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삼한지

제8장 마동 부여장 5 회

오늘의 쉼터 2014. 7. 19. 10:20

제8장 마동 부여장 5

부여장은 자랄수록 기골이 장대하고 기상이 비범하여

 

누가 보기에도 왕실 자손의 외양을 갖추어갔다.
 
그리하여 주변에서는 전날 진각수의 떠벌리고 다니던 말을 상기하여

 

농반 진반으로 마동 왕자라 칭하게 되었다.

 

장이 남들과는 달리 그 아버지가 없는 것을 매양 궁금히 여기다가

 

하루는 그 어머니 안향에게,

“어떤 이들은 저를 일컬어 왕자라 칭하고 또 어떤 이는 저의 아버지가

 

남지에 사는 용이라고 하니 어떤 것이 사실인지 모르겠습니다.

 

누가 과연 저를 낳은 아버지입니까?”

정색을 하며 물었다.

 

장이 다 자랄 때까지 그 아버지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던 안향이

 

그제야 입을 열어 말하기를,

“너의 아버지는 금왕의 조카이신 부여선 어른이시다.”

하고서 장의 출생에 얽힌 사연을 낱낱이 일러주었다.

 

장은 그 어미한테서 지난 얘기를 듣는 동안 자주 눈물을 글썽였다.

 

그리고 한참을 말이 없다가,

“어머니의 말씀을 듣고 보니 마음에 깨닫는 바가 큽니다.

 

앞으로는 몸가짐을 더욱 조심하겠습니다.”

하며 혼자 살아온 어미를 위로하였는데,

 

이 뒤로는 누가 마동 왕자라고 놀려도 일일이 대꾸하지 않을 뿐 아니라

 

때로는 마를 팔러 나다니는 길에 희롱하는 무리를 만나면,

“마동 왕자 나가신다, 냉큼 길을 비켜라!”

스스로 마동 왕자라 칭하며 의연히 대처하여 주위에서 빈정거리는 자들을

 

되레 무색하게 만들곤 하였다.

장의 나이 스물둘이 되던 해에 어머니인 안향이 병을 얻어 죽게 되었다.

 

안향이 임종에 이르러 장의 손을 붙잡고 당부하기를,

“내가 죽더라도 이 남지의 집은 팔지 말아라.

 

이 집이라도 있어야 훗날 너의 아버지가 너를 찾아왔을 때

 

부자상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여 장이 통곡하며 그 유언을 따르겠다고 다짐했다.

안향이 죽은 이듬해에는 장을 극진히 아끼던 외조부 진각수마저 세상을 떠나서

 

남은 일가붙이라곤 외숙 두 사람이 전부였다.

 

장의 외숙 가운데 안향의 오라비인 대가(大加)는 인심이 야박하고 욕심이 많은 인물로

 

그 벼슬이 시덕에 이르렀는데,

 

젊어서부터 안향의 일을 늘 못마땅히 여겨 가끔 누이와 조카가 찾아가도

 

상종조차 아니하던 사람이었다.

 

이에 반해 안향의 아우인 정가(汀加)는 수시로 안향의 집을 찾아와 다정한 말로

 

살림살이와 안부를 묻곤 하였다.

 

장이 어머니와 외조부를 잇달아 여의고 그 마음에 뜻한 바가 있어

 

두 외숙을 찾아가 말하기를,

“저는 근본이 왕실의 자손으로 자나깨나 나랏일을 걱정해왔는데,

 

고구려도 고구려지만 앞으로는 신라가 우리나라에 큰 우환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근자에 와서 여러 해째 두 나라 간에 큰 다툼이 없으므로 지경을 넘나들기가

 

비교적 수월한 데다 어머니와 외조부를 잃고 마음도 허퉁하니

 

겸사겸사 신라에를 가서 제 눈으로 직접 그 나라의 문물을 둘러보고 오겠습니다.”

하고서,

“지피지기면 백전필승이라는 병법의 얘기도 있지만

 

반드시 싸움을 하지 않더라도 남을 알아 해될 것이 있겠습니까?”

하며 의견을 물었더니 대가는 이내 헛웃음을 치며,

“주제넘은 소릴랑 작작 좀 해라.

 

왕실의 자손은 누가 왕실의 자손이며 너 따위가 나랏일을 걱정하는 것은

 

지나가는 소도 웃을 일이다.

 

쓸데없는 생각일랑 그만두고 부지런히 마농사나 지어라, 이놈!”

하고 장을 비웃고 무시하였다.

그러나 정가는 정색을 하며,

“좋은 생각이다. 자고로 사람의 앞일이란 알 수가 없는 법이고,

 

그렇게 남의 나라를 알아두면 훗날 벼슬길에 나가더라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설혹 누가 자문을 구한다 해도 가치 있는 말 한마디는 해줄 수 있을 게 아니냐?”

하며 크게 고개를 끄덕인 뒤에,

“그런데 혼잣몸으로 위험하지 않겠느냐?

 

네가 기량이 뛰어나서 크게 걱정은 안 된다마는 그래도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남의 땅이 아니냐?”

걱정하는 말과 함께 노자까지 넉넉히 찔러주었다.

 

장이 정가의 따뜻한 보살핌에 크게 감사해하며

 

그 후로는 오직 정가하고만 마음속의 얘기를 털어놓았다.  

 

 

'소설방 > 삼한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8장 마동 부여장 7 회  (0) 2014.07.19
제8장 마동 부여장 6 회  (0) 2014.07.19
제8장 마동 부여장 4 ​회  (0) 2014.07.19
제8장 마동 부여장 3 ​회  (0) 2014.07.19
제8장 마동 부여장 2 ​회  (0) 2014.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