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금병매(金甁梅)

금병매 (155) 불륜(不倫) <66~68회>

오늘의 쉼터 2014. 7. 3. 10:37

 

금병매 (155) 불륜(不倫) 66회 

 

 

 

 어둠 속인데도 왕육아는 절로 고개가 푹 숙여진다.

“아니, 이거...”

 

 

 




누군지를 알아본 듯 한도국은 당황한다.

왕육아는 흑흑 하고 한번 흐느끼는 듯하더니,

“날 죽여 줘요”

하고 들릴 듯 말듯한 목소리로 말한다.

“들어오질 않고 거기 서서 뭘 하는 거야?”

뜻밖에도 남편의 목소리가 부드럽자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그만 훌쩍훌쩍 흐느낀다.

“아니 왜 울어?”

“여보- 날 죽여 달라구요. 나 같은 년은 죽어야 싸다구요”

왈칵 복받쳐 오르는 울음을 참을 길이 없는 듯 왕육아는 목 놓아 울면서 말한다.

한도국은 그녀에게 다가가서 한쪽 팔을 잡아끌며,

“들어가자구. 울기는...”

오히려 달래는 투다.

마지 못하는 듯 왕육아는 남편에게 이끌려 울면서 방으로 들어간다.

한도국은 어둠 속을 더듬어 방에 불을 켠다.

의자에 힘없이 궁둥이를 내린 왕육아는 이제 울음을 거두며

도저히 남편 앞에 얼굴을 들 수가 없는 듯 살짝 얼굴을 떨군다.

한도국은 뭐라고 말을 했으면 좋을지 모르겠는 듯 가만히 서서 지켜보다가 불쑥 입을 연다.

“자자구. 그렇게 앉아있지 말고...”

“...”

“난 말이야 당신을 잘 안다구.

당신은 절대로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니야.

한이 그 때려죽일 놈 때문에 당신이 벼락을 맞은 꼴이라구.

옥에서 얼마나 고생이 많았겠느냐 말이야”

남편의 말에 왕육아는 더욱 고개가 떨구어진다.

그러면서도 속으로 우습다는 생각도 문득 든다.

옥에서 고생을 하기는커녕 하룻밤만 잤을 뿐

그 뒤로는 계속 흥아각에서 지내며

밤으론 서문경의 품에 안겨 실컷 호강을 했으니 말이다.

“이렇게 무사히 방면이 되어 돌아왔으니 천만다행이지 뭐야.

내가 서문경을 찾아가서 얼마나 부탁을 했다구.

당신은 죄가 없으니 방면해 달라고 말이야”

“...”

“인제 지나간 일은 없었던 걸로 잊어버리고 다시 그전처럼 잘 지내자구.

한이 그놈은 보나마나 중벌을 받았을테니 내 속이 시원하다구.

십년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간 기분이지 뭐야”

한도국은 정말 속이 시원한 표정이다.

 

 

불륜(不倫) 67회 

 

 

 

 둘이 간통을 했는데도 한이만 증오하고, 자기는 조금도 나무라지 않는

 

남편이 고마우면서도 한편 남자가 그럴 수가 있을까 싶어 왕육아는

 

고개를 들어 이해가 안 되는 듯한 그런 눈길로 힐끗 한도국을 바라본다.

“자, 어서 자자구. 밤이 깊었는데...”

 

 




“자자니까”

“예”

왕육아는 미안하고 쑥스럽기까지 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의자에서 일어난다.

한도국은 먼저 침상으로 가서 이부자리 속으로 들어간다.

왕육아는 불을 꺼버린다.

그리고 치마저고리를 벗고, 마지 못하는 듯 조심스럽게 침상으로 오른다.

불과 얼마전까지 매일밤 남편과 함께 누워 자던 잠자리인데도 무척 어색하고,

생소한 느낌이기까지 하다.

그녀가 이부자리 속으로 들어오자,

한도국은 슬그머니 그만 끌어안는다.

“어머”

왕육아는 절로 이맛살이 찌푸려진다.

남편의 입에서 시금털털한 술냄새가 훅 풍겨왔던 것이다.

그리고 곤혹스럽고, 솔직한 심정이 싫기도 했다.

시초야 어찌 되었거나,

자기 동생과 간통을 하고서 제형소까지 갔다가 돌아온 여편네를

귀가하자마자 끌어안다니,

뭣이 좋아서 그러는지,

남자가 쓸개가 없어도 너무 없다 싶었다.

그러나 그녀는 싫어도 마다할 처지가 못되니,

남편이 하는 대로 몸을 내맡겨 그저 다소곳이 따를 수 밖에 없었다.

한도국은 평소에도 신통찮은 솜씨인데, 술까지 취한 터이라

더욱 시원찮게 땀을 뻘뻘 흘려가며 오래간만에 여편네의 몸뚱이 위에서 시근덕거렸다.

왕육아는 마치 맥이라도 빠진 사람처럼

그저 두 눈을 가만히 감고 사지를 내던지고 있을 뿐이었다.

실은 오늘밤 방면되기 전에 흥아각에서 마지막으로

서문경에게 안겨 두 차례나 절정을 넘은 터이라,

기력이 없어서 남편의 흐늘흐늘한 욕망이 시원찮게 일으키는 물결 따위

조금도 흥분을 느끼질 못했다.

몸뚱이는 남편에게 내맡기고 있으면서

그녀는 머리 속에서는 한이와 서문경을 생각하고 있었다.

한이는 이제 중벌을 받을 게 틀림없으니 자기로서는 안타까울 뿐,

어떻게 되는 것인지,

다시 큰 망신을 하는 그런 꼴이 되지나 않을는지,

생각할수록 두렵기도 하면서,

그러나 남편과는 판이한 사내 중의 사내인

그를 이제 도저히 단념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단념할 수 있다 치더라도 그가 가만히 내버려 두지도 않을게 아닌가.

 

 

불륜(不倫) 68회 

 

 

 

 이미 엎질러진 물, 될 대로 되겠지, 하고 왕육아는 체념을 하며 슬그머니

 

두 팔로 남편의 허리를 끌어안는다.

 

그가 바야흐로 절정을 향해 치닫는 듯 헉헉 몹시 숨가쁘게 헐떡거려서

 

자기도 약간은 야릇한 느낌이 왔던 것이다.

절정을 넘어서자,

 

한도국은 푹 꺼지는 듯한 숨을 내쉬며 비실 힘없이

 

그녀의 몸뚱이 위에서 미끄러져 내린다.

 

그리고 몹시 지친 듯 잠시 말없이 늘어져 누웠다가 혼자 중얼거리듯이 내뱉는다.

 




“한이 그놈의 새끼를 죽여 버리고 싶지 뭐야.

 

이렇게 좋은 내 것을 그놈이 더럽히다니...”


그 말에 왕육아는 웃을 수도 없고, 울 수도 없는 그런 심정이 된다.

뭐 이런 남자가 다 있는가 싶다.

자기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원망을 않고,

너그럽게 용서해 주는 것은 고맙지만,

어쩐지 사내로서 못나빠지고 모자라는 것만 같아 오히려 경멸감이 드는 것이 아닌가.

더구나 남들에 비해 형편없이 시원찮은 주제에 ‘이렇게 좋은 내 것’ 이라니 같잖기까지 하다.

지금까지 몰랐던 그의 병신 같은 일면을 비로소 안 그녀는

내 남편이 이런 남자였던가 싶어 입맛이 쓰기만 했다.

곧 한도국은 드르릉 드르릉... 코까지 골며 깊이 잠들어 버린다.

그녀는 정나미가 떨어진다는 듯이 얼른 그에게 등을 돌리며 돌아눕는다.

방면이 되어 집에 돌아오기는 했으나,

왕육아는 조금도 마음이 편치가 않고 괴롭기만 했다.

남편은 모자라는 사람처럼 정말 없었던 일로 생각하는 듯 그전처럼 대해 주었으나,

애저는 엄마를 대하려고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어쩌다가 말을 걸어도 대답도 하질 않았다.

그리고 이웃 사람들 대하기가 창피해서 집 밖에 나갈 수도 없었다.

그러니까 방면이 되었지만 말하자면 집안에서 옥살이를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도무지 조금도 사는 맛이 나질 않았다.

이럴바에야 차라리 흥아각에 그대로 눌러 지내면서 밤으로 때때로

서문경의 사랑이나 계속 실컷 받는 편이 월등히 나을 뻔했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어서

그녀는 혼자 답답한 가슴을 털어내듯 푹-푹- 한숨만 내쉬곤 했다.

한이는 얼마 뒤에 맹주 땅으로 귀양을 가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서문경은 그를 왕육아로부터 영원히 격리시키기 위해서 처음에는 사형을 내릴까 생각하다가,

그건 아무래도 너무한 것 같아서 십중팔구 다시 살아서는 못 돌아올 맹주 땅으로

보내버리기로 했던 것이다.

유배형을 받아 한이가 맹주땅으로 귀양을 갔다는 소식을 들은 왕육아는

남몰래 혼자서 눈물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