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장 마동 부여장 7
대가는 마지막 이 말에 크게 감격했다.
당장 해미갈의 앞을 절하고 물러나서 생전 현형하지 아니했던 남지의
누이네 집을 어림짐작으로 찾아갔다.
문을 밀치고 들어서서 큰 소리로 장의 이름을 부르니
안에서 아무 기척이 없는 터라 그 길로 다시 발걸음을 돌려 아우 정가네 집으로 달려갔다.
정가는 연통도 없이 들이닥친 형을 버선발로 맞이하여 안방으로 청해 앉혔다.
“형님께서 기별도 없이 어인 일이십니까?”
“장이놈 지금 어디에 있느냐?”
“일전에 신라 구경을 하고 왔다며 하룻밤 유하고 간 뒤로는 다시 종무소식이올습니다.
저의 짐작으로는 아마 또 그쪽으로 건너간 듯싶습니다.”
정가는 평소에는 찾아가도 잘 만나주지 않던 형이 일부러 다리품을 팔아가면서
장의 소식을 물으러 온 것이 바이 궁금하였다.
“장이한테 무슨 볼일이라도 있는지요?”
“내가 그놈 혼처를 한군데 정하여 가지고 왔다.”
대가가 해미갈의 서녀에 대하여 이야기를 쭉 늘어놓고 나서,
“비록 아비도 모르는 자식이지만 반쪽은 내 핏줄이니 마음을 안 쓸래야 안 쓸 도리가 있느냐.
제놈 주제로는 만 번을 죽었다가 다시 태어나도 그만한 혼처는 못 구할 것이니
연락이 닿거든 촌각도 지체 말고 내 집으로 보내거라.
일이 성사되면 벼슬자리까지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고는,
“그놈 앞길 열어주느라고 내가 그간에 밤잠을 다 설쳤다.”
하며 마치 모든 일이 자신의 노력으로 된 것인 양 공치사까지 곁들였다.
대가가 여자의 인물 빠지는 것을 숨기고 말하기는 했지만
정가는 그 형을 사오십 해 겪은 사람이라 해미갈의 얘기를 들을 때부터
이미 백사를 두루 짐작하였다.
“형님께서 그렇게 전하라시니 전하기는 하겠습니다만 아마 일이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정가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말하자 대가가 두 눈을 부릅뜨고 언성을 높여 물었다.
“어째서?”
“장이의 마음이 딴 곳에 가 있는 모양입디다.”
“딴 곳이라니? 어디 따로 보아둔 처자라도 있다더냐?”
“네.”
“그게 누구냐?”
“선화 공주라고 하더이다.”
“누구?”
대가가 재차 물었다.
“신라왕의 딸 선화를 마음에 두고 있는 모양입디다.”
정가의 대답에 대가가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하고 앉았다가,
“그놈이 아무래도 미친놈이다!”
하며 고함을 버럭 질렀다.
“대관절 그놈 대갈통 속에는 무엇이 들었기에 허구한 날 주제넘은
소리만 씨부렁거리고 다니느냐?”
“남녀의 일이란 알 수 없는 것이므로 반드시 나무랄 일만도 아니지요.”
“뭐라구?”
“그렇지 않습니까요,
선화 공주의 미색이 절륜한 거야 우리나라에까지 소문이 파다한 터에
누군들 그런 미인을 아내로 얻고 싶은 마음이 없겠습니까.
저도 나이만 젊었으면 한번쯤 품어볼 만한 생각입지요.”
“이놈아,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고 앉았느냐?”
“과히 말이 안 될 것도 없습니다.”
“차라리 토끼의 뿔과 거북이 털을 구하라는 게 낫지
신라왕의 딸을 제깟놈이 무슨 수로 차지한단 말이냐?
그것이 당최 이치에 닿는 소리더냐?”
“한창 그럴 나이가 아닙니까. 지금 장의 나이에는 천하가 도리어 좁아 보일 것입니다.
신라국이 아니라 하늘의 선녀인들 어찌 과함이 있겠습니까?”
“너도 똑같은 놈이다!”
대가는 아우를 향해서도 버럭 소리를 지른 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리고는 휭하니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돌아서서,
“어쨌거나 장이를 보거든 내 집으로 보내라!”
하였다.
'소설방 > 삼한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8장 마동 부여장 9 회 (0) | 2014.07.19 |
---|---|
제8장 마동 부여장 8 회 (0) | 2014.07.19 |
제8장 마동 부여장 6 회 (0) | 2014.07.19 |
제8장 마동 부여장 5 회 (0) | 2014.07.19 |
제8장 마동 부여장 4 회 (0) | 2014.07.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