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 (135)
경사(慶事) 26회
욕조가 넓어서 마음껏 다리를 뻗기도 하며 오므리기도 하며 결합을 해보려고 애를 썼으나,
역시 물속에서는 그것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마치 두 알몸뚱이가 무슨 실랑이라도 벌이듯이 이리 텀벙 저리 철버덕 하며
버둥거리고 있는데,
“히히히...”
한쪽 창문 바깥에서 나직이 킬킬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먼저 그 웃음소리를 들은 것은 반금련이었다.
"아니, 누구지? 바깥에서 누가 보고있나봐요“
“뭐라구?”
서문경도 약간 당황하며 동작을 멈추고 창 쪽을 두리번거린다.
“히히히...”
또 웃는 소리가 들린다.
“그 누구야?”
서문경이 버럭 고함을 지른다.
그러자 창문 밖에서 살그미 얼굴 하나가 나타나며,
“저예요”
하고는 이번에는 소리없이 나긋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춘매였다.
반금련은 그만 발칵 화를 낸다.
“아니, 너 뭘 엿보고 있는거야. 앙?”
“마님, 미안해요. 나도 같이 목욕을 했으면 싶어서요”
“뭐라구?”
그러자 서문경은 약간 어이가 없는 듯이 웃으며,
“그래, 좋아. 오래간만에 서이서 한번 놀아보자구. 이리 들어와” 하고 말한다.
춘매는 좋아서 또 킬킬거리며 후닥닥 비취헌 안으로 뛰어 들어간다.
반금련은 기분이 몹시 언짢았지만 도리가 없다.
서문경이 허락을 했을 뿐 아니라,
그전부터 곧잘 서이서 성희(性戱)를 즐겼던 터이니 말이다.
그때는 자기의 침실에서였지만,
이번에는 비취헌의 욕조 속이라는 것이 다를 뿐이다.
춘매가 홀랑 벗고 욕조 안으로 들어오자,
서문경은 반금련의 몸뚱이보다 한결 어려 보이면서도 풋풋한 맛이 나는 그녀의 알몸을,
“춘매, 오래간만인데...”
하면서 덥석 안아버린다.
한창 물속에서의 색다른 재미를 보려 하다 그만 춘매 때문에 기분을 잡쳐버린
반금련은 그러나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듯이 와락 달려들어 자기는
서문경의 몸뚱어리를 뒤에서 불끈 끌어안는다.
물속에서 두 여자의 하얀 몸뚱이에 앞뒤로 휘감긴 꼴이 된 서문경은
기분이 마냥 좋아서 콧구멍을 벌름거리며 히들히들 웃는다.
경사(慶事) 27회
세 벌거숭이가 물 속에서 한데 덩어리져 한참 첨벙거리다가였다.
“안되겠어. 밖으로 나가자구”
물 속에서 아무래도 제대로 재미를 볼 수가 없어서 서문경이 말했다.
“그게 좋겠어요”
춘매가 재빨리 욕조 밖으로 나가 물에 젖은 몸뚱이를 수건으로 닦는다.
반금련도 서문경의 한쪽 팔을 붙들고 물에서 나간다.
그녀가 수건으로 몸을 닦으며 침상이 놓인 쪽으로 가려 하자 서문경이,
“여기서...”
하고 말한다.
침상으로 가지 말고, 그냥 널찍한 마룻바닥이 좋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자기 몸을 대충 다 닦은 춘매가 히히 웃으며 얼른 다가와서
서문경의 몸을 닦아주기 시작한다.
춘매는 서문경의 아랫도리를 소중스레 닦으면서 불쑥 입을 연다.
“주인어른”
“응?”
“저도 아이를 배면 안될까요?”
뜻밖의 말에 서문경은 얼른 뭐라고 말을 못한다.
“뭐라구?”
반금련이 그만 또 발끈 화를 내어 내뱉는다.
“그게 말이라고 해? 이년아. 네가 누구의 아이를 밴다는 거야. 앙?”
“주인어른의 아이를 배지, 누구의 아이를 밴단 말이에요”
“뭣이 어쩌고 어째?”
춘매가 말대꾸까지 하자,
반금련은 분해서 못견디겠는 듯 서문경을 바라보며 뇌까려댄다.
“여보 안되겠어요. 저런 계집애를 그냥 가만히 놔둘 수 없다구요.
제깐년이 뭔데 당신의 아이를 배겠다는 거예요. 예? 안 그래요?”
“음-”
서문경은 입장 난처한 그런 표정을 짓는다.
“어서 말씀을 해봐요. 그게 될 말이에요?
종년이 아이를 배면 어떻게 되는 거죠?
나참 기가 막혀서... 큰형님한테 당장 가서 일러바쳐 가지고
또 매질을 단단히 당하도록 해야겠다구요. 그래야 이년이 정신을 차리겠어요”
“그만둬”
“그만두다뇨? 그럼 당신은 저 계집애한테도 아이를 배도록 하겠다는 거예요?”
“음- 일부러 배게 할 생각은 없지만,
이렇게 같이 놀다가 아이를 가지게되면 도리가 없는 거 아냐?”
“뭐라구요? 아이를 가지게되면 도리가 없으면 그럼 그때는
저년을 일곱 번째 마누라로 삼겠다는 거예요, 뭐예요?”
경사(慶事) 28회
“왜 자꾸 이래. 춘매가 아이를 밴 것도 아니잖아”
서문경도 슬그머니 화가 치민다.
반금련은 더욱 바르르 바르르 해지며 냅다 춘매에게 달려들어 떠밀어낸다.
“나가! 안된다구. 내가 눈을 뜨고 있는 한은 못본다니까.
그런 꼴... 나가! 나가! 인제부터 서이서 이런 짓 절대로 안할 거라구! 나가라니까!”
“알았다구요. 나가주고 말고요”
“뭐 나가주고 말고... 이년이 말투 좀 보라구. 에라 이년!”
그만 반금련은 눈꺼풀을 바르르 떨며 춘매의 머리끄덩이를 불끈 거머쥐고
바깥으로 끌어내려는 듯 마구 잡아당긴다.
“아이고- 놔요 놔. 옷을 입어야 나가지요- 주인어른, 주인어른...”
춘매가 냅다 악을 쓰며 서문경에게 구원을 요청하자,
“왜 이러는 거야. 응? 옷을 입어야 나갈 거 아냐. 놔주라구. 어서...”
하면서 서문경이 달려들어 말린다.
반금련의 손에서 놓여진 춘매는 그대로 마룻바닥에 엎어지면서 그만,
“아이고- 분해. 아이고- 으앙- 응응...”
목 놓아 울음을 터뜨린다.
이때 이병아가 비취헌 안으로 들어선다.
“아니, 이게 무슨...”
이병아는 입이 딱 벌어지고 만다.
잠자리에 들려던 이병아는 비취헌에서 난데없이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오자,
무슨 일인가 싶어 잠옷 바람으로 뛰어나왔던 것이다.
마님의 뒤를 따라 나온 수춘이도 살그미 비취헌 안으로 들어서며,
“어머나”
두 눈이 휘둥그레진다.
수춘이 차마 그대로 서서 볼 수가 없는 듯 얼른 이병아의 뒤에 살짝 숨듯이 몸을 감춘다.
이병아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뭐라고 말이 나오지가 않는다.
서문경과 반금련이 벌거숭이가 되어 있는 것은 의당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춘매까지 알몸이 되어 있다니,
더구나 춘매는 마룻바닥에 엎어져서 목 놓아 울어대다니,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 수가 없다.
서문경은 난데없이 이병아와 수춘이까지 나타나자,
마누라이고, 또 자기가 여러 번 귀여워해준 하녀 계집애이기는 하지만,
벌거벗고 있는 게 쑥스러워서 커다란 수건으로 아랫도리를 둘러 시커먼 데를
가리면서 울고 있는 춘매에게 큰소리로,
“어서 일어나 옷을 입고 나가지 않고, 왜 자꾸 우는 거야. 응?”
하고 꾸짓듯이 내뱉는다.
경사(慶事) 29회
그제야 춘매는 울음을 그치고 일어나 아랫도리 속옷만 얼른 다리에 꿴다.
그리고 겉옷을 주워들고는 후다닥 비취헌에서 뛰어나가 버린다.
반금련은 이병아와 수춘이가 보고 섰는데도 옷을 입을 생각을 않고
살짝 한손으로 부끄러운 곳만 가리고는 냅다 지껄여댄다.
이병아에게 들으라고 말이다.
“아, 글쎄. 저년이 저도 아이를 배겠다는 거지 뭐야. 나참 기가막혀서...”
그말에 이병아는 새삼스럽게 놀라며 입을 연다.
“춘매가 아이를 배겠다구요? 아니 그게 무슨 소리죠?”
“글쎄, 저년이 그렇게 간뎅이가 부었다니까. 전에도 큰형님한테 매를 맞았잖아.
제가 우리집 일곱 번째 부인으로 들어앉겠다는 말을 했다가 말이야”
“정말 기가막히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그래 저도 아이를 배겠다고 발가벗고 뛰어든 거예요, 뭐예요?”
반금련은 서이서 재미를 보려 했다는 말은 차마 할 수가 없어서 그말에는 대답을 안하고,
“큰형님한테 일러바쳐서 또 단단히 매질을 당하도록 해야겠어. 자넨 어떻게 생각해?”
“제까짓것이 분수도 모르고 아이를 배겠다니, 될 말이 아니죠”
그러면서 이병아는 힐끗 서문경의 눈치를 살핀다.
칼자루를 쥐고있는 셈인 서문경의 의향이 어떤가 싶어서 말이다.
서문경은 곤혹스러운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그만들 둬. 내가 춘매한테 아이를 배도록 할것같애? 걱정들 말라구”
“정말이죠? 남아일언이 중천금이라구요”
반금련이 따지듯이 말한다.
“허 참, 왜들 이 야단이야”
“중천금 맞죠? 대답을 하시라구요”
“글쎄, 맞다니까. 허허허...”
서문경은 그만 히들히들 웃어 버린다.
반금련이 뒤에 숨듯이 서있던 수춘이가 살짝 옆으로 나서며
야릇한 눈길로 서문경을 바라본다.
춘매는 그처럼 가까이 해오면서 나는 왜 오래도록 도무지 귀여워해주질 않느냐는
그런 눈빛이다.
서문경이 지금 수춘이의 그런 표정이 눈에 들어올 턱이 없다.
“자, 나는 잘테니까...”
아랫도리를 수건으로 둘러 가린 그대로 서문경은 뚜벅뚜벅 침상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그러자 한손으로 부끄러운 데를 가린 반금련도 뒤를 따라 살랑살랑 걸어간다.
반금련의 그 꼬락서니를 이병아는 경멸의 눈초리로 쏘아보며 속으로,
“흥, 못봐주겠네. 정말...저질이야, 저질...”
하고 이죽거린다.
그리고 얼른 돌아서서 비취헌을 나가버린다.
수춘이도 후다닥 뒤따른다.
경사(慶事) 30회
집안에서 일어난 일이 비밀에 부쳐지기란 어려운 법이어서,
이튿날 그 얘기는 곧 이 사람에게서 저 사람에게로 수군수군 퍼져나갔고,
정실인 오월랑의 귀에도 들어갔다.
그 얘기를 오월랑은 몸종인 옥소한테서 들었다.
오월랑은 대번에 발끈 화가 치밀었다.
춘매 그것이 저번에 매질을 당했는데도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그따위 건방진 생각을 하고 있다니 괘씸하기 짝이 없었다.
어쩌면 자기를 속으로 얕잡아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이를 배겠다는 말은 곧 일곱 번째 부인이 되겠다는 것과 별로 다를 바가 없으니,
자기를 얕잡아보는 게 아니라면 그렇게 혼이 나고서도 감히 아직도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있으며 공공연히 입 밖에 내어 말할 수 있는가 말이다.
당장 춘매란 년을 불러 또 분풀이로 매질을 퍼부을까 하다가,
우선 자세한 얘기를 들어본 다음에 그러는 게 옳겠다 싶어서
간밤에 현장을 목격했다는 이병아를 불렀다.
옥소의 전갈을 받고 이병아가 찾아오자,
오월랑은 자초지종을 얘기해 보라고 했고,
그녀로부터 간밤의 일을 자세히 얘기 듣고 나자,
“춘매도 춘매지만, 반금련이가 더 더럽군.” 하고 중얼거렸다.
“맞아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간밤에 보니까 정말 구역질이 나지 뭐예요.
글쎄 발가벗고 있다가 나랑 수춘이가 나타나도 옷을 입을 생각도 않더라니까요”
“개 같은 것... 틀림없이 어젯밤에도 춘매를 불러들여 서이서 짐승처럼 지랄을 했던 거라구”
“어머, 그래요?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군요”
“있고말고. 몸종하고 같이 발가벗고 그 지랄을 하다니,
그게 사람이야, 개지. 안 그래?”
“맞아요. 하하하...”
이병아는 새삼스럽게 놀라면서 웃는다.
그녀는 아직 반금련이 그런 짓까지 서슴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둘이 같이 씨를 받으면서 무슨 낯짝으로 춘매한테
아이를 못배게 욕을 하고 야단이지.
제깐년이 춘매를 나무랄 자격이 있나”
“그러고 보니 춘매한테는 별로 잘못이 없군요”
“왜 잘못이 없어. 그년도 제 분수를 모르고 글쎄, 아이를 배겠다니,
그게 말이 돼? 좌우간 두 년이 다 그 밥에 그 나물이라니까”
오월랑은 잠시 흥분을 가라앉히는 듯 숨을 가다듬더니,
“안되겠어. 춘매보다도 반금련이를 불러다가 단단히 좀 창피를 줘야겠다구”
하고 내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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