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금병매(金甁梅)

금병매 (152) 불륜(不倫) <51~55회>

오늘의 쉼터 2014. 7. 3. 09:39

 

금병매 (152)

 

 

불륜(不倫) 51회 

 

 

 

 잠시 후 서문경은 의자에서 일어났다.

 

소변이 마려웠던 것이다.

“나 잠깐 볼일 좀 보고...”

 

하면서 서문경이 문 쪽으로 걸음을 떼놓자,

 

왕육아도 살며시 자리에서 일어난다.

 

부전옥 나리가 거동을 하는데, 그냥 가만히 앉아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서문경이 소변을 보고 돌아와 방문을 열고 들어서니 부지런히 안주를 집어

입에 넣고 불룩불룩 씹어대던 왕육아는 약간 놀라듯 후닥닥 젓가락을 놓는다.

그런 그녀가 서문경은 결코 천덕스럽게 느껴지지가 않는다.

자기가 자리를 비운 동안 시장해서 안주를 먹어대다가 자기가 돌아오니

얼른 젓가락을 놓는 폼이 오히려 순박해 보여서 마음에 든다.

눈에 든 여자가 하는 짓은 어떤 것이든 다 밉지가 않고, 좋아 보이는 법인 것이다.

서문경은 부끄러운 장면을 들키기라도 한 것처럼 가만히 앉아있는

왕육아의 뒤로 다가가 의자의 등받이 너머로 그녀를 슬그머니 끌어안는다.

“어머”

그녀가 약간 당황한다.

서문경은 그녀의 뒷머리에다가 살며시 코를 갖다 댄다.

머리카락 냄새도 묘하게 좋다.

두 손은 그녀의 저고리 위로 앞가슴의 두 봉우리를 지그시 덮치고 있다.

옷 위로 만져보는 유방이지만 뭉클하면서도 탄력이 느껴진다.

곧 한손을 저고리의 깃을 들추고 그 속으로 밀어 넣는다.

그런데 어찌 곧바로 가슴의 맨살이 손바닥에 닿는 것이 아닌가.

“아니...”

서문경은 손을 빼고, 그녀를 의자에서 일어나도록 한다.

그녀가 일어서자 의자를 옆으로 치워 버리고, 자기 쪽으로 돌려 세운다.

그리고 그녀의 저고리를 벗기려 든다.

“어머, 대감님 이러시면...”

무척 수줍은 표정이다.

“왜? 그럼 옷을 입은 채 나를 모실 생각인가?”

“아이 어쩌나... 그럼 제가 벗을께요”

왕육아는 얼른 살짝 돌아서며 저고리를 벗는다.

“아하, 이런... 쯧쯧쯧...”

서문경은 혀를 찬다.

그녀가 내의를 입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저고리를 벗자 그대로 맨몸이었다.

감방에서 불러내어 목욕을 시키고,

관기의 치마저고리만 입으라고 던져 주었던 모양이다.

서문경은 아랫도리는 어떤가 싶어서 얼른 치마를 훌렁 걷어붙여 본다.

“어머나”

왕육아는 화들짝 놀란다.

 

 

불륜(不倫) 52회 

 

 

 

 “오호-”

서문경의 입에서 야릇한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두 눈에 싱거운 웃음도 번들거린다.

 




훌렁 걷혀 올라간 치마 밑으로 아무 내의도 입지 않은 알몸이 드러났던 것이다.

“아이 몰라요”

왕육아는 후닥닥 치맛자락을 내리며 살짝 눈을 흘긴다.

온통 얼굴이 발갛다.

“허허허... 여자가 치마 밑에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으면 난 기가 막히게 좋단 말이야”

“짓궃기도 하시네요. 대감님께서 뭐 그래요. 점잖지 못하게“

“이럴 때 점잖으면 아무 재미도 없는 거 아닐까?

그런 남자는 멋대가리 없지 뭐. 안 그래? 솔직하게 말해 보라구”

“호호호... 높으신 나리의 관복을 입고 그러니까 어울리지 않지 뭐예요.

체통이 없어 보여요”

“그래? 그럼 까짓것 이따위 관복 벗어버리지 뭐”

서문경은 싱글싱글 웃으며 먼저 부전옥이 쓰는 두건부터 벗어 탁자 위에 놓고,

관복 상의를 벗는다.

그리고 내의도 거침없이 벗어 버린다.

“자, 인제 됐지? 인제 높으신 나리가 아니라, 그냥 남자라구”

“아니예요. 아랫도리가 아직 관복이잖아요”

“그런가? 좋아, 그렇다면 아랫도리도 벗지 뭐”

주기가 알맞게 올라서 혼혼해진 얼굴에 싱그레 웃음을 띠며 서문경은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는 호색가답게 관복 따위 거추장스럽다는 듯이 흔쾌히 하의도 벗는다.

짧은 속잠방이 하나만 걸친 벌건 알몸이 된 서문경은

“자, 어때? 인제 높으신 나리는 깨끗이 사라졌지? 그냥 멋있는 남자라구. 맞지? 허허허...”

껄껄 웃는다.

듣던 바와 같이 과연 서문경이란 사람은 오입쟁이 답구나 싶으며 왕육아는

“맞아요. 정말 멋있어요”

하고 좀 쑥스러운 듯 살짝 시선을 돌리면서 미소를 짓는다.

서문경은 그만 다가가 그녀를 덥썩 끌어안는다.

“어머나”

약간 놀라는 듯 하면서도 그녀는 다소곳이 서문경의 가슴에 안긴다.

서문경의 입술이 그녀의 이마에 가 닿는다.

간지러운 듯 그녀는 조금 목을 움츠린다.

이마에 입맞춤을 한 서문경의 입술이 그녀의 옆얼굴로 미끄러져내려

볼을 지나서 입으로 다가간다.

 

 

불륜(不倫) 53회 

 

 

 

 왕육아는 살짝 고개를 뒤로 젖히며 서문경의 입술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그리고 사르르 두 눈을 감는다.

서문경은 그녀의 말랑말랑한 혀를 입안에 넣어 잘근잘근 애무하면서

 

한손으로는 뒤치맛자락을 슬금슬금 걷어 올린다.

 

그리고 치마 속에 피둥피둥하고 방방한 엉덩이를 슬슬 어루만진다.

 




왕육아는 어딘지 모르게 부드럽고 능수능란한 서문경의 애무에 편안하게

기분이 달아오르며 문득 한이 생각을 해본다.

그와 무척 대조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한이는 가슴에서 아랫도리까지 검실검실한 체모가 온통 이어져 있어서

그에게 안기면 우선 온몸이 야릇하게 스물스물했는데,

서문경은 알맞게 살이 찌고,

또 살결이 부드러워서 포근한 느낌을 준다.

애무하는 솜씨도 한이는 약간 거칠다고 할까,

어딘지 모르게 우악스럽고 격정적이었는데 비해,

서문경은 아주 유연하면서도 때때로 살짝살짝 자극을 주는 그런 고단수다.

그리고 냄새도 다르다.

한이에게서는 늘 땀낸지 뭔지 묘한 사내 냄새가 풍겼는데,

서문경에게서는 향긋한 체취가 피어난다.

병정에 나가 칼과 창, 그리고 활을 가지고 설쳐대던 사람과

돈방석 위에 앉아 술과 여자로 세월을 보낸 사람의 차이인 셈이다.

한이가 머리에 떠오르자,

왕육아는 슬그머니 미안한 생각이 고개를 쳐든다.

그는 지금 우릿간 같은 어두운 감방에 짐승처럼 갇혀 있는데,

자기는 불려 나와 호사스럽게 술과 푸짐한 안주를 먹고,

이렇게 부전옥 나리의 품에 안겨 즐기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남편에 대해서는 조금도 죄책감 같은 것이 느껴지지가 않는다.

자기의 잘못을 용서하고, 서문경에게 방면해 달라고 신신당부까지 했다는데도...

그러니까 이제 그녀의 마음은 남편을 떠나 한이에게로 깨끗이 옮아가 있는 셈이다.

한이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자,

그녀는 묘하게도 달아오른 기분이 그만 스르르 식어버리는 느낌이다.

맥이 탁 풀린다.

왕육아의 그런 변화를 서문경은 대뜸 알아차린다.

이상하게도 그녀의 몸에서 열기가 사르르 빠져나가는 듯 했고,

살결이 탄력을 잃고 물렁해져 버리는 것 같았다.

입안에서 애무하고 있는 그녀의 뜨끈뜨끈하던 혀도 미적지근하게 식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얼른 혀를 밀어내 버리고, 입술을 뗀다.

그리고 그녀의 두 눈을 들여다본다.

눈빛도 묘하게 풀어져서 생기가 없다.

살짝 그늘이 덮인 것 같다.

“아니, 왜 이래. 응?”

서문경은 그녀를 품안에서 밀어내며 볼멘소리를 한다.

 

 

불륜(不倫) 54회 

 

 

 

 왕육아는 약간 당황하며,

“대감님, 왜 그러세요?”

 

하고 얼른 두 눈에 억지 미소를 떠올린다.

 




“몰라서 묻는 거야?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지?”

“아무 생각도 안했는데요”

“뭣이 어쩌고 어째? 내가 모를 줄 알아?”

“...”

“누구 생각을 했지? 말하라구”

서문경은 기분 잡쳤다는 듯이 격한 목소리를 내뱉으며 두 눈을 부릅뜨고 왕육아를 쏘아본다.

왕육아는 공연히 한이 생각을 하다가 이거 일을 그르치는 게 아닌가 싶어 덜컥 겁이 난다.

그래서 머리 회전이 빠른 그녀는 별안간,

“호호호...”

깜찍하게 웃어 제낀다.

“닥쳐! 웃기는...”

“대감님께서 질투를 하시는 것 같애서... 제가 지금 누굴 생각하게 됐나요?

그게 아니라, 갑자기 배가 사르르 아프지 뭐예요.

그래서 잠시 기분이 식었던 거라구요”

“정말이야?”

“정말이에요”

“그럼 지금도 배가...”

“아니예요. 괜찮아졌어요.

대감님께서 호통을 치시는 바람에 배가 놀래서 아프던 게 어디론지 싹 없어졌지 뭐예요”

“그래? 허허허...”

서문경은 그만 약간 어이가 없는 듯 웃음이 나와 버린다.

용케 위기를 면한 왕육아는 속으로 가만히 안도의 숨을 내쉰다.

그리고 애써 두 눈에서 나긋한 애교를 띠며

이번에는 자기가 스스로 서문경의 품에 안기려 든다.

그러나 서문경은 그대로 다시 안고 싶지는 않 은듯,

“잠깐”

하고 제지한다.

그리고 반명령조로 말한다.

“치마를 벗으라구”

“예, 그러죠”

왕육아는 선뜻 대답하고, 살짝 돌아서서 서슴없이 치마를 벗어내 버린다.

“음- 좋은데...”

서문경은 그녀의 늘씬한 알몸을 보자 절로 감탄의 말이 흘러나온다.

거침없이 치마를 벗어 버리기는 했으나,

왕육아는 역시 쑥스러워서 서문경을 향해 정면으로 돌아서질 못하고,

엉거주춤 서있다.

“돌아서봐”

마지못하는 듯 그녀는 두 손으로 아랫도리의 부끄러운 곳을 가리며 가만히 돌아선다.

 

 

불륜(不倫) 55회 

 

 

 

 “손을 떼라구”

“아이 어쩌나...”

 




“어서”

왕육아는 얼굴을 살짝 붉히며 손을 뗀다.

“호-”

서문경은 두 눈에 닝글닝글한 웃음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의자에 털썩 궁둥이를 내리며 다시 명령조로 말한다.

“서너 걸음 뒤로 물러서 보라구”

왕육아의 얼굴에는 약간 싫은 듯한 기색이 떠오른다.

그러나 그녀는 얼른 표정을 바꾸어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예”

대답을 하고는 천천히 걸음을 뒤로 물러선다.

서문경은 그녀의 나체를 감상하듯 훑어보고는 감탄을 하는 듯한 어조로 묻는다.

“색시 나이가 서른둘이라 그랬지?”

“예”

“그런데 몸매가 저렇게 늘씬할 수가 있을까.

열 살쯤 밑으로 보이지 뭐야. 아이를 하나도 안 낳은 모양이지”

“아니예요. 하나 낳았어요?”

“몇 살?”

“열다섯 살이에요”

“뭐라구? 열다섯 살 먹은 아이가 있다구?”

“예”

“아들이야, 딸이야?”

“딸이에요”

“허허허...”

열다섯 살 먹은 딸을 가진 어머니로는 도저히 안 보이는 듯

그만 서문경은 놀라운 일이라는 듯이 웃는다.

그리고 다시 부드러운 어조로 명령한다.

“자, 인제 이리 와서 내 속잠방이를 벗기라구. 나도 벌거숭이가 돼야겠어”

왕육아는 몹시 쑥스러운 듯 얼굴을 붉힌다.

그러나 도리 없다는 듯이 다가와 서문경 앞에 두 무릎을 꿇으며 그의 속잠방이를 벗겨 내린다.

속잠방이가 벗겨지자,

서문경은 도로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앉으며 다시 부드러운 명령이다.

“피리를 불어 달라구”

“어머, 히히히...”

“어서”

“예”

왕육아는 대감 나리의 피리인지라 두 손으로 공손히 받들어 조심스레 불기 시작한다.

서문경은 지그시 두 눈을 감는다.

잠시 후,

“그만 그만”

하고는 서문경은 벌떡 일어서더니 냅다 그녀를 옆으로 번쩍 들어 안는다.

그리고 침상이 있는 쪽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