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금병매(金甁梅)

금병매 (161) 야행(夜行) <26~30회>

오늘의 쉼터 2014. 7. 3. 16:15

 

금병매 (161)

 

 

야행(夜行) 26회 

 

 

 

 서문경은 슬그머니 질투를 느낀다.

 

비록 술에 취해서이기는 하지만,

 

그녀의 입에서 서슴없이 한이의 이름이 들먹거려지고,

 

또 한이와 관계를 가질 때 자기가 더 큰소리를 냈다는 말이 나오자

 

묘하게 기분이 뒤꼬이는 것 같다.

 

그래서 그는,

 




 

“음-”


괴로운 듯한 신음소리를 내뱉으며 벌떡 몸을 일으켜

그녀의 연체동물처럼 흐늘거리는 아랫도리를 사정없이 활짝 열어젖힌다.

그리고 그 위로 무너진다.

“아아윽-”

깜짝 놀란 듯이 그녀는 호들갑스럽게 소리를 내지르고는 또,

“흐흐흐... 히히히...”

천방지축으로 웃는다.

그러나 곧 아뿔사, 싶은 듯 다시 손으로 입을 막는다.

서문경은 화라도 난 것처럼 식식거리며

처음부터 냅다 짓뭉개 버리려는 듯이 거칠게 물결을 일으켜댄다.

만취 상태여서 그런지 그녀는 흥아각에서와는 달리 곧 절정으로 치닫는 듯

 신음소리가 한결 더 가빠진다.

손으로 입을 막고는 있지만,

못견디겠다는 듯한 교성이 손가락 사이로 질질 새나온다.

마침내 절정에 다다랐을 때는 옆집이고 뭐고 이제 아랑곳없는 듯

그녀는 그만 입에서 손을 떼고,

 냅다 두 팔로 서문경의 목을 휘감아 불끈 안으며 거침없이 소리를 내지른다.

오히려 서문경이 놀라며 후닥닥 한손으로 그녀의 입을 틀어막는다.

그녀는

“음-음-”

괴로운 듯 머리를 흔들어 댄다.

그러다가 축 늘어져 버린다.

서문경의 물결은 잔잔하게 계속된다.

그런데도 그녀는 곧 또 온몸을 꿈틀꿈틀한다.

그리고 서문경의 몸뚱이를 흐느적거리는 팔다리로 휘감는다.

서문경이 일회전을 치르는 동안 그녀는 세 차례나 절정을 넘었다.

그녀는 만취가 되면 여느 때보다 월등히 몸뚱이가 쉬 달아오르는 체질인 모양이었다.

서문경은 연체동물 같은 그녀의 몸뚱어리를 이리 뒤집고 저리 굴리며 삼경을 알리는

북소리가 울린 뒤까지 삼회전을 즐겼다.

그러니까 그녀는 몇 차례나 절정을 넘었는지 헤아릴 수가 없었다.

입을 다 마치고 두 사람이 그대로 방바닥에 늘어져 누워있을 때였다.

어디선지 피리 소리가 들려왔다.

고요한 깊은 밤중에 들려오는 피리 소리는 묘하게

사람의 애간장을 건드리는 듯 쓸쓸하고 처량하기까지 했다.

“웬 피리 소리지?”

서문경이 묻자 왕육아는,

“옆집 노인인 것 같애요”

하고 대답한다.

이제 술이 제법 깬 것 같은 목소리다.

 

 

야행(夜行) 27회

 

“늙은이가 잠도 안 자고, 이 한밤중에 피리를 불어대다니, 망령이군”

“어쩌면 낌새를 알아챘는지도 몰라요.

그래서 우리가 조용해지자,

기분이 이상해서 일어나 혼자서 저렇게 피리를 부는지도 모른다구요”

 

 




“응, 그런 것 같군”

“저 피리 소리는 아마 노인이 젊은 시절을 회상하는 그런 걸 거예요. 안 그래요?”

“맞어. 늙은이도 한창 때가 있었을테니까.

젊은 시절의 애인이라도 생각하며 저렇게 불어대는 지도 모르지”

두 사람이 소곤소곤 주고받고 있는 동안에도 피리 소리는 계속 들려온다.

아닌게아니라 마치 누구에게 자기의 안타까운 마음을 호소하는 듯

절절하고 간드러지게 이어지던 가락이 체념이라도 하는 것 같은

쓸쓸하면서도 담담한 흐름으로 바뀐다.

노인의 심정이 잘 드러나는 것 같아 제법 들을 만 하다.

“그 늙은이 꽤 잘 부는데...”

서문경이 혼자 중얼거리듯이 말하자,

왕육아는 그 말은 들은척 만척,

“여보, 어쩌죠? 들통이 난 것 같은데...”

하고 걱정을 한다.

“까짓것, 붙들어다가 제형소에 넘길테면 넘기라지 뭐”

“아이, 농담 마시고...”

“당신도 참, 그런 쓸데없는 걱정은 말라고 그랬잖아. 내가 누구냔 말이야. 응?”

“호호호... 예, 알았어요”

왕육아는 대번에 걱정 따위 개운하게 사라져 버리는 듯

서문경 쪽으로 몸을 돌려 한손으로 그의 널따란 가슴패기를 슬슬 어루만진다.

믿음직스럽기 짝이 없다는 듯이.

서문경은 그 날밤 그곳에서 잤다.

그리고 꼭두새벽 날이 새기 전에 집으로 돌아갔다.

그 뒤로 그는 이틀에 한 번이나 사흘에 한 번씩 밤중에

번번이 턱에 허연 수염을 달아 노인처럼 위장을 하고서 왕육아를 찾아가

그곳에서 묵으며 코에서 단내가 나도록 정사를 즐겼다.

십여일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왕육아는 서문경이 찾아들 때가 된 것 같아 해거름에 저자 거리엘 갔다.

술과 안주거리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볼일을 마치고 장바구니를 들고서 저자 거리를 걸어 나가다가 이웃 아낙네와 마주쳤다.

“뭘 그렇게 많이 샀수? 집에 혼자 있으면서...”

아낙네의 말에 왕육아는 그저 쑥스럽게 웃기만 한다.

“오늘밤에 또 높은 어른이 오시는 모양이지? 좋겠수,

 어쩌면 팔자 고치는 거 아니유? 히히히...”

 

 

야행(夜行) 28회 

 

 

 

 “어머, 그게 무슨 소리유?”

왕육아는 적지않이 당황한다.

 

 




“시치미 떼지 말아요. 다 알고 있다우. 이웃에 소문이 난지가 언젠데...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말도 모르우? 하하하”

깔깔 웃으며 아낙네는 얼른 잰걸음으로 쳐 지나가 버린다.

왕육아는 낯바닥을 한대 정통으로 오지게 얻어맞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데 도무지 기분이 지랄 같아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 날밤 예상했던대로 서문경이 찾아왔다.

왕육아는 내실의 탁자에 마주앉아 그의 잔에 술을 따라주면서

대뜸 볼멘듯한 소리로 불쑥 말했다.

“여보, 나 이집에 살기 싫어요”

어쩐지 오늘은 처음부터 그녀의 기색이 여느 때와는 달리 시원찮다 싶더니

무슨 일이 있었는 것 같아 서문경은 가만히 표정을 살피듯 바라보며,

“난데없이 왜? 이집이 뉘 집인데? 하고 묻는다.

“좌우간 살기 싫어졌다구요. 이사를 갔으면 좋겠어요”

“무슨 일이 있었나?”

“이웃에서 우리 사이를 다 알고 있지 뭐예요”

“내가 찾아온다는 걸 안단 말이야?”

“예”

“노인처럼 수염을 달고 찾아오는데도?”

“수염 같은 것 다 소용 없다구요”

“허허허... 어떻게 알까?”

“웃지 말아요.

난 심란해서 죽겠다구요.

아 글쎄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지 뭐예요.

오늘 해거름에 시장엘 갔다가 이웃 여자를 만났는데...”

“왕육아는 저자 거리에서 있었던 일을 자세히 얘기해 준다.

듣고난 서문경은,

“높은 어른이 오신다구?

그럼 내가 찾아온다는 걸 틀림없이 아는군. 그것 참...”

코 언저리에서 빙그레 웃음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인다.

“여보, 이사를 하도록 해줘요”

“...”

“예? 이집을 팔고 딴데로 이사를 가고 싶어요”

“한도국이가 없는 동안에 그래도 될까?”

“돌아오면 잘 얘길 하죠 뭐”

“뭐라고 잘 얘길 하지?

우리 둘이 간통을 했는데,

이웃에서 낌새를 챈 것 같아서 이사를 했다고 말하나?”

“아이 농담 마시구요”

잠시 생각에 잠기던 서문경은,

“좋아, 그렇게 하라구”

하고 흔쾌히 동의를 한다.

 

 

야행(夜行) 29회 

 

 

 

 서문경이 왕육아의 뜻을 받아들여 이사를 하도록 승낙을 한 것은

 

그런 무슨 큼직한 변화가 있는 편이 한도국이가 돌아온 다음에

 

그를 구워삶는데 유리할 것 같아서였다.

이사를 하되 그냥 지금 집을 팔아서 그 정도의 가옥을 사게 할 것이 아니라,

 

돈을 듬뿍 얹어주어서 좀 큼직한 집을 마련하도록 해주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래야 돌아온 한도국이 어찌된 영문인가 하고 어리둥절해질 것이며,

 

회유로써 그의 마음을 납작하고 눌러버리는데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말이다.

 

 


그러나 서문경은 그런 생각은 자기혼자서만 하고 있을 뿐 왕육아에게는 그저,

“내가 돈을 듬뿍 보태줄테니,

 

집을 팔아서 좀 큼직한 독립가옥을 사도록 하라구.

이집처럼 한 건물에 여러가옥이 붙어있어서는 옆집에 소리가 들려서 안되겠어.

그래서 이웃에게 알게 된게 틀림없다구”

이렇게 말했다.

왕육아는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르며 당장 이튿날 집을 시세보다 헐값으로 내놓았다.

그랬더니 며칠이 안가서 팔렸다.

그리고 서문경으로부터 꽤 많은 돈을 받아 보태서 사자가의 숲 근처에 외따로 떨어져 있는

아담한 독립가옥을 구입해서 이사를 했다.

이웃과 떨어져 있을 뿐 아니라,

생소한 곳이어서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어 왕육아는 이제 살 것 같았다.

서문경 역시 밤으로 아무리 소리를 지르며 늦게까지 히히덕거려도

조금도 이웃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어서 한결 그녀와의 정사가 즐겁기만 했다.

그러나 그는 밤으로 찾아올 때면 여전히 얼굴에 허연 수염을 다는 걸 잊지 않았다.

수염을 달아도 별수없이 자기의 정체가 탄로 났었지만,

그래도 이곳에서는 가까이에 집이 없으니

찾아들 때만 남들이 모르면 들통이 날 것 같지가 않았던 것이다.

서문경으로서는 드물게 용의주도하게 구는 셈인데,

말하자면 부전옥이라는 감투가 유죄라고나 할까.

어느덧 더위가 물러가고, 서서히 가을로 접어들고 있는 어느 날 해질 녘,

우피가의 골목길에 한도국이 모습을 나타냈다.

딸 애저를 동경으로 시집 보내고 돌아온 것이었다.

그는 자기 집 현관 앞에 이르자,

“여보-”

소리를 지르며 서슴없이 문을 열었다.

“누구세요?”

앞에서 아낙네 하나가 뛰어나온다.

그런데 왕육아가 아니라,

웬 낯선 여자가 아닌가.

어찌된 영문인가 싶어 한도국은 어리둥절해진다.

 

 

야행(夜行) 30회 

 

 

 

 “누구를 찾나요?”

 

아낙네가 묻는다.

“댁은 뉘신지?”

 

한도국이 되묻는다.

 




 

“얼마 전에 새로 이사를 왔는데요”


“그래요? 음- 어떻게된 일일까... 내가 이집 주인이라구요”

“어머, 여자가 주인이던데... 그 여자한테 집을 샀는데요”

아낙네는 적지아니 당황한다.

“팔고서 어디로 이사를 갔는지 모르세요?

 

그 여자는 우리 집사람이라구요”


“그래요? 사자가 쪽으로 이사 갔다는 말만 들었어요”

“사자가 쪽으로 이사를 갔다... 무슨 일일까...”

한도국은 혼자 중얼거리고 고개를 기울이며 이웃친구한테 찾아가 보았다.

그 친구의 말이 별안간 집을 헐값으로 팔고,

사자가 쪽 숲 근처에 있는 외딴집을 사서 이사를 했다는데,

무슨 까닭이었는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어떤 의미가 담긴 듯한 묘한 웃음을 웃어 보였다.

한도국은 친구의 그 웃음이 좀 이상하다 싶기는 했으나,

왜 그렇게 웃느냐고 물어볼 수도 없는 일이어서 그러냐고,

알았다고 작별을 하고서 곧바로 사자가 쪽으로 향했다.

집은 쉽사리 찾을 수가 있었다.

숲 근처에 외따로 떨어져 있는 집이어서 누구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저집이겠거니 하고 찾아가 대문을 두드렸더니,

왕육아가 나타났던 것이다.

“아니, 여보, 어떻게 된 일이지?”

대문간에 선채 한도국은 대뜸 이렇게 물었다.

“차차 알게 될 거예요.

어서 들어와요.

이제 동경에서 돌아온 길인가요?”

왕육아는 뜻밖에도 착 가라앉은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한다.

“응, 그런데 도대체 무슨 돈으로 이런 좋은 집을 샀지?

전의 집을 헐값으로 팔았다 그러던데...”

한도국은 도무지 무엇에 홀린 것 같은 느낌인 듯 대문 안으로 들어서

제법 널따란 앞뜰을 걸어 현관 쪽으로 가며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글쎄, 차차 알게 된다니까 그러네요”

왕육아는 얼른 앞장서서 집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주방으로 가서 저녁 준비를 서둔다.

뒤따라 현관을 들어선 한도국은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이면서도

자기 집이 이렇게 달라지다니 기분이 나쁘지가 않은 듯

이방 저 방의 문을 열어보기도 하며 집안을 살피고 다닌다.

잠시 후, 저녁 준비를 마친 왕육아는 남편을 주방으로 불러 식탁에 마주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