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금병매(金甁梅)

금병매 (137) 경사(慶事) <36~40회>

오늘의 쉼터 2014. 7. 2. 11:56

금병매 (137)

 

 

 

경사(慶事) 36회 

 

 

 

 “벗으라면 벗어”

“발가벗으라니, 이런 법이 어디 있어요”

 




“이년아, 넌 주인어른과 너의 마님 앞에선 잘도 벗잖아.

그러면서 왜 못 벗는다는 거야. 어서 벗어”

춘매는 불만이 가득한 그런 표정으로 손설아를 쏘아본다.

맞서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러자 손설아는 두 주먹을 발끈 쥐며 한결 앙칼지게 내뱉는다.

“시키는대로 안할 거야? 앙!”

“...”

“좋아, 그럼 내가 벗도록 해주지”

손설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네깐년이 안 벗고 견디는가 어디 보자구”

하면서 매를 가지러 가려는 듯 걸음을 떼놓는다.

그러자 이교아가 불쑥 말한다.

“어서 벗으라구. 매를 맞고 벗는 것 보다는 낫잖아”

“춘매야, 어서 시키는대로 해. 그게 좋을 거야”

맹옥루도 입을 뗀다.

반금련과 사이가 좋은 편인 맹옥루인지라,

춘매에게도 약간은 동적적인 그런 어투다.

그러자 춘매는 도리가 없는 듯 다시 울상이 되며 윗내의를 벗어낸다.

하얀 두개의 젖봉우리가 온통 드러난다.

얼른 그것을 한쪽 팔로 가린다.

그리고 두 눈을 질끔 감으며 다른 손으로 아랫내의를 걷어 내린다.

지켜보고 있는 부인들의 시선이 그녀의 아랫도리로 집중된다.

온통 알몸이 되어버린 춘매는 부끄럽고 수치스러워서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그만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려 버린다.

“아이를 배고도 남겠는데...”

“글쎄, 그런데요. 열아홉살인가 그러니까 배고도 남고 말고요”

이교아와 맹옥루가 주고받는다.

두 다리가 미끈하게 빠졌고, 엉덩이가 제법 벌어졌으며,

부끄러운 곳도 매우 무성하고 풍성해 보이기까지 했던 것이다.

도로 자리에 앉은 손설아가 다음 명령을 내린다.

“얼굴에서 손을 떼라구. 그리고 두손으로 방바닥을 짚어”

춘매는 얼굴에서 두 손을 뗀다.

그러나 온통 이지러진 표정을 하고 엉거주춤 서있을 뿐,

그 다음 말은 좇지 않는다.

“두 손으로 방바닥을 짚으라니까.

개처럼 말이야. 이제부터 개처럼 기어서 방안을 빙빙 도는거야. 알겠어?”

“...”

“왜 대답이 없지? 앙!”

대답 대신 춘매는 그만 자포자기를 하는 듯

두 손으로 덥석 방바닥을 짚으며 무릎도 꿇는다.

 

 

경사(慶事) 37회 

 

 

 

 “무릎은 방바닥에 대면 안돼. 들어!”

춘매는 무릎을 든다. 꼭 짐승 같은 자세다.

 




“앞으로 갓!”

움직이질 않는다.

“안 기어갈 거야! 어서 기어. 어섯!”

천천히 기기 시작한다.

마치 개가 느릿느릿 걸어가는 것 같은 춘매의 모습을 보고 부인들은 큭큭 킥킥 웃는다.

이이병아는 웃음이 입 밖에 나오지 않도록 얼른 한손으로 가리며 차마 못 보겠는 듯

살짝 고개를 돌린다.

그냥 기게하는 것만으로는 아직 직성이 안 풀리는 듯 손설아는 또 다음 명령을 내린다.

“나는 갭니다, 나는 갭니다, 이렇게 말하라구. 큰소리로...”

말을 듣지 않고, 그냥 기기만 한다.

“시키는대로 안할 거야?”

그러자 춘매는 그만 그 자리에 풀썩 무릎을 내리고 손설아를 돌아보며 내뱉는다.

“정말 너무하다구요. 아무리 제가 뭘 잘못했다고 하지만,

 사람을 이렇게까지 욕보이는 법이 어디 있어요”

“아니, 말대꾸를 할 거야? 기어이 맛을 봐야겠어?”

또 손설아는 벌떡 일어난다.

“어서 시키는대로 하라구”

오월랑도 냉랭한 목소리로 내쏜다.

도리가 없는 듯 춘매는 다시 두 무릎을 들고 기어가면서,

“나는 갭니다, 나는 갭니다, 나는 갭니다...”

하고 곧 울먹일 것 같은 그런 목소리를 힘없이 내뱉는다.

“더 크게!”

목소리가 좀 커진다.

“더!”

아주 커진다.

그만 다른 부인들도 모두 큰소리로 웃음을 터뜨린다.

그렇게 춘매가 넓은 거실을 한 바퀴 빙 돌고나자,

손설아는 이번에는 “다시는 그런 짓 안하겠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를 계속 외치도록 했다.

시킨대로 외치면서 춘매가 세 바퀴째를 돌려서 할 때,

“그만-”

오월랑이 중지를 시켰다.

그만하면 충분히 벌을 준 것 같았고,

땀을 뻘뻘 흘리며 기는 벌거숭이 모습을 차마 더 보고 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춘매는 그 자리에서 풀썩 엎어지며 그만 흐느껴 울기 시작한다.

묘하게 서러워졌던 것이다.

손설아가 중지를 시켰다면 어쩌면 울음이 복받치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경사(慶事) 38회 

 

 

 

 우는 춘매를 일어나도록 해서 옷을 입게 한 다음, 오월랑은 말했다.

“네 입으로 다시는 그런 짓 안할테니 용서해 달라고 몇십번이나 말했으니까 용서해 주는데,

 

정말 앞으로 다시는 그런 짓을 안하는지 어떤지 두고볼거야.

 

그리고 여기서 지금 벌을 받은 일을 주인어른한테는 물론 아무에게도 입밖에 내지말아야 된다구.

 

만약 나불나불 지껄여 가지고 주인어른의 귀에 들어가 집안에 또 무슨 시끄러운 일이 생기면

 

그때는 더욱 용서없을테니, 단단히 명심하도록...알겠지?”

 




“예”

춘매는 정말 명심하겠다는 듯이 머리까지 살짝 숙이며 대답한다.

그러자 이교아가 덧붙이듯 입을 연다.

“발가벗고 개처럼 긴 일을 창피해서 어떻게 남한테 말하겠어요.

만약 그런다면 정말 인간도 아니지”

그말을 받아 손설아도 그런 벌을 준 당사자로서 경고를 하듯 말한다.

“만약 그런다면 그때는 발가벗겨 가지고 온 집안을 기어다니도록 할테니까 각오해”

그전같으면 손설아는 비록 몸종이지만 춘매에게 도저히 이렇게 세게 나올수가 없을터였다.

그러나 이제 서문경과의 관계를 돌이켰을뿐 아니라,

그의 입에서 당신을 각별히 위해 주겠다는 말까지 들었으니,

두려울게 조금도 없었던 것이다.

춘매를 내보내고 나서 오월랑은 다른 부인들에게도 절대로 남편에게

오늘의 일을 말해선 안 된다는 분부를 했다.

서문경이 알면 틀림없이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 같았던 것이다.

그런 수모를 당하고 물러나온 춘매는 정말 뒷일이 두려워서 굳게 입을 다물어버렸다.

그러나 반금련은 가만히 있질 않았다.

오래간만에 출타를 한 서문경은 친구 몇몇과 어울려 기방에 가서 실컷 마시고 논 다음

삼경이 임박해서야 귀가했다.

그때까지 반금련은 자지를 않고 비취헌에서 기다렸다가 만취가 된 서문경이 돌아와

자기 거처로 들어갔다는 것을 알자,

곧바로 찾아갔다.

서문경은 거실의 의자에 쓰러지듯 아무렇게나 기대앉아 있었고,

몸종인 아량이가 곁에 서서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반금련은 아량이로부터 부채를 받아 자기가 쥐고,

그녀를 가서 자도록 내보냈다. 그리고,

“더운데 웬 술을 이렇게 많이 자셨어요?”

하면서 서문경에게 부채질을 해주기 시작한다.

서문경이 혀 짧은 소리로 묻는다.

“아직까지 안 잤어? 오늘밤도 씨를 받으려고?”

 

 

경사(慶事) 39회 

 

 

 

 “아니예요. 오늘부터 그것이 시작됐지 뭐예요”

“그것이라니, 뭔데?”

 




“호호호... 모르겠나요? 생리 말이에요”

“생리? 응, 알겠다구. 그럼 씨를 못 받겠군. 그렇지? 맞지?”

“예 맞아요”

“그럼 일찍 자지 않고, 뭣 하러 지금까지 기다렸지?”

“드릴 말이 있어서요”

“뭔데”

서문경은 술기운에 몽롱해진 눈을 굴렁거리면서 멀뚱히 반금련을 바라본다.

부채질을 해주고 있는데도 이마와 코언저리가 땀으로 번지르르하다.

“당신 너무 더워 보이는군요. 비취헌으로 가서 목욕을 하시라구요. 내가 잘 씻어 드릴께”

“그럴까...”

“자, 일어나세요”

반금련은 의자에서 서문경을 부축해 일으킨다.

걸음을 헛딛듯 곧잘 비틀거리는 서문경을 부축해 가지고 비취헌으로 간 반금련은

옷을 벗겨서 그 커다란 욕조 속으로 들어가도록 했다.

물속에 들어간 서문경은,

“아- 시원하다. 으- 좋다”

하면서 그만 벌렁 뒤로 넘어지듯 누워 버린다.

“어머나”

깜짝 놀라며 반금련은 옷을 입은 채 후닥닥 욕조 속으로 뛰어들어가 일으켜 앉힌다.

그러자 서문경은 머리에서 입으로 흘러드는 물을 풋풋풋...

불어내면서도 히들히들 웃으며 또 비실 쓰러지듯 드러누우려 한다.

안되겠다 싶어 반금련은 물 속에 서서 얼른 윗옷을 벗어 던진다.

이미 자락이 젖은 치마도 벗고, 내의도 홀랑 벗어 버린다.

생리대도 걷어낸다.

그리고 서문경을 끌어안다시피 하고서 몸을 씻어주기 시작한다.

“으- 시원해. 허허허 허허허...”

서문경은 몹시 기분이 좋은 듯 첨벙첨벙 물장구까지 친다.

“꼭 어린애 같으셔. 가만히 좀 있으라구요”

반금련은 덩치가 커다란 개구쟁이라도 목욕을 시키듯

이리 붙들고 저리 바로잡아가며 씻어주다가 서문경이 좀 다소곳해지자 불쑥 할말을 꺼낸다.

“오늘 당했지 뭐예요”

“당하다니, 누구한테?”

“큰형님한테요”

“오월랑이 말인가?”

“예”

“왜? 무슨 일로?”

 

 

경사(慶事) 40회 

 

 

 

 “어젯밤의 일을 가지고 얼마나 창피를 주는지...”

“어젯밤의 일이라니?”

 




“여기서 춘매와 서이 놀았잖아요.

그러다가 춘매 그년이 아이를 배고 싶어 하는 바람에 시끄러워졌던 일 벌써 잊어버렸나요?

이렇게 술이 취했으니...”

“응, 알겠어. 알겠다구”

“글쎄 그 일을 트집 잡아 가지고...”

“반금련은 오월랑에게 당한 수난을 자세히 늘어놓는다.

제대로 얘기를 듣는지, 그저 건성으로 들어 흘리는지, 서문경은

“응, 응”

“그랬어?”

“허허”

“그것 참...”

이런 식으로 반응을 하더니,

 얘기가 다 끝나자,

“잘했다구, 당할 만 하지 뭐. 허허허 허허허...”

오히려 껄껄 웃어대는 것이 아닌가.

“뭐라구요?”

반금련은 냅다 눈을 흘기며 서문경의 한쪽 팔을 콱 꼬집어 준다.

하소연한 보람도 없이 잘 당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서문경은 술기운이 가시고,

정신이 거의 멀쩡해진 사람처럼 지껄인다.

“사실 말이야, 나도 어젯밤에 아주 창피하더라구.

 그런 꼴을 이병아랑 수춘이에게 보였으니 말이야.

집안사람들이 다 알게 됐을 거 아냐.

앞으로 그런 짓은 그만 둬야겠어”

서문경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다니,

그전 같으면 남이야 알거나말거나,

 뭐라거나 말거나 아랑곳 없을 터인데,

많이 달라졌구나 싶으며 반금련은 말한다.

“서이서 즐기는 일만 그만둔다는 건 아니겠죠?

춘매를 건드리는 일도 그만둬야 된다구요.

그년이 아이를 배고 싶어 하고 있으니 말이에요. 알겠어요?”

“응, 안다구. 춘매가 아이를 배면 곤란하지. 오월랑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구”

“그렇잖아도 오늘 춘매도 불려갔다구요. 아마 단단히 또 혼이 났을 거예요”

“잘 됐다구. 그래야 정신을 차리지. 허허허 허허허...”

실컷 자기가 데리고 즐겨놓고 이제 와서 그래야 정신을 차리다니.

이양반이 머리가 좀 어떻게 된 게 아니가 싶어 반금련은

어이가 없는 그런 눈길로 멀뚱히 바라본다.

서문경은 비틀거리며 일어선다.

그리고 엉금엉금 욕조 밖으로 나간다.

반금련도 얼른 따라 나가 수건으로 닦아준다.

‘됐어, 됐다구. 인제 가서 자라구“

그러자 반금련이 눈을 곱게 흘기며 말한다.

“싫어요. 당신하고 같이 잘 거라구요”

“씨도 못 받으면서 같이 자긴...”

“씨는 안 받아도, 당신은 앞으로 사흘 밤 더 내 거란 말이에요.

알겠어요? 혼자 내버려두면 다른 마누랄 찾아갈지 누가 알아요”

“허허허 허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