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금병매(金甁梅)

금병매 (160) 야행(夜行) <21~25회>

오늘의 쉼터 2014. 7. 3. 16:01

금병매 (160)

 

 

야행(夜行) 21회 

 

 

 

 “어머나, 여보, 당신 아니예요?”

왕육아는 화들짝 놀란다.

 

거의 만취 상태에 이르러 있어서 바깥의 목소리로 잘 분간하지 못하던

 

그녀가 그 웃음소리에 번쩍 정신이 드는 듯했던 것이다.

 




“어서 문을 열라구. 잡으러 온 게 아니니까”

“호호호...”

이번에는 왕육아가 키들키들 웃으면서 후닥닥 안으로 건 고리를 벗기고 문을 연다.

바깥의 노인이 성큼 들어선다.

허연 수염이 너불너불한 노인을 보자, 그녀는 그만 질겁을 하듯이,

“아이고머니, 이게 누구야?”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지른다.

그리고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친다.

서문경인 줄 알았더니,

뜻밖에 수염이 허연 노인이 아닌가 말이다.

“허허허...”

노인은 또 웃으며 뒷걸음질치는 왕육아에게로 한걸음 한걸음 뚜벅뚜벅 다가간다.

이 밤중에 웬 노인이 이렇게 불쑥 나타난 것인지,

왕육아는 덜컥 무서운 생각이 들어 그만,

“아이고-”

비명을 지르며 돌아서서 후닥닥 주방쪽으로 달아난다.

그러나 그녀는 비틀거리며 곧 주방 입구에 쓰러지고 만다.

워낙 취해서 몸이 뜻대로 빨리 움직여지지가 않았던 것이다.

노인은 한손에 든 보자기를 복도 아무데나 얼른 놓고,

쓰러진 그녀에게로 다가간다.

“웬 술을 이렇게 마셨지? 어서 일어나라구”

비실비실 몸을 일으키는 그녀를 노인은 부축해 준다.

“이게 누구야? 웬 노인이지? 응?”

“허허허”

또 히들히들 웃으며 노인이 그만 그녀를 덥석 끌어안는다.

“어머나, 왜 이래? 나하고 간통할려고 이러는 거야? 안돼. 안됀다구. 놔요, 놔요”

왕육아는 몸부림을 친다.

그러나 그 몸부림도 흐느적흐느적 힘이 없다.

노인은 너불너불하고 허연 수염에 뒤덮인 입을 그녀의 입술로 가져가려 한다.

“아이고 싫어. 싫다니까”

“헛헛허...”

껄껄 웃고 나서 노인은,

“내가 누군지 잘 좀 보라구, 술이 취해서 도무지 누군지 분간을 못하는군”

하면서 머리에 깊이 눌러쓴 두건을 벗긴다.

“어머”

왕육아가 약간 놀라며 멀뚱히 그 얼굴을 바라본다.

 

 

야행(夜行) 22회 

 

 

 

 술기운에 몸롱해진 눈에도 틀림없는 서문경으로 보인다.

 

그런데 허옇고 너불너불한 수염이 돋아나 있다니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

 

왕육아는 마치 무엇에 홀린 것 같은 느낌이다.

“아이고 얄궃어라. 여보, 당신이죠? 그런데 웬 수염이 이렇게...”

 




그러자 노인은 이번에는 너불너불한 수염을 쑥 잡아당겨 버린다.

“하하하”

왕육아가 까르르 웃는다.

수염이 홀랑 벗겨지고 서문경의 얼굴 모습이 제대로 드러났던 것이다.

서문경은 부전옥이라는 감투를 쓰고 있는 터이라 혹시 남의 눈에 뛸까 싶어서

밤인데도 가짜 수염을 달고 두건을 깊이 눌러쓰고서 왕육아를 찾아왔던 것이다.

남의 눈에 띈다고 해서 두려워할 그가 아니었지만

그래도 고관으로서의 체통이 있는 터이라 신분을 노출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왕육아를 놀라게 해주려고 싶은 장난기 같은 것도 동했던 것이다.

서문경이 보자기에 싸서 한손에 들고 온 것은 술이었다.

그는 복도 아무데나 내려놓았던 그것을 가서 들며,

“자 내가 술을 가지고 왔으니 한잔하자구”

하고 왕육아에게 말한다.

“예, 좋아요”

술에 거의 만취가 되었으면서도 왕육아는 마냥 좋은 듯

헤죽헤죽 웃으며 얼른 앞장서서 주방으로 들어간다.

서문경이 뒤따른다.

술에 취해서 손놀림이 곧잘 흐느적거리는데도 왕육아는 애써 안주를 만든다.

 미리 준비해 놓은 것이 없어서 되는 데로 조잡한 요리를 한 접시 만들어 탁자에 갖다놓는다.

그리고 새 잔과 젓가락 따위를 가지고 와서 서문경 앞에 놓아주고는 자기도 맞은편에

털썩 궁둥이를 내린다.

“당신이 오실 줄 알았으면 술을 안 마시고 기다렸을텐데... 미안해요 여보. 히히히...”

“꽤 취한 것 같은데 혼자서 웬 술을 그렇게 마셨지? 이제 보니 술을 아주 잘 마시는군 그래”

“잠이 와야 말이죠.

까짓것 정말 죽기 아니면 살기로 오늘밤에 한번 마셔보자 하고 마시니까

자꾸 들어가지 뭐예요.

흐흐흐... 애저를 시집보내고 나니 섭섭하고 허전하고 가슴이 텅 빈 것 같다구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모르겠어요.

여보, 당신 앞에서 이런 소릴 해서 미안하다구요. 호호호...”

왕육아는 약간 혀가 헛돌아가는듯한 소리로 지껄이며 대고 천방지축으로 웃는다.

그리고 술병을 들어,

“자 여보, 당신도 많이 취하시라구요”

하면서 서문경의 잔에 술을 따른다.

 

 

야행(夜行) 23회 

 

 

 

 서문경이 술잔을 입으로 가져가 두어모금 마시고 젓가락으로 안주를 집자,

 

그녀는 자기가 혼자서 마시던 잔을 들며,

“여보, 나한테도 한 잔 따라줘야지요. 히히히...”

 




웃는다.

“많이 취한 것 같은데 괜찮겠어?”

“괜찮다구요. 당신이 오셨는데 한 잔해야지요. 안 그래요? 호호호...”

“보니까 당신도 술고래가 될 소질이 있군.

나쁘지 않지, 자, 그럼 한 잔만 더 마시라구”

“예, 흐흐흐...”

잔에 술이 차자,

그녀는 얼른 입으로 가져가 꿀꺽 꿀꺽 단숨에 반잔이나 목구멍으로 넘겨버린다.

그리고 이제 안주 따위 먹을 생각도 않고,

게슴츠레한 두 눈에 살짝 요염한 빛을 떠올리며 묻는다.

“그런데 여보, 왜 수염은 달고 오셨죠?

웬 노인인가 하고 얼마나 놀랬다구요”

“일부러 당신 놀래라고 한번 그래봤지”

“어머, 짓궂으셔라. 히히히...”

“그리고 말이야 이웃 사람들의 눈에 띄면 좋지 않잖아.

명색이 제형소의 부전옥이 밤중에 유부녀와 간통을 하러 찾아온 걸 알면 야단이거든.

한인가 그 녀석 때처럼 이웃 사람들이 덮쳐서 우리를 벌거벗긴 채 끌고가

제형소에 넘기면 어쩌느냐 말이야”

물론 서문경이 농담조로 하는 말이다.

그러나 왕육아는 취중인데도 슬그머니 두려워지는 모양이다.

전번에 이웃 사람들에게 당한 너무나도 창피하고 곤욕스러운 일이

새삼 머리에 떠오르니 그럴 수밖에 없다.

“그래서 노인처럼 수염을 달고 찾아온 거라구”

“...”

“왜? 이웃이 두려운가?”

“예”

“아무 걱정말라구.

내가 그저 농담으로 한 말이라구.

세상에 어떤 놈이 이 서문경이를 감히 덮친단 말인가.

그러다간 저희들 모가지가 모조리 휙! 휙! 이거지. 알겠어? 허허허...”

한손으로 목을 휙휙 날려버리는 시늉을 해보이며 서문경이 껄껄 웃자,

그제야 왕육아는 좀 마음이 놓이는 듯

후유- 숨을 크게 한번 내쉬고는 자기도 덩달아 히들히들 웃는다.

잠시 후, 술이 거나해진 서문경은 왕육아를 데리고 내실로 갔다.

그런데 왕육아는 내실에 들어서자 그만 비실 방바닥에 쓰러진다.

마치 온몸이 흐늘흐늘해진 사람 같았다.

“허허허”

서문경은 재미있다는 듯이 껄껄거리며 그녀의 옷을 벗기기 시작한다.

 

 

야행(夜行) 24회 

 

 

 

 “아이구, 내가 왜 이러나. 천장이 빙도는 것 같애”

“술을 너무 마셔서 그렇지 뭐야”

 




“방바닥도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것 같다니까요. 아이구 어쩌나...”

왕육아는 옷을 벗기는 서문경에게 몸을 내맡기고 있으면서도

곧장 눈앞이 빙빙 도는 듯 이리 흐느적 저리 흐느적 한다.

마치 몸 속에 뼈가 박혀있지 않는 연체동물(軟體動物)같다.

방바닥에 늘어져 흐느적거리는 그녀의 몸에서 옷을 모조리 벗겨낸

서문경은 매우 재미있다는 듯이 서서 내려다보고 있다.

지금까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염색 행각을 했지만,

이처럼 술에 만취가 된 여자를 발가벗겨 데리고 놀아본 일은 없어서

오늘밤에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되는구나 싶으며

그는 코 언저리에 능글능글한 웃음을 떠올린다.

“여보, 나 좀 어떻게 해줘요.

일어나질 못하겠지 뭐예요. 아이구, 음- 히히히...”

그녀는 일어나려고 벌거숭이가 된 몸뚱이를 꿈틀꿈틀 하다가

도로 비실 나가뒹굴어 버린다.

“허허허... 좋아, 내가 어떻게 해줄테니까 가만히 있으라구”

서문경은 이번에는 자기 옷을 훌렁훌렁 벗어낸다.

벌건 알몸이 된 서문경은 늘어져 흐느적거리는 그녀에게로 다가간다.

그리고 그녀를 침상으로 옮기려고 안아 일으킨다.

어찌된 영문인지 몹시 무겁다.

술에 만취가 되어 뼈 없는 연체동물처럼 축 늘어져서 그런 모양이다.

그녀를 옆으로 안아 들고 침상 쪽으로 걸음을 떼놓던 서문경은,

“으이크!”

소리를 내지르고 만다.

그녀의 엉덩이가 아래로 축 처지더니,

 그만 몸뚱이 전체가 돌고 있는 두 팔 사이로 미끄러지듯

쑥 빠져 방바닥에 떨어져버린 것이다.

“아이고머니! 히히히”

엉덩방아를 찧으며 방바닥에 벌렁 넘어지면서도 그녀는 킬킬 웃는다.

서문경은 안되겠다 싶어서 그냥 방바닥에서 일을 치르기로 마음먹는다.

침상 위에서보다 오히려 널찍한 방바닥을 이리저리 마음껏 뒹굴며

즐기는 게 한결 신날 것 같다.

벌렁 넘어져서 꿈틀거리는 그녀 옆에 서문경은 우선 반듯이 눕는다.

그리고 좀 숨을 가다듬는다.

그녀가 흐느적 흐느적 그에게로 몸을 돌리며 한손을 대뜸 그의 아랫도리로 가져간다.

“음-”

서문경은 벌써부터 기분이 좋은 듯 지그시 두 눈을 감는다.

 

 

야행(夜行) 25회 

 

 

 

 연체동물의 육질같은 그녀의 손아귀 속에서 그의 욕망이 대번에 꾸들꾸들해진다.

“히히히...흐흐흐...”

 




그녀는 공연히 좋은 듯 입에서 질질 흘러내리는 것 같은 그런 웃음을 천방지축으로 웃는다.

그리고 꾸들꾸들해진 그의 욕망을 손으로 냅다 애무해 댄다.

“아-”

서문경의 입에서도 감미로운 탄성이 흘러나온다.

“여보, 피리 불어줄까?”

“응”

그녀는 꿈틀꿈틀 몸을 일으키려다가 현기증이라도 나는 사람처럼 도로 비실 쓰러진다.

“어머, 내가 왜 이러나. 자꾸 방바닥이 기울어지지 뭐예요”

“너무 취해서 그렇다구. 자, 그럼 오늘밤은 피리 부는 것은 생략하고...”

그러면서 서문경은 이번에는 자기가 그녀 쪽으로 돌아눕는다.

그리고 그녀의 젖봉우리 하나를 덥석 입으로 덮쳐 쭐쭐쭐 애무한다.

제형소의 흥아각에서 데리고 놀때와는 달리 젖봉우리도 훨씬 뜨끈뜨끈하고 물큰물큰하다.

술기운이 그곳에까지 흠뻑 젖어든 모양이다.

“히히히... 기분 좋아. 어머나 왜 이렇게 좋지? 아이고- 흐흐흐...”

그녀는 젖봉우리를 애무하는데도 벌써 못견디겠는 듯 온몸을 꿈틀대며 큰소리로 야단이다.

여자의 교성은 남자를 더욱 열오르게 하는 법이어서 서문경은 입으로는

그녀의 윗도리를 마구 애무하면서 손으로는 부드럽게 아랫도리를 어루만진다.

“아- 으- 히히히... 나 몰라. 나 모른다구. 나 어쩌지? 응? 여보, 아으-”

혀짧은 소리로 호들갑을 떨어대던 그녀는 무슨 일인지 별안간 한손으로 자기의 입을 막는다.

그리고,

“음- 음-”

감미롭게 신음을 한다.

“아니, 왜 그래?”

서문경은 그녀의 몸뚱이에서 입을 떼며 열기가 올라 번들거리는

눈으로 약간 놀라듯이 바라본다.

혹시 토하려는 게 아닌가 싶다.

“큰소리를 내면 안된다구요. 옆집에서 들으면 큰일이에요”

“허허허... 그래서 입을 막는 거야?”

“예, 당신도 큰소리를 내지 말아요.

전번에 한이와 큰소리를 내는 바람에 들통이 났지 뭐예요”

“누가 더 큰소리를 냈었나?”

“내가요. 너무 기분이 좋으면 나도 모르게 큰소리가 나온다구요. 히히히...”

만취상태에서 그녀는 많이 모자라는 사람처럼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