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삼한지

제6장 세 공주 6 회

오늘의 쉼터 2014. 7. 19. 09:44

제6장 세 공주 6

이러한 일들이 을묘년 초여름에 있었는데 그해 가을부터 왕도 금성의 아이들 사이에서

망측하고 해괴한 동요가 유행하였다.

그 동요의 내용인즉,

善花公主主隱 他密只 嫁良置古 薯童房乙 夜矣 卯乙 抱遣去如

이를테면 선화 공주가 남몰래 가랑이를 들치고 서동의 방에서 밤에 몸을 포갰다는 것이라,

아이들이 이 노래를 부르고 있노라면 여자들은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고 남자들은

아이들을 나무라 쫓아 보낸 뒤에 혼자 빙긋이 웃음을 머금곤 했다.

동요는 삽시간에 왕도 전체로 퍼져 나가서 경사에 사는 사람치고 이 노래를 모르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정도였다.

사정이 이러하니 나랏일을 맡은 중신들도 길에만 나서면 떠도는 노래를 듣지 못할 리가 없었고

급기야는 대궐의 담을 넘어 왕과 왕비의 귀에 이르게 되었다.



만명의 일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신라 왕실이 또다시 발칵 뒤집힌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었다.

그러나 선화의 일은 이미 만명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백정대왕은 소문을 들은 즉시 크게 노하여 당장 선화를 불러들이고 노랫말에 얽힌 사연을 물었다.


“지금 너에 대한 망측한 추문으로 온 나라가 들끓고 있다.

도대체 서동이 누구이며 어째서 이런 해괴한 노래가 아이들 사이에 성행하고 있는지,

다른 이는 몰라도 너야 당자이니 알 것이 아니냐?

아비의 앞에서 숨김없이 고하라.

만일에 감추는 것이 있다거나 기만하려는 뜻이 있다면 너를 용서치 않겠다!”

대왕의 다그치는 말에 선화가 잔뜩 억울한 낯으로 고하였다.

“소녀는 정말이지 아는 바가 없습니다.

서동이 누군지, 그와 일면식이라도 있다면 이처럼 답답하지는 않겠나이다.

소녀, 이 자리에서 칼을 물고 죽는다고 해도 아는 바가 아무것도 없습니다.”



“하면 어째서 이런 고얀 일이 일어나더란 말인고?”



“소녀의 짐작에 이것은 누군가가 소녀를 일부러 음해하는 것입니다.”



“음해하다니? 누가 무엇을 노려 너를 음해한단 말이냐?”



“그런 것은 모르겠사옵고 오직 자신있게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소녀는

 떠도는 노래와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것입니다.”



“허참, 기가 막힌 노릇이로고……”



대왕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한숨을 쉬니 선화가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아바마마.”



하고 부왕을 부른 뒤에,



“일전에 속리악의 호재에서 호환을 당했을 적에 저를 구해준 도령이 있다 하지 않았습니까?” 


하였다.

대왕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랬지. 그 도령이 너를 대궐까지 호위해 왔다가 궐문 밖에서 돌연 종적을 감추었다고

하지 않았더냐?”



하고 반문하였다.



“그러하옵니다. 한데 바로 그 도령이 신분과 이름과 사는 곳은 말하지 않았으나

무슨 말 끝엔가 살림이 궁핍하여 마를 캐고 살았다는 소리는 들은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서동(薯童)이라 함은 마를 캐는 아이라는 뜻이니

제가 지금 겨우 짐작이라도 가는 것은 그 사람뿐이올시다.”



선화의 말을 들은 대왕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공을 세우고도 보답을 마다하고 종적을 감춘 사람이 어찌하여 고약한 노래를 퍼뜨려

너를 이처럼 곤경에 빠뜨린단 말이더냐?”



하고는,



“이는 그 사람의 짓이라고 보기 어렵다.”



단정을 지어 말하니 선화가 눈에 눈물이 가득하여,



“그렇다면 소녀는 정말 알지 못하겠나이다. 통촉합소서.”



하고 억울함을 호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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