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 (134)
경사(慶事) 21회
“규칙 위반이라...허허허..”
서문경은 웃음이 나온다.
“그렇잖아요?
닷새 동안은 어쨌든 당신은 내 꺼란 말이에요.
나하고 같이 자야 된다구요.
딴 여자한테 찾아가면 절대 안돼요.
아시겠어요?”
“허허, 이거 참... 그러고 보니 내가 마누라들한테 꽁꽁 묶인 셈인데...”
서문경은 쩝쩝 입맛을 다신다.
반금련이 생리 때문에 놓아주면 손설아한테 가서 잘까 하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차를 마시고 있는데, 바깥에서 쫙- 소낙비 쏟아지는 소리가 들린다.
반금련이 호들갑스럽게 말한다.
“어머, 비가 오네요.
아이 시원해라.
그 소리만 들어도 속이 후련해지는 것 같네”
“글쎄 말이야”
여름밤의 검은 소낙비를 창 밖으로 내다보고 있다가 반금련이
힐끗 서문경을 바라보며 무슨 의미가 있는 듯한 묘한 눈웃음을 살짝 웃는다.
그리고 얼른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며 그리고 말없이 침실 쪽으로 간다.
서문경은 침실로 사라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돌아보며 무슨 일인가 싶다.
뒤따라 오라는 뜻인지,
아니면 뭘 가지러 간 건지 알 수가 없다.
잠시 그대로 기세좋게 퍼붓는 소낙비를 내다보고 있다가
서문경은 슬금슬금 침실 쪽으로 가본다.
혼자 침실에 들어가서 뭘하는지,
되돌아오질 않으니 궁금했던 것이다.
침실로 들어선 서문경은,
“아니 허허허...”
그만 웃음부터 나온다.
반금련이 알몸이 되어 욕조(浴槽)속에 들어앉아 있었던 것이다.
침실 한쪽에 커다란 욕조를 들여놓고 둘이서 목욕을 즐기려는 것이었다.
“어서 벗고 이리 들어오시라구요”
물 속에 앉아서 반금련이 하얀 앞니를 드러내 보이며 웃는다.
“그거 참, 시원하겠는데... 좋아, 나도 벗고 들어가지”
그러면서 서문경은 거침없이 훌렁훌렁 옷을 벗어 던진다.
물이 그다지 차지는 않고, 알맞게 시원했다.
커다란 욕조이기는 하지만, 어른 두 사람이 들어앉으니
물이 밖으로 넘칠 듯 말 듯 찰랑거린다.
“아, 그거 참 잘 생각했는데...”
“기분좋죠?”
“좋다구. 이렇게 둘이 같이 목욕을 하기는 처음이잖아”
“맞아요. 자, 내가 좀 씻어 드릴께”
“응”
“돌아앉아요”
“그럴까”
물이 넘칠까봐 서문경이 조심스레 돌아앉자,
반금련은 그 널따란 등을 두 손으로 살살 문지른다.
경사(慶事) 22회
등을 문지르고 나서 반금련은 두 손을 서문경의 겨드랑이 밑으로 집어넣는다.
“아이 간지러워”
“기분 좋잖아요. 어머, 당신 겨드랑이에 털이 아주 많이 났네요”
“그걸 이제 처음 알았나?”
“처음 봤는데요”
“그동안엔 뭘 봤지?”
“히히히...”
반금련은 서문경의 겨드랑이에 무성하게 돋아난 털을 애무하듯 씻어준다.
그러고나서 이번에는 두손을 그대로 쑥 내밀어서 그의 앞가슴으로 가져간다.
뒤에서 슬그머니 껴안은 셈이다.
하얀 두손이 가슴패기를 살살 어루만지듯 씻기 시작하자,
서문경은 기분이 좋은 듯 머리를 뒤로 젖혀 그녀의 한쪽 어깨에다가 얹는다.
가슴을 씻어주던 그녀의 두손이 어느덧 미끄러져내려가
서문경의 아랫도리를 슬금슬금 애무하듯 문지른다.
“아- 시원하다”
서문경은 지그시 두눈을 감는다. 잠시후에 서문경은,
“음- 이제 됐어. 아- 시원해. 이번엔 내가 당신을 씻어줄게”
하고 물이 넘치지 않도록 조심스레 돌아앉는다.
반금련도 돌아앉으려 하자,
“아니야, 당신은 그대로 앉아 있으라구”
하면서 한쪽 팔을 그녀의 목덜미로 돌려서 당겨 안듯이 하고는
다른손으로 우선 한쪽 어깨를 쓰다듬듯 부드럽게 씻어준다.
곧 그 손을 그녀의 봉긋한 앞가슴으로 옮겨와 두 봉우리의 둘레부터 살살 씻는다.
그리고 그 봉우리 하나를 덥석 덮쳐서 주물럭주물럭 문지른다.
씻어주는 것인지, 애무를 하는 건지 알수가 없다.
“아아- 저 빗소리”
반금련은 한손으로 물에 젖은 머리를 쓰다듬어 넘기며 바깥의 소낙비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침실에도 한쪽벽에 둥근 창이 하나 있는데,
그 창문으로 빗줄기 소리가 쏟아져 들어오는 듯 요란하다.
여름밤의 굉장한 폭우다.
“글쎄, 이만저만한 소낙비가 아닌데...”
중얼거리면서도 서문경은 비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한 표정이다.
손을 이번에는 그녀의 겨드랑이 밑으로 넣었다가 미끈한 허리로.
그리고 벙벙한 엉덩이로 가져가며 씻어준다.
물속에서 여자의 알몽뚱이를 씻어주는 맛도 여간 별미가 아닌 모양이다.
미끈둥 미끈둥하게 손바닥에 와닿는 살결의 감촉이 그냥 침상위에서 애무할 때와는
확연히 다른 묘미(妙味)가 있는 듯 서문경의 코 언저리에 능글능글한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경사(慶事) 23회
서로 몸을 씻어준 다음 두 사람은 욕조 안에서 뒤엉겨 정사를 나누려고 했다.
그러나 욕조가 좁은데다가 물 속이어서 좀처럼 결합되지가 않았다.
헐떡 거리다가 서문경이 투덜투덜 내뱉는다.
“이거 잘 안되는데... 왜 이렇지?”
“물 속이라 그렇잖아요. 히히히...”
반금련은 재미있다는 듯이 키들키들 웃는다.
“물 속이라도 넓기만 하면 어떻게 해보겠는데,
좁아서 다리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도 없고, 안되겠다구”
“나가자구요 침상으로 가서...”
“그래야겠어”
서문경이 먼저 벌떡 일어나 욕조에서 나오며,
“목욕통이 훨씬 컸으면 좋겠는데...
응, 그렇지, 만들면 되지 뭐. 안 그래?
여보, 커다란 목욕통을 만들자구. 내일당장 말이야”
무슨 대단히 좋은 생각이라도 떠올랐다는 듯이 활짝 웃음을 짓는다.
뒤따라 욕조에서 나오며 반금련도,
“그거 좋겠는데요. 이거 두 배 정도만 되도...하하하...”
웃는다.
“두 배가 아니라 기왕 만들 바엔 서너 배 되도록 큼직하게 만들지 뭐.
그래야 그속에서 기기도 하고 드러눕기도 하고...”
“히히히...헤엄을 치는 목욕통을 만들겠다 그거군요“
“그렇지. 허허허”
기분좋게 웃으며 우뚝 서있는 서문경의 물에 젖은 알몸뚱이를
반금련은 커다란 수건을 가지고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골고루 잘 닦아준다.
“당신은 내가 닦아줄까?”
“괜찮아요”
그럴 것까지는 없다는 듯이 반금련은 살짝 돌아서서 수건으로
먼저 물에 젖은 머리부터 북북 닦기 시작한다.
서문경은 먼저 침상으로 가서 벌렁 사지를 내던지고 큰댓자로 드러눕는다.
개운하고 시원하다.
소낙비는 어느덧 잣아들어 가랑비가 되어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몸을 다 닦은 반금련이 침상으로 올라온다.
서문경은 그대로 큰댓자로 누운채 그녀의 알몸을 자기의 알몸위에 받아들인다.
말하자면 애무는 이미 욕조 안에서 치른 셈이어서 반금련은
곧바로 행위로 들어간다.
그녀가 일으키는 물결을 가만히 음미하듯
서문경은 몸뚱이를 내맡기고서 두 눈을 지그시 감는다.
눈을 감은 채 서문경은,
“음- 아, 시원해. 여보, 당신 전에 한 번도 임신을 한 적이 없었나?”
하고 묻는다.
경사(慶事) 24회
반금련은 얼른 대답을 안한다.
서문경은 눈을 뜨고서 반금련의 약간 발그레 상기되어 가는 얼굴을 바라보며,
“응? 지금까지 한 번도 아이를 밴 적이 없었어?
그 난쟁이하고 살 때도 임신을 못했었나 말이야”
하고 다시 묻는다.
“못했으니까 아이가 없죠”
뻔한 사실을 왜 묻느냐는 듯이 반금련은 약간 볼멘 소리로 대답한다.
“그럼 앞으로도 가능성이 없을 거 아냐”
“왜 가능성이 없어요? 있다구요”
“그래? 허허허...”
“아이도 말이에요.
여자가 가져야겠다고 마음을 먹어야 갖게 되는 법이라구요.
그저 가져도 그만, 안 가져도 그만, 이런 식이어서는 갖질 못한다구요”
“그러니까 그동안엔 가질 생각이 없었다 그건가?“
“맞아요”
“왜 그랬지?”
“귀찮을 것 같았단 말이에요”
“귀찮다니? 자기 아이를 낳아서 기르는 게 귀찮다면 결혼은 뭣하러 한 거야?”
“누가 꼭 아이를 낳을려고 결혼을 하나요.
나이가 차면 결혼을 하게 되고,
결혼생활을 하다 보면 아이도 생기게 되고, 그러는 거죠”
“낳을 생각이 있어야 생긴다면서?”
“어머, 재미 없어라. 왜 그러세요?
한창 기분좋은 판에 왜 자꾸 몰아붙이려고 들죠?”
그러면서 반금련은 냅다 물결을 한층 거세게 일으킨다.
“음-”
서문경은 기분이 좋은 듯 또 지그시 두 눈을 감으며 중얼거린다.
“몰아 붙이다니, 왜 내가 당신을 몰아붙여?”
“좌우간 인제 생각을 달리 했다구요.
나도 아이를 갖기로 했단 말이에요.
아이라도 딸이 아니라, 꼭 아들을 말이에요. 알겠어요?”
“정말이야? 자신있어?”
서문경은 번쩍 눈을 뜨며 히죽이 웃는다.
“있고 말고요. 이병아도 임신을 했는데, 나라고 못할 리가 없죠”
“하기야 그렇지. 손설아도 말이야 아들을 낳을 자신이 있다고 큰소리를 치더라구.
아들도 하나가 아니라,
줄줄이 셋은 낳을 작정이라고...”
“흥, 그년 욕심도 많네. 큰소리 치지 말고,
우선 하나라도 낳아보라지. 잘 안될걸...”
그 말투에 증오의 감정이 뚝뚝 묻어나는 것 같다.
서문경은 고약하다 싶으며 그만 벌떡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그녀를 발딱 뒤집어서 자기가 냅다 덮쳐 사정없이 깔아뭉개기 시작한다.
경사(慶事) 25회
이튿날 서문경은 당장 목수를 불러서 대형 욕조를 만들도록 했다.
그 욕조는 비취헌에 놓는 게 안성맞춤일 것 같아서 그쪽 거실에 알맞게 제작하도록 일렀다.
반금련이 침실에 들여놓았던 욕조는 원형이었으나, 새로 만든 것은 사각형이었다.
원형으로는 크게 만들기가 힘들뿐 아니라,
비취헌 안으로 들여놓기도 어려웠던 것이다.
장방형(長方形)의 커다란 욕조가 원형이었으나, 새로 만든 것은 사각형이었다.
원형으로는 크게 만들기가 힘들뿐 아니라,
비취헌 안으로 들여놓기도 어려웠던 것이다.
장방형(長方形)의 커다란 욕조가 화분들이 진열된 창변에 놓여지자,
부인들이 얘기를 듣고 모여들어 신기한 듯 구경을 했다.
“이사람이 생각해낸 거라구”
서문경이 반금련을 가리키며 말한다.
“어머나, 내가 언제 이런 걸 생각해냈어요?
자기가 큰 것을 만들어야겠다고 말해 놓고서...
난 그저 집에 있는 목욕통을 갖다놓고 목욕을 했을 뿐인데...”
반금련이 꽤나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변명을 하듯 말하자,
곁에 서있는 맹옥루가,
“히히히...알겠다.
집에 있던 욕조는 둘이 같이 목욕하기가 좁아서 새로 만들었다 그거구나. 맞죠? 여보”
하고 서문경을 바라본다.
“맞다구. 둘이서 목욕을 하려면 이정도는 돼야지. 안 그래? 허허허...”
서문경이 걸걸하게 웃으며 마누라들을 휘둘러보자,
모두 좋아서 킬킬 켈켈 웃어댄다.
그리고 지껄여댄다.
“둘이 누워서 뒹굴어도 되겠네”
“우리 여섯이 다 들어가 풍덩거려도 되겠다니까”
“우리 여섯만 들어가면 무슨 재미가 있어 서방님이랑 함께 들어가야지”
“맞어. 일곱 사람이 들어가도 충분하겠어”
“좋아, 그럼 오늘밤에 한 번 그렇게 해볼까?
일곱이 모두 벌거벗고 물 속에서 놀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거라구”
말없이 미소를 띤 얼굴로 서있던 오월랑이 정실답게 재빨리 입을 연다.
“여보, 그게 무슨 소리에요 망측하게 무슨 그런 짓을...”
“그럼 당신은 나하고 둘이서도 여기서 목욕을 안 할 건가?”
“둘이서는 왜 안해요. 하고 말고요. 호호호...”
모두 와-웃음을 터뜨린다.
그날밤 서문경과 반금련은 그 새로 만든 큼직한 욕조에 물을 가득 채워놓고
그속에서 둘이 목욕을 즐겼다.
물론 처음에는 간밤처럼 우선 서로 땀이 밴몸을 씻어주는 것이었지만,
그다음은 그 널찍한 욕조 속에서 마음놓고 휘감겨 첨벙거리며 수중정사(水中情事)를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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