한 축도 아주 없지는 아니하였다.

화적촌에서는 내외가 따로 없고 아무나 눈이 맞으면 내외요,

어제의 내외가 오늘은 아닌 수도 다반사였다.

선화가 이 말을 듣고 몸서리를 치며 짐승 같은 자들이라 욕을 하자

장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고개를 심히 가로저으며,

“나는 이해가 가오. 인륜을 따지는 것도 굶어 죽는 자들 앞에서는 허무한 노릇이지.”

화적패를 두호하듯 말하였는데,

이 바람에 광에 갇혀서도 둘이서 한동안 티격태격 입질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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