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금병매(金甁梅)

금병매 (164) 야행(夜行) <41~47회>

오늘의 쉼터 2014. 7. 3. 17:42

 

금병매 (164)

 

 

야행(夜行) 41회 

 

 

 

 가만가만 어깨를 들먹이며 우는 그녀의 울음소리는 비록 낮지만,

 

남자에게 배신을 당한 여자의 슬픔이 폐부로부터 솟구치는 듯한 그런 절절한 울음이다.

그 울음소리가 가슴에 아프게 와 닿는 듯 서문경은 잠시 멀뚱해지고 만다.

 

 




“울기는... 울지 말라구”

나직이 말하고는 서문경은 방에서 나가 거실로 간다.

넋이 나간 듯한 멍청한 얼굴로 앉아있던 한도국은 서문경이

거실로 돌아오자 자리에서 슬그머니 일어선다.

서문경은 자기가 앉았던 의자에 털썩 궁둥이를 내린다.

그리고 빈 술잔에 손수 술을 가득 따라서 벌컥벌컥 단숨에 들이켜 버린다.

도로 자리에 앉은 한도국에게 서문경은 애써 태연한 어조로 말한다.

“됐다구. 자네 마누라도 동의를 했지 뭐야. 그렇게 하기로...”

“...”

“그런데 말이야 돈을 자기한테 달라는 거야. 그때그때... 그래도 되겠나?”

“상관없어요. 자기 돈이 내 돈이고, 내 돈이 자기 돈 아니겠어요.

부부간이니까 말이에요”

“그렇지, 부부간이니까. 헛헛허...”

아주 재미있다는 듯이 서문경은 크게 소리를 내어 껄걸 웃는다.

서문경이 웃고 나자, 한도국이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그런데 말입니다. 대감 어른,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요”

“뭔데? 말해 보라구”

“저... 밤으로 저희 집에 오실 때는 앞으로도 계속 수염을 달고 오셨으면 하는 부탁입니다”

“그건 왜?”

“대감 어른께서 우리 집에 와서 주무시고 간다는 걸 남들이 알면 좋지 않을 것 같애서요”

“그렇지, 좋지 않지. 남들이 알아서 좋을 건 하나도 없지. 자네나 나나...

알았어. 걱정말라구. 그렇게 할테니까”

“그리고 마님들께도 비밀로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마님들이 그런 사실을 알면 제가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을 것 같거든요.

특히 이병아 마님은 전당포 일 때문에 매일같이 만나는데, 제 체면이 말이 아니라구요”

“알겠다구. 자네만 체면이 있는 게 아니라,

나도 체면이 있는데, 그런 얘길 마누라들에게 하겠느냐 말이야.

특히 내 큰마누라가 알면 자네와 나, 그리고 자네 마누라까지

우리 셋을 모조리 싸잡아서 개 같은 것들이라고 욕할 거라구. 허허허...”

서문경은 웃고나서,

“아무 걱정 말라구. 자, 한 잔 더하게”

하면서 한도국의 잔에 술을 따라준다.

 

 

야행(夜行) 42회 

 

 

 

 서문경은 자기도 한 잔을 더 마시고나서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며 한도국에게 말한다.

“자, 그럼 밤도 깊었으니 자네는 이만 가서 자게. 동경에 갔다가 오늘 돌아왔으니

 

많이 피곤할 게 아닌가. 왕육아는 나한테 맡기고... 내가 데리고 잘테니까”

 

 




“...”

“어서”

“예”

한도국은 술기운에 젖어 약간 초점이 흐려진 듯한 눈으로 서문경을 바라보며 히죽 웃는다.

그리고 부스스 자리에서 일어난다.

서문경도 꽤 주기가 있었으나,

“어험!”

하면서 벌떡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성큼성큼 내실 쪽으로 간다.

작은방으로 가서 자려고 그쪽으로 걸음을 떼놓던 한도국이 멈추어 서서

멀뚱히 서문경을 돌아본다.

내실 문을 열고 서문경은 유유히 안으로 사라진다.

방문이 닫히고, 안에서 문고리를 걸어버리는 소리가 딸그락 하고 들린다.

한도국은 안으로 고리가 걸려버린 내실 문짝을 잠시 멍청하게 바라보고 있다가

혼자 입속말로 뭐라고 투덜투덜하면서 작은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조금 전에 탁자에 얼굴을 묻고 서럽게 흐느껴 울던 왕육아는 침상으로 가서

이불을 얼굴까지 뒤집어쓰고 누워있었다.

내실로 들어서 방문 고리를 안으로 걸어버린 서문경은

뚜벅뚜벅 침상 곁으로 다가갔다.

그래도 그녀는 꼼짝을 하지 않는다.

“자는 거야?”

서문경이 이불을 들춘다.

대답이 없다.

그녀는 잠이 든 것 같지가 않은데,

두 눈을 가만히 감고 자는 체 숨을 죽이고 있다.

“허허허...”

서문경은 웃는다.

그리고 익살조롤 말한다.

“돈을 많이 받으려면 이래서는 안되지. 이러는데 누가 돈을 많이 주겠어”

그러자 그만 그녀도 실소를 하며 눈을 뜬다.

그리고 빈정거리듯이 말한다.

“어떻게 해야 돈을 많이 주죠?”

“허허허... 그걸 몰라서 물어?”

“잘 모른다구요.

난 아직 몸을 팔아 돈을 받아본 일이 한번도 없어서요”

“자꾸 그러지 말라구. 기분이 잡친다구”

“...”

“일어나서 어서 옷을 벗어.

내 옷도 벗기고... 그리고 소리도 이제부턴 마음껏 지르라구.

이웃에 들리지도 않으니...”

서문경은 슬그머니 기분이 좀 뒤틀리는 듯 약간 거친 말투로 뇌까린다.

 

 

야행(夜行) 43회 

 

 

 

 왕육아는 조용히 몸을 일으켜 옷을 벗는다.

 

조금 표정이 싸늘하게 느껴질 뿐 감정이 없는 여자 같다.

옷을 모조리 벗고 난 그녀는,

 




“이리 올라오세요. 그래야 옷을 벗겨드리지요”

하고 서문경에게 말한다.

정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건조한 목소리다.

흡사 창녀가 손님에게 말하는 그런 투다.

“음-”

서문경은 도무지 기분이 신통치가 않은 듯

그대로 서서 두 눈을 부릅뜨며 그녀를 노려본다.

“왜 그러세요? 어서 올라오시라니까요”

왕육아는 절로 목소리가 약간 떨려 나온다.

“당신 끝까지 이러기야?”

“뭘요? 내가 어쩌는데요?”

“그전과 태도가 전혀 다르잖나 말이야. 이러면 정말 화낸다구”

“......”

“내가 당신을 얼마나 좋아하는 질 모르는군.

그렇지 않다면 굳이 그런 식으로까지 해서 당신과의 관계를 유지하려고 들겠어?

안 그래? 생각해 보라구”

서문경의 목소리에 위엄과 함께 진정 같은 것이 짙게 묻어나는 듯하다.

왕육아는 절로 고개가 살짝 떨구어 진다.

억지로라도 다시 이 양반을 사랑하려고 애써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그런 생각이 들자 그녀는 또 묘하게 슬퍼진다.

“여보, 어서 올라와요. 화내지 마시고...”

현저히 정감이 어린 그런 어조다.

“어험”

조금 기분이 누그러지는 듯 서문경은 부드럽게 헛기침을 한번 하고는

슬그머니 침상위로 오른다.

이때 작은방 문이 소리 없이 열리며 한도국이 밖으로 나온다.

잠을 이룰 수가 없었던 것이다.

먼 여로에서 돌아온 터이고,

또 술에 꽤 취해 있어서 피로가 온몸을 나른하게 휘감는 듯했으나,

너무나도 충격적인 일을 당해서 그런지 도무지 잠이 오지가 않았다.

저쪽 내실에서 지금 서문경이가

자기 마누라를 데리고 놀아나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어처구니가 없고,

기가 막혀서 두근두근 가슴까지 뛰었다.

위압에 못 이겨 알아서 하라고 승낙은 했으나,

비참하기 짝이 없는 심정이었다.

도저히 그대로 가만히 누워있을 수가 없어서 벌떡 일어났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곧 어떤 두려움에 휩싸이며 방문을 조심스레 열었고,

발자국소리가 나지 않도록 살금살금 걸어서 내실 쪽으로 다가간다.

그리고 방문에 살그머니 그림자처럼 붙어서 숨을 죽이고

방안의 기척을 엿듣기 시작한다.

 

 

야행(夜行) 44회 

 

 

 

 처음에는 부스럭거리는 기척이 어렴풋이 들렸다.

 

아마도 옷을 벗거나 벗기는 소리 같았다.

 

그리고 잠시 후 나직한 신음소리가 일어났다.

 여자가 조용조용히 앓는 듯한 야릇한 신음소리였다.

 

그러니까 아내가 서문경의 애무를 받으며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한도국은 절로 숨이 콱 막히는 듯 했다.

 

아내의 그런 신음소리를 수없이 들어왔지만,

 

자기의 품안에서 내뱉던 소리와는 생판 다르게 느껴졌다.

 

자기와 한 덩어리가 되어 꿈틀거리며 신음을 해댈 때는

 

그 소리가 어쩐지 멍멍하게 귓전에 울리는 듯해서 그저 꽤 괜찮구나 하는 정도로만 들렸는데,

 

남의 남자와 어울려서 내뱉는 소리는 한마디로 충격적이었다.

 

너무나도 선명하게 귀에 와 닿을 뿐 아니라, 야릇하기가 그지없었다.

 

 




“아으-”

이번에는 아내의 교성이 일어나고,

“으음-”

무거우면서도 감미로운 서문경의 신음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두 사람의 헐떡이는 기척이 뒤를 잇더니,

그 소리가 차츰 고조되어 간다.

“휴유-”

막혔던 숨을 약간 떨기까지 하면서 한도국은 조심스레 내뱉는다.

가슴이 두근두근 걷잡을 수 없이 뛴다.

잠시 후 방안의 신음소리가 절정을 향해 치닫는 듯 몹시 가빠지자

그만 한도국은 자기도 모르게,

“으이구-” 하고 못견디겠는 듯한 그런 소리를 입 밖으로 질 흘리고 만다.

방안의 숨가쁜 소리가 뚝 그치더니,

“어험!”

서문경의 헛기침 소리가 날아온다.

한도국은 놀라 찔끔 고개를 움츠리며 후닥닥 그 자리를 뜬다.

도로 작은방으로 들어간 그는 침상의 이부자리 위에 몸을 내던지듯

벌렁 드러눕더니 솟구치는 욕정을 감내할 수가 없는 듯

서슴없이 아랫도리를 훌렁 까내린다.

그리고 제 손으로 제 욕망을 냅다 애무해대기 시작한다.

곧 끙얼끙얼 앓는 소리를 하면서 혼자서 자지러진다.

이튿날 새벽,

일어나 옷을 입은 서문경이 내실을 나가려고 하자,

침상의 이부자리 속에서 왕육아가 불쑥 입을 열었다.

“그냥 가시면 안돼요”

“왜?”

“잊으셨나요? 돈을 주시기로 약속을 했잖아요”

“허허허...”

서문경은 약간 어이가 없는 듯이 웃고는,

“그래, 주지. 보자, 돈이 얼마나 있나”

하면서 호주머니에서 있는 대로 다 꺼내어 탁자 위에 놓는다.

왕육아가 얼른 일어나 탁자 쪽으로 다가온다.

 

 

야행(夜行) 45회 

 

 

 

 “이것밖에 안 주시는 거예요?”

은전 한 닢과 동전 너댓 닢이 탁자 위에 떨어져 있다.

 

그것을 집으며 왕육아가 볼멘소리로 말한다.

 

 




“마침 그것밖에 없군.

 어젯밤에 올 때 말이야 한도국이가 돌아와 있는 줄을 몰랐거든.

오늘부터 당장 대가를 지불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거야.

알았더라면 돈을 더 가지고 왔지. 다음부터 더 줄테니까”

“예, 알았어요”

흡사 창녀가 몸값에 대해 손님과 흥정을 하는 투다.

창녀는 사전에 흥정을 하지만 사후에 하는 것이 좀 다르다고나 할까.

서문경이 돌아가고 나자 왕육아는 다시 잠이 들어

해가 거의 중천에 올 무렵까지 일어나질 않고 있었다.

아침에 잠은 깼으나 도무지 일어나고 싶은 기분이 나지가 않았다.

남편 대하기도 민망스럽고,

자기 자신의 신세가 가련하게 여겨져 서글프고 허전하기만 했던 것이다.

한도국은 먼 여로에서 돌아오느라 지친데다가 술에 취했고,

충격적인 일을 겪고서 한바탕 자위행위까지 치른 터이라 몸이 탈진이 되어

잠결에 이따금 끙끙 앓는 소리를 하며 실컷 늦잠을 잤다.

일어났을 때는 해가 거의 중천에 와 있었다.

그런데도 아내가 아침 준비를 하는 기척이 없어서 어떻게 된 영문인가 싶어

내실 쪽으로 가서 가만히 방문을 열어 보았다.

혹시나 아직 서문경이 방안에 있지 않는가 싶어서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서문경의 모습은 보이지가 않고,

아내만 혼자 눈을 멀뚱히 뜬 채 침상에 그대로 누워 있었다.

마치 어디 몸이라도 아픈 병자 같았다.

그런 아내를 보는 한도국은 기분이 묘하고 좀 착잡하기도 해서

말없이 방으로 들어가 침상 곁으로 다가간다.

남편이 다가오자,

왕육아는 외면을 하듯 슬그머니 저쪽으로 돌아눕는다.

“여보, 어디 아파?”

한도국이 나직한 목소리로 묻는다.

아무 대답이 없다.

“어디 아프냐구?”

그러면서 아내를 살짝 건드린다.

싫다는 듯이 꿈틀하면서,

“아프기는 왜 아파요”

하고 그녀는 볼멘 소리로 내뱉는다.

“해가 중천에 왔다구. 점심때가 다돼 간다니까”

“...”

“오후에라도 전당포에 나가봐야겠어”

그제야 왕육아는 부스스 이불을 들추고 일어난다.

이런 게 다 남편인가 싶은 그런 표정이다.

차라리 냅다 욕을 퍼부으며 머리끄덩이라도 휘어잡고

쾅쾅 두들겨 주었으면 시원할 것 같은 심정이다.

 

 

야행(夜行) 46회 

 

 

 

 주방의 식탁에 마주앉아 늦은 아침을 먹는 두 부부는

 

서로 서먹한 사이가 되어버린 것처럼 아무 말이 없다.

 

말하자면 지어미는 창녀가 되고,

 

지아비는 포주가 된 셈이어서 어색하고 착잡할 수밖에 없었다.

한참 무거운 분위기 속에 식사를 하다가 한도국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여보, 돈을 받았어?”

“...”

“응?”

“받았다구요”

왕육아는 나직하나 싸늘한 어조로 톡 쏘듯이 대답한다.

“얼마를 주어?”

“몰라요”

남편에 대한 경멸감을 참을 수가 없는 모양이다.

그러나 한도국은 비굴할 정도로 애써 참는 표정이더니,

잠시 후 또 입을 연다.

“기왕에 이렇게 된 거 화내지 말라구.

내가 뭐 이렇게 되기를 바랐나? 난 잘못한거 하나도 없다구”

“...”

“그렇다고 당신을 원망할 생각도 없어.

당신도 도리 없이 그렇게 되어버린 거 아니겠어. 맞지?”

왕육아는 아무 대답이 없다.

“우리 같은 힘없는 백성은 그저 힘 있는 놈 앞에 죽은 시늉을 하고 사는 수밖에 없다구.

 맞섰다가는 나만 손해라 그거야. 손해가 아니라, 망하는 거지.

서문경의 뜻을 거역하고서 우리가 온전할 것 같애?”

“...”

“그러니까 속으로는 아니꼽고 더럽고 분하더라도 참고 굽실거리면서 돈이나 벌자구.

그러는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지 뭐야”

마치 달관이라도 한 사람처럼 담담하게 지껄이는 남편을 왕육아는 힐끗 바라 본다.

그러나 그녀의 눈에는 달인으로 비치는 게 아니라,

애당초 불알을 안찼거나 거세되어버린 그런 반편이처럼 보인다.

그래서 여전히 볼멘소리로 경멸을 하듯 묻는다.

“당신도 사내요?

자기 마누라의 몸을 팔아서는 돈을 벌 생각을 하는 그런 게 사내냔 말이에요?

“그럼 당신은 어쩌는 게 좋겠다는 거야? 어디 한번 말해 보라구”

막상 남편이 그렇게 나오니 선뜻 뭐라고 할말이 없어서 그녀는 그만 발칵 화를 내듯,

“몰라요. 말도 하기 싫다구요”

하고서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버린다.

모래알을 씹는 듯한 표정으로 한도국은 묵묵히 식사를 계속한다.

 

 

야행(夜行) 47회 

 

 

 

 날이 가고, 그런 식으로 서문경을 만나는 횟수가 거듭됨에 따라

 

왕육아도 체념이 되어 차츰 담담해져 갔다.

 

나중에는 돈이 자꾸 모이는 게 슬그머니 재미가 나기에 이르렀다.

서문경은 일정한 액수를 주는 게 아니라,

 

그때 그때 기분 내키는 대로 호주머니에서 집어내어 탁자 위에 주르르 쏟아놓곤 했다.

 




오늘은 얼만가 싶어서 왕육아는 그 돈을 끌어 모아 헤아려 보며,

“어머, 오늘은 지난번보다 훨씬 많네요. 하하하...”

좋아서 서슴없이 깔깔 웃기도 했다.

그러면 서문경도

“다음 번엔 더욱 죽기 아니면 살기로 기분을 내라구. 그러면 더 많이 줄테니까”

하고는 껄걸 웃었다.

그런 대화가 이제 두 사람 사이에 예사롭게 오가는 것이었다.

왕육아와 서문경 사이에만 그런 말이 예사로워진 게 아니라

그녀와 남편 사이에도 일상의 무슨 가계에 대한 얘기를 나누듯이

자연스럽게 그런 대화가 오갔다.

“여보 이번엔 얼마를 받았어?”

“글쎄 전번보다 훨씬 많이 주지 뭐예요”

“그래? 기분이 좋았던 모양이지?”

“그런 것 같애요.

다음번엔 더 많이 줄테니까 죽기 아니면 살기로 기분을 내라지 뭐예요”

“그 녀석 좌우간 되게 여자 좋아한다니까.

뭐 그런 종자가 다 있는지 모르겠어.

아마 나중에 여자 때문에 제 명대로 못 살고 뒈질 거라구”

“맞아요. 하하하...”

“그 녀석 뒈지기 전에 돈이나 많이 긁어 내자구. 흐흐흐...”

포주와 창녀가 배짱이 맞아 기분이 좋아서 지껄여 대고는 웃는 격이었다.

그리고 한도국은 아내와 서문경이 붙어서 헐떡거리는 소리를

몰래 엿듣는 재미가 또한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도 아닌 자기 마누라가 남의 남자에게 안겨 헐떡이는 터이라,

기분이 야릇하면서도 질투와 분노 같은 감정이 뒤섞여

부글부글 끓어오르려 해서 애를 먹었으나,

그런 착잡함도 차츰 희미해져 나중에는 오히려 묘한 쾌감으로 바뀌는 것이었다.

자기가 직접 마누라를 안고 뒹굴 때보다도 도리어 더 야릇하고 짜릿한 쾌감이

온몸을 휘감는 듯했다.

그래서 한도국은 견디질 못해 번번이 솟구치는 욕정을 자기 손으로 해결하곤 했다.

결혼을 한 뒤로는 잊었던 행위를 되찾아 총각 시절처럼 다시 그 별미를 즐기는 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